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히면 산다 - 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기
최길성 지음 / 위시라이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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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의 미집행자 검거기. 검찰 수사관은 들어봤지만, "미집행자"란 말은 낯설다. 미집행자란,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고 자신이 저지른 죄값을 치르지 않으려 도주해서 거리를 활보하는 피고인을 말한다. 검찰 수사관의 업무 중의 하나가 이들을 검거하는 일이다. 일부 사람들은 벌금이나 징역형을 피해서 시효가 끝나기 전까지 숨어다닌다고 한다. 그들을 시효가 끝나기 전에 검거하여 그들에게 내려진 처벌을 달게 받게 하는 것이다. 요즘엔 시효가 늘어나서 5년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 시간들을 숨어서 살 수가 있을까.

내가 당사자가 되보질 않았으니 자세한 마음을 모르겠지만, 본인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벌을 받고 편안게 살면 되는 것이 아닐까. 어떤 이는 당뇨가 심한데 도망을 다니게 되자,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서 팔, 다리가 괴사되어 머리와 몸통만 남아 버렸다. 그 사람은 수사관님을 보자마자 울기시작했다고 한다. 회복할 수 없는 망가진 자신의 몸을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도망다니지 말고 죗값을 치루고, 치료를 제때 받았다더라면 하고 후회했을까.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검찰청으로 찾아갈 용기가 없어 도망자의 삶을 택한 뒤 마음 졸이며 살아온 세월에 '왜 이제야 잡으러 왔냐"며 울먹이더라는... 사실, 판결을 받게 되면 모두 그 벌을 받는줄 알았는데, 알지 못하는 그런 모습들을 본 것 같다.

어느날인가 미집행자를 잡기 위해 산을 오르던 때를 저자는 회상한다. 흙길로 올라가는 등산객을 통제하기 위해 관리소에서는 가로막을 설치했고, 편하게 오르라고 만들어 놓은 계단 보다는 흙길을 선호하는 등산객은 가로막을 옆으로 돌아가고, 가로막은 길어지고... 관리소 측과 등산객들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바람이 거세게 불던날, 가로막이 넘어지면서 등산객을 덮쳐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오로지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하는 내 과도한 행동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주는 결과를 내놓는 것은 아닌지. 내가 미집행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하는 행동은 오직 그 곳에만 영향력을 미쳐야 하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곤란하게 만들거나 상처 입히거나 슬픔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는지.(p.250)

미집행자를 쫓는 일들도 스펙타클 했지만, 마지막의 이 말도 느끼는게 많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는 내 행동들이 누군가에겐 상처 입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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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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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영화를 알고 있다.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예고편 때문에 대충 어떤 이야기인 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보다는 원작을 더 선호하는 편이어서, 이 이야기도 책으로 만나게 되어서 참 좋았다.

료타는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들 케이타는 사립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고, 아내 미도리는 가정적이다. 어느날, 게이타가 태어난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당시 아이가 바뀐 것 같다고... 같은 시기에 입원했던 남자아이는 셋인데, 그 중 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에 앞서 혈액형 검사를 했는데, 부모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만약, 내 아이임에도 혹시나 이런 검사 제의를 받게되면 꽤 기분은 안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당연하게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키웠는데, 아니라고 한다면 그 심정은 어떠할까?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병원측 사람들은 더 늦기전에 아이들을 교환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번역의 문제인지, 실제로 이런 용어를 쓰는지 모르겠지만, '교환'이란 단어가 어쩐지 거부감이 든다. 결국엔 케이타와 류세이 가족은 아이들을 주말에 서로의 집에서 지내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왜 내게는 료타는 아버지로서 자격이 부족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혹시나 두 아이를 다 달라고 하는 부분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기계적인 것 같아 보이기는 했지만, 료타도 나름 아빠로서 충분이 역할은 하고 있다고 본다. 형제가 많다고 해서 류세이네가 더 정겨워 보이지는 않는다. 나만 혼자서 잘못 느끼는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족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타인에 의해 강요받을 수는 없다고 본다. 어쩌면 료타도 어린시절의 기억 때문에 냉정해졌을 수도 있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누구도 료타와 게이타의 입장에서는 생각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료타가 갑자기 각성한것 같은 장면은 내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마음 속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준다면 더 감동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찌되었든 이런 일은 참 마음 아프다. 더군다나 이 소설 속 아이들의 바뀐 이유는 정말 분노를 불러온다. 뜻하지 않게 두 가족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함께 자주 만난다고 해도 마음이 어느쪽으로 기울든 그것은 타인이 판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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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신발, 큰 발걸음 - 차별과 혐오에 용기로 맞선 세 아이 이야기
바운다 마이크스 넬슨 지음, 알렉스 보스틱 그림, 최정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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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창문은 갈색 종이로 가려져 있었다. 교실안에는 플로렌스 선생님과 레오나, 테시, 게일, 단 3명의 여학생만 있었다. 교실마다 선생님은 있었지만 학생들은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몇달 전, 레오나와 테시 그리고 게일은 연방 보안관들과 함께 등교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왜 아이들은 보안관들과 등교를 하는 것일까.

