어제는 두 편의 시를 나란히 적어두고 한참을 읽었다.

공교롭게 두 시가 모두 '중심'을 이야기 하고 있다. 몸의 중심.

당연하게도 두 시는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라 노래하고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생인손을 앓는 손가락을 깨물면 자지러지게 아플거다.

시를 읽으며 입속으로 불러 보는 이름들..

얘들아..벌써 3주기가 다가오는 별이 된 아이들.

할매요..웃는 입으로 하염없이 눈물 흘리더라던 성주의 어른들..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라면, 내 중심은 팽목에, 성주에 있겠다.

 

물끄러미 바라보듯 읽다가 턱을 고이고 읽다가, 눈을 비비며 읽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아픈데..이 고통에 책임있는 사람은 '송구합니다' 한마디만 형식적으로 내놓았다.

다시 노트를 펼쳐 시를 읽어본다.

코 끝에서, 손 끝에서, 명치께에서 찌릿찌릿 고통이 시작된다. 고통은 그렇게 끝에서부터 심장으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어찌해 볼 도리 없이..

 

 

 

 

 

 

 

 

 

 

 

 

 

 

 

박노해가 레바논에 가서 찍고 쓴 책, 그리고 시집.

정세훈의 시와 박노해의 시를 서로 다른 필체로 써보려했으나..고통은 결국 닮아가나보다. 혹은 서로 다른 글씨체로 쓰여지더라도 고통은 같은 무게로 읽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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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21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중심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세상의 중심조차 바로 잡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생각의 중심을 잡고 있는지 반성해야겠습니다. 이것조차 하지 않고, 중심에 벗어나 비뚤어져있는 세상을 비난하면 진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합니다.

해피북 2017-03-2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혹은 서로 다른 글씨체로 쓰여지더라도 고통은 같은 무게로 읽히거나..‘ 란 표현이 참 멋지세요 멋진 표현만큼 글씨도 이쁘시구요 ㅎ 제가 워낙에 악필이라서 그런지 글씨 이쁘신분들 뵈면 막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