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어요. 좋네요. 이제 퇴고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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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눈은 번쩍 떠졌지만 나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이불 바깥과 대비되게끔 이불 밑에 쌓인 따뜻한 공기에 조금 둘러싸여 있고 싶기도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제 나도 이불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는 꿈없이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허전해서이기도 했다. 마지막 꿈을 통해 스스로 많이 배운 것만 같아 기분은 좋았지만 배운 것이 뭔지 아직 확실히는 없었다. 오늘 스케쥴을 죄다 비워놓고 조금 있다 생각을 해봐야 것만 같다. 아마 저녁즈음에 맥주나 하면서? 오늘 안에 정리해야 일들을 해낼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핸드폰을 다시 구해야 했고, 옷도 다시 구해야만 했다. 스피커도 왠만하면 다시 구하고 싶었다. 눈을 천천히 반복적으로 깜빡이면서 천장만 바라보며 그런 생각들만 계속 해냈다. 혜경. 혜경 생각이 났다. 그녀에게 달려가야만 했다. 제프 말마따나 설령 그녀의 입에서 차가운 대답만 튀어나오더라도 내가 엎어버린 일을 그녀에게 죄다 씌울 수는 없기에 끝을 내야만 했다. 그녀에게, 그렇게 착하고 아름답기만 그녀에게 이렇게 안좋기만 엔딩을 권유하기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얼른 일어나서 씻고 어제 입었던 옷을 그대로 걸쳐입고 그녀에게 달려가야만 했다.  나는 침대에서 삐끄덩대는 상체를 일으켜 세워 기지개를 길게 폈다. 그리고 침대 밖으로 몸을 데리고 나와 이불을 갰다. 생각을 죽였다. 어설픈 생각들을 죽이고 지금 내가 하기로 ,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불을 개는데 굳게 닫힌 창문 밖에서 조금은 다른 기운이 느껴져서 창에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이중창을 순서대로 열어내고 바깥을 보니 바깥 거리엔 눈이 소복히 쌓여있었고 하늘에선 엄지손톱만한 눈들이 나풀거리며 내려앉고 있었다. 창틀에 팔을 올리고 바깥을 가만히 바라봤다. 평화롭게 내리는 결정체들을 바라보면서 숨을 쉬어보니 근사한 입김도 나왔다. 겨울이었다. 기분이 묘해졌다. 자동적으로 흐르는 눈물과 미소를 주체할 생각도 없이 그렇게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바깥 풍경을 쳐다보고 있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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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텐트에서 누군가가 조심스레 나왔다. 얼굴에 털이 북실북실난 아랍인이었다. 그는 조심스레 텐트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조심스레 다시 문을 잠그고 짐을 챙겨메고 앞으로 걸었다. 내가 봐온 바로는 여정을 시작할 당시 그들에겐 텐트가 뿐이었으므로 지금 아랍인에겐 텐트가 없단 뜻이 되었다. 하지만 사막처럼 뵈는 살을 발자국씩 묵묵히 걷는 그의 표정엔 텐트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도 상실된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에겐 같이 걸었던 동료들과, 걸으면서나 쉬면서나 간간이 느끼던 재미, 그리고 가족을 있다는 희망 모든 것을 잃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표정을 짓고 걷고 걸었다. 표정이라함은 입꼬리나 눈꼬리가 내려가 있거나 눈물을 흘리고 있다거나 울상을 지은 표정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마냥 표정이었다. 분명히 뚜렷한 이목구비는 보이지만 자꾸 위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백지가 겹쳐 보일 정도로 . 나는 그에게 어떤 식으로든 위안의 마디라도 던져주고 싶었지만 차마 지금 안에 갇혀있는 상태론 그러질 못했다. 속으로 그를 응원하는 수밖엔 없었다.

그렇게 그는 걷고 걷기만 했다. 텐트가 따로 없어 시간이 되면 가지고 있는 짐을 풀고 덮을 만한 것들을 위에 올리고 앞에는 불을 피우고 잤다. 사막에 심한 일교차로 그는 일어날 때마다 얼굴이 새퍼래지고 몸은 덜덜 떨고 있었지만 그렇게 그는 걷고 걷기만 했다. 그의 모든 신체 부위는 오직 자동으로 역할이 입력되어 오직 걷는데에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만 신경쓰는 것만 같았고 오직 앞을 바라보는 그의 눈만 우직하게 심지를 태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동양인이 선물로 털모자는 히잡 위에 걸쳐 씌웠다. 매일 아침 동상에 걸려 얼어 죽고도 남아야 그였지만 그는 밤에는 추위에, 낮에는 더위를 이겨가며 걷기만 했다. 모든 것이 그가 그렇게도 찾던 의미를 찾기 위해서였다. 얼른 그의 옆에가서 이건 단지 몸일 뿐이라고, 당신의 몸과 같은 몸이라고 소리치며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설령 그게 가능했다고 해도 저런 눈빛을 지닌 사내에게 그런 말이 먹힐지 또한 의문이었다.

