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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ㅣ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차가운 밤』을 읽고
“나는 소설을 입신을 위한 방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소설을 내 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길 뿐이다. 나의 창작 여정은 내 삶과 일치한다. 내 작품은 직접 독자에게 호소하는 것으로, 널리 읽혀서 광명에 대한 사랑과 암흑에 대한 증오를 일으키기 바란다. 그리고 사명을 다한 후 시간이 흐르면 잊히길 바란다.” 의 저자의 말처럼 역시 위대한 작가는 뭔가 다른 것 같다. 인기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진실의 이야기를 자신의 마음에 담아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루쉰, 라오서와 함께 중국의 3대 문호로 꼽히고, 격동하는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현대 문학사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1944년에 쓰기 시작하여 1946년 말에 완성한 작품으로, 바진 최후의 장편소설이다. 이 시기의 중국은 일본과의 간헐적인 교전, 소규모, 지역적, 다양한 이유로 전투를 벌이다가 1937년 이후로 두 나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일본 천황의 연합군에 항복과 함께 1945년에 전쟁은 종결되었다. 바로 이 전쟁 속에서 저자는 소설을 쓰고 완성해냈는데 이 작품도 이러한 시대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 즉 한 지식인의 가정에 빗대어 전쟁이 초래한 빈곤과 사상의 대립으로 파멸되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왕워쉬안이다. 그는 늙은 어머니와, 아들, 정식으로 혼인하지 않은 아내와 살고있었다. 그는 대학교육도 받고, 미래의 교육 사업을 설계했었지만 전쟁은 그에게서 지금껏 해왔던 것을 모조리 빼앗아 가버렸다.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집안의 가장인 왕워쉬안은 어깨가 점점 무거워진다. 또한 아내는 대학교육을 받은 현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는 고지식하고 가부장제도의 전통을 너무 깊게 간직하고 있다 보니 고부간의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서 왕워쉬안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유부단한 자세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울리는 경계경보에 생활은 불안함과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하루하루 생활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따뜻함이 없는 공간, 유약한 남편, 완고하고 보수적인 어머니와 함께하는 생활은 자신이 추구했던 것하고는 너무나 달라 그녀를 힘들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다니던 은행에서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 보내고 나서는 더욱 더 병이 악화된다. 그리고 최후를 맞게 된다. 그즈음 일본과의 전쟁도 승리로 끝나게 되지만 그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이렇게 한 가족의 행복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받은 고등교육의 기회를 요긴한 데 쓸수 있을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전쟁은 이 지구상에 영원히 없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