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호의 옷감 - 생활 고구려 이야기 그림책
김해원 지음, 김진이 그림 / 창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 전 사뒀던 고구려 그림책 시리즈가 지금 와서야 빛을 보고 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에도 고구려 관련 그림책을 읽어줬다.

읽어주기 전, 왜 하필이면 고구려 그림책일까 생각해보자고 질문을 던졌다.

지금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백제, 신라는 우리가 언제든 가고 싶을 때 둘러볼 수 있지만

고구려 문화는 그렇지 못하다.

아쉽게도 고구려 문화는 북한과 중국에 있기에 우리가 맘놓고 둘러볼 수가 없다.

그래서 창비에서 고구려 그림책을 내놓은 게 아닐까 싶다고 내 의견을 말해줬다.


지난 번 삼족오에 대한 배경 지식과 더불어 

이제 고려시대까지 노래를 외운 아이들은 역사에 대한 자신감이 팽배해진 상태였다.

게다가 사회 시간에 옛날과 오늘날의 의식주 생활을 배운 터라

전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볼 수 있었다.


이번 이야기도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상상해낸 거라고 한다.

작가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하나의 그림을 보고 몇 백년을 거슬러 올라가 이렇게 애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탄생하다니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매호의 옷감>이다. 고구려의 의생활과 관련이 깊다. 

고구려 벽화 중에서 점무늬 옷을 입고 있는 벽화가 있단다.

분명 전에도 역사 책에서 이 벽화를 봤을 터인데 내가 봐도 정말 새로웠다.

정말 고구려인들의 한복이 점무늬였다. 그 당시 점무늬 옷을 해입었다는 이야기인데 놀랍다.

작가는 이 점무늬 옷감이 어떻게 탄생하였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한다.


매호와 지밀이는 축국을 좋아한다.

매호는 여자아이 지밀이가 자신보다 축국을 더 잘하자 심통을 부린다

지밀이에게 축국을 하자고 부르러 갔지만 지밀이는 이제 엄마한테 길쌈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함께 축국할 사람이 없자 

매호도 염색장이 아버지를 따라 여기저기 염색할 풀을 따러 다니고, 저녁에는 염색을 배우는 일에 전념한다.

시간이 지나 매호는 염색장이로 지밀이는 동네 소문난 길쌈 여인으로 성장한다.

 (이제 씩씩하게 축국을 하던 지밀이의 모습은 볼 수 없다. )

지밀이는 이번 칠석날 길쌈 대회에 나간다고 매호에게 말하며 밤이 되자 직녀에게 꼭 으뜸이 되게 해 달라고 빈다.

지밀이의 비는 소리를 듣고 매호 또한 지밀이가 으뜸이 되게 해 달라고 작은 소리로 빈다.


드디어 길쌈 대회가 열렸다.

28일 동안 길쌈 대회가 진행되었다.

29일 째 되는 날 심사가 있고, 지밀이가 결국 으뜸이 되었다.

매호는 누구보다 기뻤다.

그 길로 으뜸한 지밀이에게 줄 예쁜 옷감을 선물하려고 여러가지 염색을 해 본다.

꼭두서니로 붉게 물들여보고

쪽으로 파란 빛도 내보고

치자로 노란 달처럼 색도 내보고...

하지만 영 성에 차지 않는다.

지밀이에게 특별한 옷감을 선물하고 싶은 매호.

매호는 옷감에 실로 여기저기 묶어 염색을 해봤다.

실을 풀어 보니 여기저기 동그란 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점무늬였다.


그 때 나라에 전쟁이 터졌다.

매호는 점무늬 옷감을 지밀이한테 준 채 전장터로 떠난다.

매호와 지밀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점무늬 옷을 입은 고구려인이 

이렇게 멋진 그림책으로 재탄생하였다.