또다시 창밖에서 태양은 예고없이 번이고 ,, 하고 무색하게 흘러갔고 나는 아직도 적응이 시간배치에 넋을 놓고 오른쪽 눈으로 바깥을 바라보다가 잠시동안 혼자 외로이 걷는 인도인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해가 지고 뜨는 것을 그치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인도인을 찾아 왼쪽 시야를 열심히 움직였다. 겨우 찾아낸 이젠 자연치레 주름이 자글자글한 육십대의 얼굴과 건강한 몸뚱아리를 지닌  그는 바로 밑에서 낑낑대며 올라오고 있었다. 설산을 오르듯이 무슨 갈고리 따위의 것을 양손에 쥐고 발짝씩 위로 올라가는 그의 모습은 힘겨워보였다. 밑에 드문드문 자란 부근을 겨우겨우 올라타던 그는 위에 갈고리를 잘못 짚고는 떨어질 했지만 깊게 속에 박힌 왼쪽 손으로 짚고 있던 갈고리에 지탱해 겨우 다음 발자국을 이어갔다. 

저러다 피부는 어떻게 하라고,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그의 상황도 상황이었고 이것은 꿈이라는 생각이 금방 인식되어 그냥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클라이밍을 계속하던 그는 겨우 끝에 마지막으로 갈고리를 박고 발을 위에 디뎌 몸을 위로 끌고 올라갔다. 끙차, 하고 위로 겨우 올라간 그는 얼굴을 새도 없이 바로 주저앉아 거친 숨을 여러 차례 쉬었다. 팔로 겨우 그의 주저앉은 몸을 지탱하던 그는 숨을 겨우 고르고 드넓은 얼굴을 바라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한 입을 벌린채로 가만히 자세를 유지했다. 

하긴 그럴만도 했다. 젖꼭지와 성기를 바라보며 감탄하던 그였기에 , 비뚤어진 , 듬성듬성 수염, 성에 눈을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여드름, 그가 앉아있는 위치에선 보일지 모르겠는 쪽에만 꺼풀이 져있는 짝눈, 듬성듬성난 눈썹 그리고 이마에 뜬금없이 여드름과 머릿카락까지. 자신에게도 있는 너무 당연한 몸이란 것을 모르고 보면 같아도 까무라치게 놀랄 같다고 생각하며 그의 벙찐 표정에 자연스레 공감이 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는 입을 둘러보기도 하고 듬성듬성 콧수염 주변을 며칠간 살피기도 하고 그에게 있어 년이 있는 시간동안 콧구멍 안을 탐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볼에 활짝 열린 모공 안과 밖을 맘껏 보며 신나했으며 안에도 들어가 반신욕도 하고 눈썹도 봤다. 년에 걸쳐 속에서 시간을 보내던 그는 다시 볼을 따라 쪽을 향해 걸었다. 그의 표정은 참담하고 시무룩하기만 했다. 말할 사람이 주변에 없기도 하고 애초에 그는 혼잣말을 즐기는 성격이 못되는 사내였기에 속사정은 알기 힘들었지만 아마 그가 찾는다는의미 구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그는 귓속에서 건진 귀지 조각으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한발자국 걷고 걸어 년은 지나버린 몰골로 검은 머릿카락의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안에서 그는 마치 어두운 대나무 속에 덩그러니 놓인 사나이처럼 어벙한 표정으로 걷고 걸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불을 채로 그가 찾고 있던 것을 찾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치 그가 찾는 것을 발견해내기 전에는 쉽게 눈을 감아주니 않을 모양으로 그는 부들거리는 몸을 이끌고 앞으로만 나아갔다. 걷고 걷던 그는 변화없이 머릿카락만 줄지어 서있는 머리 위를 걸어내다가 정수리 즈음에 도착해 마침내 바닥에 쓰러진 채로 숨만 겨우 쉬어댔다. 그는 맥이 빠진 몸으로도 쌓아놓은 각질을 공격적으로 씹어삼키며 겨우겨우 연명했지만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그는 숨을 거두었다. 그가 숨을 거둔 것은 그의 헐떡이던 몸이 밖의 풍경과 같이 고요해짐을 보고 단번에 알아챌 없었다. 그가 지은 마지막 표정은 혼란스러움 자체였다. 마치 마지막까지 자신이 그리도 갈구하던 질문의 답을 얻은 사람 마냥. 나는 시선을 돌려 앞서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찾은 사람들을 봤다. 그들의 구역은 전보다 훨씬 활성화 되어있었다. 위에 밭이 심어져 있었으며 심지어 예쁘장하게 생긴 꽃들도 군데군데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이 되었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있어야 자리엔 그들 대신 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올려져있었고 그들의 자식들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곳에서 밭을 가꾸어 서로를 위해 지내는 따뜻한 모습을 자아냈다. 