이 이야기가 실화였는지 몰랐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1960년 11월 14일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주에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진 날이다. 발목 양말을 단정하게 신은 귀여운 세 여자아이가 학교에 등교하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는 것이 왜 역사적인 날이 되었을까. 당시에는 흑인과 백인의 분리정책이 합법화 되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피부색으로 학생을 분리하는 것은 잘못된 제도라는 판결을 내림으로 맥도노우19 공립학교에는 이제 흑인 아이들도 등교할 수 있게 되었다. 레오나, 테시, 게일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백인들은 반발에 나섰다. 학교 앞에서 시위를 했고, 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에게도 협박 전화는 물론 살해 위협도 받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이 이렇게 반발을 사야 하는 일일까? 일제 강점기에 우리들도 일본인들에게 꽤나 무시 당하고 차별을 당했다고 들었다. 또한, 미국에서의 인종차별 문제도 많이 들었었다.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본적은 없었고, 당해보지 않았던 일이라 그렇게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었는데.. 이제 고작 열살도 되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대할 일인 것일까. 아이들도 무너질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늘의 작은 발걸음이 세상을 변할 수 있는 시초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차별과 혐오에 용기로 맞선 세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흔히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들 말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후대에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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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모두 살인자다
벤저민 스티븐슨 지음, 이수이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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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어니스트 커닝햄은 범죄소설 애호가이자 작가이다. 가족 모임에 참석한 후 벌어졌던 이야기를 풀어 쓴 것이다. 중간중간에 작가 스스로(어니스트)가 스포를 조금씩 하기도 한다. 실제 작가 스티븐슨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원래 이런 스타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초반에는 수다쟁이 아저씨가 떠드는 듯, 그러면서 좀 어수선해 보이긴 했지만, 이 가족들에 숨겨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폭 빠져들고 말았다.

3년전 어니스트에게 형 마이클이 찾아온다. 누군가의 총에 맞은 사람을 자신이 차로 치었다고 했다. 함께 그를 처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았음을 어니스트가 알아챘다. 그리고 목격했다. 형이 그를 죽이는 것을.. 그리고 경찰에 제보했다. 그 일로 형은 교도소에 갔고, 어니스트는 가족들에게서 소외되었다. 그런데, 형이 돌아온다. 눈덮힌 휴양지에 모여서 형을 맞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한 남자가 동사한채 발견된다. 기도에 재로 막인채... 마이클은 커다란 트럭을 타고 휴양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출소한다던 형 마이클은 전날, 출소했다. 그리곤, 변호사인 새아버지를 외면한채, 동생 어니스트를 변호사로 선임하며, 건조실에 감금된다. 왜 형은 자신을 선임했을까...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실종, 3년전 형이 저지른 사건의 진실과 오래전부터 커닝햄 가족에 비밀들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초반에는 이 이야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가닥을 잡기가 힘들었기 때문일테다. 하지만 진실이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워진다.

같은 핏줄이라고 해서 가족인 건 아니다. 당신이 누구를 위해 피를 흘릴 것인가가 가족을 결정한다.(p.477)

어니스트의 가족은 재혼가정이다. 형을 교도소에 보낸 결정적 역할을 했던 어니스트를 외면한 어머니를 보거나, 의붓누이인 소피아와 더 친근한 어니스트를 볼 때, 소피아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 말이 더 씁쓸하게 와닿았다. 요즘 시대를 잘 반영한 이야기 같아 어딘가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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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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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도 그렇고, 책소개를 얼핏보고 나서 대리기사를 뛰다가 사건에 연루되는 이야기인줄 알고 있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네.. 물론 시작은 그것이지만, 험난한 세상의 이야기임은 분명한 것 같다.

자동차 잡지 기자인 유찬은, 전 직장 선배가 운영하는 대리운전 회사에서 가끔 슈퍼카의 대리 운전을 한다. 나는 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슈퍼카를 운전하는 묘미를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유찬은 신차 리뷰를 써야 했지만, "부가티"를 운전할 수 있다는 말에 서둘러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 곳에서 만난 이는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정이준이었다. 유찬은 처음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준이 먼저 알아봤고 집에서 가볍게 한 잔할 것을 제안했다. 술을 마시다 잠이 들고, 다음날 느즈막하게 일어난 유찬은 죽어 있는 이준을 발견한다. 현장에 있었던 유찬은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이준의 죽음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나왔지만, 그의 몸에서 왜 발견되었는지 알 수 없는 마약 성분 때문에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그리고 유찬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2년이 흐른 어느날, 선배의 도움으로 유찬은 '위너'의 이한경 사장의 수행기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꽤 대접이 좋은 위너에서 유찬은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유찬의 전직 수행기사들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고, 오전 수행기사로 일하던 박실장은 사라진다. 마음 한켠으로 불안함을 느낀 유찬은 점차 사장의 신임을 받게 되고, 위너가 큰 투자를 받은 직후, 사장이 어느날 프로포폴 중독으로 의식을 잃을채 발견된다. 사장의 부재로 유찬을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전무는 유찬을 대기발령 상태로 유지시키고,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려고 한다.

이 소설을 통해서, '그들만의 세계'에 마치 소모품으로 사용되는 사람들의 일상을 체험하게 되었다. 나도 소모품에 속하겠지만.. 또한,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게 참 씁쓸했다. 특히나, 유찬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시점에서 에필로그가 '레드 라이트'와 '그린 라이트' 두가지로 나뉜다.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 유찬의 모습은 똑같지만, 정의를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만 나뉘어지지만.. 만약의 나라면 '레드 라이트'의 에필로그를 선택할 것만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의 많은 일을 겪다 보니.. 아무래도 세상과 타협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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