덕분에 우리 반 아이들은 고구려 사람들의 의생활과 놀이, 시대상황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가슴 아픈 매호와 지밀이의 사랑 이야기는 덤이었다.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고 쓴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다 읽어주고나서 숙제로 독서일기를 써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적어왔다.

" 고구려 여자 아이들은 씩씩하게 축국을 잘했나 보다."

"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 매호가 지밀이를 사랑하는 힘으로 점무늬를 만들어냈다"

" 매호는 참 창의적인 것 같다."

" 고구려 시대 가축을 많이 키웠나 보다. 강아지, 소, 닭 등이 그림책에 보인다." 

" 나도 축국을 한번 해 보고 싶다. 나도 염색을 해 보고 싶다 "

"꼭두서니가 빨간 색, 쪽이 파란색, 치자가 노란색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등등 다양한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압권은 그림책 마지막 장에 삼족오가 보이자 아이들이 환호하였다.

자신이 아는 게 나오니 완전 반가웠단다.

어떤 아이는 내가 자주 하는 말,

"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보다" 이렇게 써놨다. 


우린 고구려의 후손이기도 하니 삼족오처럼, 매호처럼 씩씩하고 창의적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독서일기를 정성스레 써 온 우리 반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1-18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태양의 새 삼족오 - 신화 고구려 이야기 그림책
유다정 지음, 최용호 그림 / 창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우리 반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노래를 가지고 역사 공부를 하고 있다.

노래 속에 나온 인물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이야기식으로 역사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초반에는 여자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하였다.

몇 아이의 역사 배경 지식은 거의 고학년 수준인데

나머지 아이들은 배경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특히 여자아이들이 그랬다. 남녀차가 꽤 심하다.

어떻게 하면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일까 궁리하다 이 그림책이 떠올랐다.

역사 관련 그림책을 읽어주면 없던 관심이 몽글몽글 생기기 않을까 싶었다.

역시 내 예상은 적중했다.

노래와 함께 역사 그림책을 읽어주니 역사에 별로 배경 지식도 없고 흥미 없던 아이들이 서서히 발동이 걸리기 시작하였다.

노래가사 암기도 힘들어 하던 아이들이 2절까지 완벽하게 암기했다. 

점점 더 아는 것이 많아지니 스스로 기뻐하는 것을 보고 나 또한 뿌듯하다. 


<태양의 새 삼족오>는 고구려 벽화에 자주 그려진 삼족오에 대한 탄생 설화를 새롭게 쓴 이야기이다.

내가 삼족오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 드라마 <주몽> 때문인 듯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겨우 10세에 삼족오에 대해 아는 것이니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삼족오"를 풀이하자면

세 개의 다리를 가진 까마귀라 할 수 있겠다.

왜 이 삼족오가 고구려를 상징하는 새가 되었을까?

자!  지금부터 저 먼 옛날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 보자.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하늘나무에 하늘닭이 살고 있었다.

하늘닭의 울음이 동쪽 뽕나무까지 닿으면 바다에서 해가 떠올랐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는 평화로운 시대였다.

어느 날, 서쪽에서 사람 얼굴을 한 부혜가 나타나기 전까진 그랬다.

부혜는 밤에만 활동을 하는데 " 부혜, 부혜, 부헤" 우는 소리가

사람들 귀에는 "싸워 싸워 싸워" 로 들렸다.

사람들은 밤에는 부혜 울음 소리에 싸우다

다시 해가 뜨면 평화로운 삶을 살곤 하였다.

부혜는 그게 싫었다.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며 서로 싸우길 바랐고, 자신이 어둠의 지배자가 되길 바랐다.

이를 안 하늘닭은 부혜를 저지하였고 이에 분노한 부혜는 호시탐탐 하늘닭을 없애려고 기회를 노렸다.

결국 부혜는 하늘닭의 눈을 할퀴고 하늘닭은 그만 저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이제 부혜의 세상이 되었고 사람들은 " 부혜 부혜 부혜" 라는 소리를 듣고

부혜의 소원대로 서로 싸웠고

급기야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났다.


