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김영랑의 시가 떠올랐다. 한국인 독서가라면 몇 소절쯤 외우고 있을 법한 시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떠올라서 기묘한 기분이었다. <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의 모든 목차에 어울리는 구절을 뽑아 보자면 "나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 되겠다.책을 통해 접한 청두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청두는 사람이 모여 도읍을 이루었고 지금은 쓰촨 대지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재건되는 도시...라고 한다. 대도시치고는 한적한 분위기며 사적과 문화적 욕망이 가득하고,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들르는 곳마다 맛집이라 유별난 맛집이 없는 곳. 자연은 절경이며 역사의 굴곡이 아롱지는 땅. 이 땅을 숱한 문인이 스쳐 지나갔고 장군은 옛 재상의 출사표를 벅찬 마음으로 흘려 쓴다. 여성에게 문자와 배움이 허락되지 않던 시기, 이 땅의 여자들은 자립할 언어를 만들어 냈다.장마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구비구비 풀려나와서 읽는 동안 아주 즐거웠다. 저자의 입담이 남달랐다. 오독에 대해 고백하는 부분과 음식에 대해 열광하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었다. 음식! 음식에 대한 묘사 정말 대단하다. 침을 꼴깍 삼키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걸 먹기 위해 당장 청두로 떠나고 싶대도 과언이 아니다. 나 또한 청두행 비행기표를 확인해 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청두에 갈 그 날까지 찬란한 슬픔의 봄을 견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