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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 - 스웨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8
울프 닐슨 지음, 임정희 옮김, 에바 에릭손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5월
구판절판


한 해가 가는 게 아쉬웠나 보다. 이 새벽에 잠에서 깨다니.......

어제 김근태 님이 돌아가셨다. 민주화 운동 때 그를 고문했던 형사는 목사가 되어 교인들에게 " 한 점의 부끄럼도 없고, 오히려 그 때 더 많은 간첩을 잡지 못한 게 아쉽다." 며 간증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자신의 고문 때문에 한 명은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며 생을 마감하는데 자신은 한 점 부끄럼이 없다니....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없는 세상이다.

어린이책에 장례식이라니? 좀 그렇다 싶지만 이 그림책은 죽음에 대해 쉽고, 밝게 접근하고 있다. 어느 날 무료해진 에스테르와 나는 에스테르가 발견한 죽은 벌 하나를 통햬 색다른 놀이를 하게 된다. 바로 장례식 놀이이다.

씩씩한 에스테르는 삽을 들고, 시를 좀 쓸 줄 아는 나는 연필과 종이를 들고 벌을 묻어줄 곳을 찾아 간다. 벌이라서 별 다른 공간이 필요할 것 같진 않지만 제대로 장레식 놀이를 하려면 장지를 찾아 나서야지.

그렇게 둘은 벌의 장례식을 치러 주고, 시도 읊어 준다.

" 손 안의 어린 생명이
갑자기 사라졌네.
땅속 깊은 곳으로."

동생까지 합류하여 셋이서 또 다른 동물들의 시체를 찾기 시작한다. 호기심 많은 동생 푸테는 자신도 죽느냐며 묻고, 인간도 언젠가는 다 죽는다고 쿨하게 대답해 준다.


숲 속에서 쥐 시체를 발견한 아이들은 셋이서 함께 나무 십자가도 만들어 제대로 된 무덤을 만들어 준다. 물론 쥐를 위한 시도 잊지 않고.....

아이들은 본격적인 장례회사를 차리기로 하고, 그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마련한다. 역시 창의적인 아이들이다.

푸테가 가진 상자 속의 준비물들을 살펴보시랴. 기가 막히다.

난 언제 어떤 식의 죽음을 처음 마주하였던가! 기억을 찾아가 본다.

대학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을 처음 목격하였다. 임종하시는 것을 보진 못했지만 염하는 것을 비롯하여 모든 장례 절차를 다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처음으로 죽음을 내 목전에서 마주하였다. 그전까지 실체로 다가오지 않고 추상적으로만 생각되던 죽음을 실감한 첫번째 죽음이었다. 대학 때부터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라서 돌아가시면 눈물이 안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7호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왜 그리 하염없이 눈물이 나던지.... 잘해 드리지 못한 점들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죽음 이란 게 이렇게 남는 자에게 한없이 후회를 안겨다 주는 거구나! 그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진리이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려야 하는데...매번 또 까먹는다.

아이들은 친구의 햄스터를 고이 묻어주고 그 댓가로 돈을 받기도 한다. 이 점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였지만 어차피 재미와 놀이로 시작한 것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아이들은 작은 벌 하나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수 많은 동물들의 죽음을 마무리 해주고, 더 큰 동물들에 욕심을 내기도 한다. 아이들의 이 장례식 놀이가 언제까지 계속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어른들이 하지 마라고 하면 더 하니까 자신들이 스스로 질릴 때까지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좋을 듯하다.

죽음을 마주 대한다는 것. 두려운 일이다. 누구도 죽음 앞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거다.
연달아 북한의 김정일, 김근태 님의 죽음을 보면서 우린 무한의 권력자도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음을 다시 깨닫게 되고, 좋은 사람들은 왜 이리 빨리 하늘 나라로 가나 허망해지기도 하다. 김근태 님은 예전에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후보에 나오셔서 선거 유세 다니실 때 뵌 기억이 난다.영정 사진이 너무 잘 나와 눈이 부셨다. 그런데 빈소까지 찾아가 난리 치는 사람은 도대체 뭐냐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부디 하늘에서는 고통 받지 않으시길.

인간은 그가 떠나고 난 뒤 뒤에 남은 사람들이 그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느냐가 바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라고 흔히들 말한다. 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나마 인생을 잘 살아온 방증일 게다. 세밑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만들어 준 동물들의 무덤이다. 그나마 이 동물들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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