한편, 부혜에게 눈을 공격당한 하늘닭은 눈이 보이지 않아 몸을 가눌 수 없었으나

세상이 지옥으로 변한 것을 보고 온 힘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동쪽으로 나아갔다.

만신창이가 된 하늘닭을 다른 새들이 하늘나무 위로 올려주고

하늘닭은 도와달라고 하늘님을 향해 소원을 빈다.

이에 하늘은 황금빛 깃털과 함께 세 다리를 내려준다. 드디어 삼족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까마귀는 아니다.

다시 맞붙게 된 하늘닭과 부혜의 두 번 째 대결은 과연 어떻게 될지...


이 그림책을 다 읽어주고 삼족오를 따라그려 보자고 하니

아이들이 아주 즐겁게 따라 그렸다. 

심지어 자신의 일기장에 삼족오를 그린 아이도 있었다.

그림책의 힘은 참 위대하다.

얼마 전까지 고구려, 주몽, 삼족오에 대해 전혀 모르던 아이가

노래와 그림책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3학년은 역사에 관심이 대부분 없고, 배경 지식도 전무한 시기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스스로 역사관련 책을 찾아 읽고 어마어마한 지식을 갖고 있는 아이도 있다.

아이의 역사 배경지식 차이가 정말 엄청나다. 

초등학교 5학년 가서 역사 부분이 나오는데

그 때 가서 이 방대한 역사를 공부하려면 많이 힘들고

주먹구구식, 수박 겉핥기, 암기 위주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도 수퍼남매를 키우고 있지만

엄마가 역사책 좀 읽어라 해도 엄마 말은 정말 죽어라 안 듣는다.

나도 두 아이 모두 실패한 케이스이다.

큰 애는 3학년 때쯤 삼국유사,삼국사기 그림책으로 역사에 대한 흥미를 높여보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작은 아이도 집에 역사관련 그림책이 진짜 넘쳐나는 데도 아직 데면데면이다. 

딸은 그나마 중2 때  좋은 국사 선생님 만나 즐겁게 배우고 있어 다행이다 싶고,

아들은 초4인데 이번 겨울 방학 때 역사 관련 책을 함께 공부하려고 한다.

내 경우처럼 부모가 아무리 권해줘도 아이들은 제 취향대로 독서를 한다.

부모니까 그런 듯하다. 

자기 취향대로 독서하는 게 나쁘진 않지만 두루두루 다양하게 읽었으면 하는 게 어른의 바람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선생님 말을 잘 듣는 이 시기에 

교실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하자하면

좀 달라진다. 왜 ? 선생님이 함께하자고 하니까.

어렵고 지루하지 않게 놀이식으로 하면 서서히 즐겁게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읽히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읽어주라는 말이 통한 듯하다.

역사공부도 그림책부터 한 걸음 나아가면 아이의 역사의식이 새싹처럼 파릇파릇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 역사는 지루하고 힘든 거야' 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15-11-1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아이들이 역사에 힘들어 한다는 소릴 간간이 들었어도 아이들 나름이 아닐까?싶었는데 저희 딸들 보니까 그럴 소지가 다분하더라구요
큰아들과 넘 다른~~ㅜ
그래서 좀 걱정이네요ㅡㅡ
이책은 한 번 찾아 읽혀야겠군요^^

수퍼남매맘 2015-11-13 19:28   좋아요 0 | URL
여자애들이 남자보다 역사에 관심이 늦게 찾아오더라고요.
고학년 가르칠 때도 역사 이야기 나오면 저랑 맞장구 치며 떠드는 아이는 대부분 남자애들이에요.
다른 것도 그렇지만
역사는 배경지식 차이가 엄청 많이 나더라고요.
이 시리즈 세 권인데 참 좋아요. 강추합니다.

2015-11-18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권정생 문학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제자가 이 그림책을 빌려줬다.

그림책이라서 만만히 봤다가 글밥에 놀라고, 심오한 내용에 또 한 번 놀랐다.

역시 권정생 작가님이구나 싶었다.

동화가 마치 시 같다.

 

그림책 작가는 권정생 작가의 <길 아저씨 손 아저씨 >그림을 그린 김용철 작가다.

전작과는 그림 스타일이 많이 달라 같은 작가 맞나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전작은 동양화의 느낌을 오롯이 담아 여백의 미를 느꼈다면

후작은 서양화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고, 훨씬 강렬하고 화려하다.

약간 환타지 느낌이 강한 내용 때문에 그림 스타일도 그에 맞게 변한 듯하다.

 

똘배는 나무에 친구들과 함께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어느 날, 돌이가 먹음직스런 똘배를 한 입 베어물더니

맛 없다며 던져 버렸다.

똘배가 추락한 곳은 시큼털털한 냄새 나는 시궁창이었다.

빛나던 똘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남은 거라고 거지 같은 모습 뿐이었다.

그런 똘배를 향해 실거미가

" 넌 곧 여기서 죽게 될 거야.  이 시궁창에서 살아 나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며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해댄다.

한 순간에 이렇게 인생이 역전되다니....믿기지 않는다.

낙심한 똘배에게 아기 별님이 나타나 달나라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날개를 달고 아기 별님을 따라가는 똘배.

은하수를 건너고, 견우와 직녀가 오랜 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모습에 살짝 자리를 비켜준다.

드디어 달나라에 도착해 보니 계수나무가 서 있고, 토끼들이 부지런히 각자 뭔가를 하고 있다.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마침, 똘배의 머리에 달나라에 도착한 우주인이 떠올라 아기 별님에게 물어본다.

그러자 아기 별님은 선문답 같은 말을 한다.

한 쪽 눈을 가리고 다시 달나라를 보라고 말이다.

한 눈으로 보는 달나라의 모습은 어떠하길래....

 

아기 별님과 달나라를 구경하고 온, 똘배의 처지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시궁창에 빠져 있고, 몸은 서서히 물러져 가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게 분명 있다.

시궁창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권정생 작가는 <강아지똥>에서처럼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더럽고 퀘퀘한 냄새 나는 시궁창 또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울러

세상의 이면을 보는 눈,

다시 말해 양지와 음지를 함께 바라보는 눈을 가지라고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시궁창에 있어 낙담하고 있는 똘배에게 아기 별님이 하는 말이다.

권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시궁창도 가장 귀한 영혼이 스며 있는 세상의 한 귀퉁이란다.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0-20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0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빤쓰 키다리 그림책 31
박종채 글.그림 / 키다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닝구와 빤쓰 바람의 아이가 목에 빨간 보자기를 슈퍼맨처럼 두르고 강아지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다.

보름달이 휘어청 뜬 밤에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철수는 아홉살이며 7형제 중의 막내이다.

막내라서 맛있는 반찬도 못 먹기 일쑤고

학용품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물건을 물려받는다.

내일은 신체검사가 있는 날,

다라이에 물을 가득 받아 목욕을 오랜만에 한다.


신체검사 날이다.

선생님은 "빤쓰만 남기고 모두 벗어"라고 말한다.

그 말에 동철이가 쭈볐댄다.

노 빤쓰란다. 바지 입고 하라고 허락하신다. 

" 선생님 저도 바지 입고 하면 안 돼요?" 철수도 한 번 애원해 보지만

"꾀 부리지 마" 라는

선생님의 호통만 돌아온다.


아이들이 하나둘 빤쓰차림이 되자 철수도 용기를 내어 바지를 벗는다.

그 때 날아오는 아이들의 비웃음과 놀리는 소리....

철수 빤쓰에 빨간 리본이 달렸던 거다.


집에 오는 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엄마한테 괜히 짜증을 부리고 학교 가기 싫다고 떼를 쓴다.

다음 날, 엄마는 철수에게 강아지 무늬가 있는 멋진 새 빤쓰를 만들어주신다.


알라디너 서재에서 이 그림책을 보고 도서실에 가서 찾아보니 있어 읽어봤다.

2학기 동료장학이 있는데 이 그림책으로 수업 준비를 하면 되겠다 싶었다.

수업을 보러 오시는 동료 교사에게는 어릴 적 추억을,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실은 할아버지 세대) 학교 생활에 대한 이해를 제공할 듯하였다.

공개 수업은 수업자, 학습자, 참관자 모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러기에 책읽기 수업이 안성마춤이라고 생각한다. 


하교 지도하면서

" 얘들아, 1학기와 2학기 공개수업 중에서 어떤 책이 더 재미있었어요?" 물어보자

" 2학기요" 라고 답한다.

빤쓰, 다라이, 난닝구 같은 재밌는 말이 등장해서 그런가! 아님

빤쓰 차림으로 신체검사 받는 장면이 있어서 그런가!

아무튼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는 그림책임에는 분명하다. 


가난하고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이지만

그 때도 엄마의 사랑만큼은 지금 못지 않았던 듯하다.

노 빤쓰라고 하는 동철을 보듬어주는 선생님의 사랑도 그렇고 말이다. 

하굣길 속상해 하는 철수를 위로하며 노 빤쓰였던 동철이가 

" 바보들, 빤쓰가 뭐가 그렇게 중요해?" 라고 말한다. 

맞아! 맞아! 맞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5-09-16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자로부터 몇년 전에 그림책 만들기를 배웠답니다. 그러니까 저의 선생님이시지요. 제가 별로 잘 하는 제자는 아니었지만요.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본인의 경험담이라고 하셨어요 ^^

수퍼남매맘 2015-09-17 07:29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셨군요.
역시 저자의 경험담이라서 이야기가 맛깔스러웠군요.
이 분의 다른 책이 하루속히 나왔으면 좋겠네요.
님에게도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2015-09-17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8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온양이 - 흥남부두의 마지막 배, 온양호 이야기
선안나 글, 김영만 그림 / 샘터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주 목요일은 6.25가 들어있어요. 메르스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기억하고 계시죠?  1950년에 한국전쟁이 일어났으니 벌써 65년 되었네요. 그 때 태어난 아기는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겠네요. 이 날이 빨간 날도 아니니까 어른이 굳이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모르고 지나가기가 쉬워요. 하여 그 날 읽어줄만한 그림책을 2권 뽑아서 메신저로 본교 선생님들께 소개해 드렸더니 몇 분이 반 아이에게 읽어주시겠다며 책을 빌려갔습니다. 저로선 매우 기쁘죠.  부디 많은 교실에서 선생님의 책 읽어주는 소리가 들렸으면 합니다.

 

  달력을 보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날이 꽤 있습니다. 국경일 뿐 아니라 식목일을 비롯해서 여러 날이 있죠. 전 주로 그림책을 이용해 계기 교육을 하곤 하는데 효과 만점이에요. 그림책 뒤에 부록으로 그 날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은 조곤조곤 읽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참 쉽죠 잉~~?

 

  이번에 소개할 책은 <온양이>라는 책이에요. 고양이도 아니고 온양이? 이름이 조금 이상하죠. 이 그림책은 6.25 전쟁 때 마지막 피란선이었던 온양호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 흥남부두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전 그 영화를 보지 못 했네요. 

 

  6.25 전쟁이 발발하고, 수세에 몰렸던 남한이 유엔의 도움으로 수도를 탈환하게 됩니다. 그 여세를 몰아 북으로 진격하여 올라갔을 때, 인해전술로 내려온 중공군 때문에 또 한 번 난리가 나죠. 이에 북한 사람들은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남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저희 친정 엄마 고향이 평양이거든요. 얼마 전 엄마 집에 갔을 때  엄마한테 물었죠. " 엄마, 근데 엄마는 왜 평양에서 피난 나왔어? "  엄마는 1.4 후퇴 때 피난을 왔는데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내려오면 북한에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인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가족이  고향을 등지고,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고 합니다. 평양에서 부산까지 도대체 얼마 동안 걷고 또 걸었을까요? 추운 겨울에 이고지고,,,  어릴 때부터 엄마 피난 나오는 이야기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는데 왜 피난 나왔는지는 이번에 처음 물어봤네요. 

 

  함흥에 살던 명호 가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함흥이 불바다가 될 거래요.  중공군의 인해 전술에 밀려 미군이 후퇴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미군 철수가 끝나면 폭탄을 떨어뜨린다는 소문이 있어요. 일본에 떨어진 것과 같은 원자 폭탄 말이에요."

친정 엄마가 들었다는 소문과 흡사합니다. 이런 소문에 휩싸여 북한 주민들은 오래된 고향을 등지고, 가족과 헤어진 채 힘든 피난 길에 오르게 됩니다.

 

  소문을 들은 명호 할아버지는 늙은 자신은 놔두고, 명호와 동생, 명호 엄마를 피난 가라고 합니다.  명호 아버지는 전쟁터에 가 계신 지 몇 달 째입니다. 그렇게 명호 가족은 피난 행렬에 오릅니다. 엄마는 만삭이었습니다.

 

  명호 가족을 비롯한 피난민들은 남으로 가기 위한 배를 타려고 흥남 부두로 향합니다. 때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나흘 만에 흥남 부두에 도착하니 정말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서로 배에 타겠다고 아우성 치는 사람 틈 속에서 명호는 만삭인 엄마와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배에 타기 전 표검사를 하는데 국군 가족, 미군을 도운 사람들, 기독교인을 먼저 태웠다는 이야기가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 때도 역시 배에 타는 우선 순위가 있었나 봅니다. 서로 타겠다고 난리 치는 바람에 "바다에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닫히는 선수 문에 끼어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고, 부모 형제와 헤어져 울부짖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라고 그 때 상황을 전해줍니다. 바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죠.

 

  죽기 살기로 배에 오르는 모습은 친정 아버지로부터 여러 번 들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친정 아버지도 추운 겨울에 혼자 피난을 나왔다고 합니다. 그 때도 이처럼 서로 배를 타겠다고 서로를 올라타고 , 앞 사람을 밟고 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 죽었구나!"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있는 힘을 다해 그 얼음물을 뚫고 헤엄쳐 겨우 배에 올라탔다고 하시더군요. 이야기 듣다 보면 영화가 따로 없어요. 부모님은 그 때 피난 나온 것을 마치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세요.  왜 안 그러시겠어요.  그나마 엄마는 온가족이 피난 나왔지만 아버지는 혈혈단신 혼자 남으로 내려왔으니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이렇게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피난민을 태웠던 역사적 사건을 "흥남철수 "라 하고 그 마지막 피란선의 이름을 "온양호"라고 합니다. 명호의 가족은 다행스럽게 온양호에 탔습니다. 만삭인 어머니는 그 곳에서 아이를 출산하였답니다. 명호의 할아버지처럼 수염이 햐얀 할어버지가 " 다시는 이리 모진 추위 겪지 말고 따뜻하고 환하게만 살아라" 며 아기에게 "온양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온양이는 온양이가 타고 온 배의 이름과도 같지요. 그러고 보니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네요. 

 

  온양이가 살아 있다면 지금 65세가 되었겠네요. 이름처럼 따뜻하고 환하게 잘 살았을까요? 북에 두고 온,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만났을까요? 온양이처럼 정든 고향,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남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또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생사도 모른 채 지내는 이산 가족이 지금도 있습니다. 6.25 전쟁으로 인해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때 돌아가신 분의 유골을 아직도 찾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그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이에게 6.25에 대해 알려줘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6-23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23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