나는 나에겐 하염없이 짧기만 그들의 일생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감상을 정리하던 찰나에 기어코 알람 소리가 울렸고 나는 눈을 떴다. 그렇게 내가 제대로 기억할 있는 마지막 꿈이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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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쉬워 하진 말자고. 친구는 친구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았다 하지않나. 우리도 그럴 있게끔 기도도 해준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 앞길을 함께 걸어나가게나백인은 굳은 결의를 품은 표정으로 동료에게 말했다.

이에 말이 없던 아랍인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래. 친구는 이제 가족도 보고 자리에서 지내면 것이니 걱정은 어서 빨리 거두는게 좋겠어. 어서 우리에게도 하루빨리 우리가 찾는 의미에 닿아야 텐데 말이야.” 말을 끝으로 둘은 말없이 묵묵하게 걸음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여정의 초반에는 깜짝 놀라며 신기해 했을 이상하게 생긴 모공, 각질, 털이 있어도 그들은 그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걷고 걸었다. 더이상 정취를 느끼지도 -- 물론 내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보잘 없는 뷰이지만 -- 감상같은 것을 위해 쉬어가는 것도 줄여가며 앞으로만 계속해서 나아갔다. 

다시 밖에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그에 따라 그들의 시간은 훨씬 빨리 흘러갔다. 잠시 혼란스러워진 틈을 헤치고 다시 그들을 찾아 시점을 요리조리 움직였다. 그들은 유륜 근방에 도착해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패턴과 같이 그들은 전보다 훨씬 늙어보였다. 좀처럼 선명히 나타나지 않던 주름살이 깊게 패였고 피부가 조금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칸두라와 히잡으로 몸을 꽁꽁 싸맨 그들에게서 보이는 것이라곤 얼굴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정보가 되어주었다. 대충 짐작으로는 살은 족히 넘어보이는 얼굴들이었다.  그들은 유륜 근처에 캠핑 사이트를 설치하고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아랍인이 텐트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책을 읽는 동안 백인은 조금의 짐을 대충 짊어지고 길을 따로 나섰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 했더니 그는 유륜 부근을 돌아보기 위해서 걷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아랍인은 원래 텐트를 설치한 곳에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다 텐트에 들어가 잠도 자기도 하고 하는 반복적인 생활을 보는 십몇 일이 되는 그들의 시간동안 백인은 꼼꼼히 유륜의 테두리를 따라 걸으면서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유두 가까이까지 걸어가 튀어나온 유두를 올려다보기도 하며 여러 각도로 웃기게 생긴 유륜을 관찰했다. 그렇게 땀을 뻘뻘 흘려대며 기어코 한바퀴를 돌아낸 백인은 아랍인이 쉬고 있던 원점으로 돌아와 그가 미리 준비한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 다녀왔나?” 아랍인은 전보다 확실히 무거워진 톤으로 그를 반겼다.

다녀왔지.”

찾았나?”

찾았지.”

별로 기대하지 않던 아랍인은 그의 대답에 화들짝 놀라 백인을 향해 돌아앉았다. “무엇을 찾았다는 건가?”

의미를 찾았네. 여정. 우리가 해온 걸음. 여행 속에서 드디어 의미를 찾아냈다내. 바로 보라색 대지를 앞에 두고 말이야. 이것이 틀림없어. 역시 친구와 함께 남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길 잘한 같아.” 백인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해 계속 이어갔다.

친구, 도대체 의미란 뭔가? 자네가 찾은 의미 말일세.”

앞에 보이지 않는가. 보라색 원형의 대지가 말해주고 있다네. 자네도 들어보면 들릴수도 있겠지. 곳이 자네에게 의미 쥐어주지 않는다면 아마 그건 다른 곳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고 말이야. 자네에게 나와 함께 여기에 남아달라고 애원하지는 않겠네, 하지만 물론 자네가 나와 같이 땅에 가족들을 데려와 생각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지. 어떤가, 자네 생각은?”

아랍인은 백인의 그런 제안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으로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잠깐만 시간을 주시게나하더니 다시금 혼자 저멀리 동떨어져 앉아 생각에 생각을 이어갔다. 얼굴만 봐도 안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이루어지고 있을지 대충 짐작이 정도의 표정이었다. 그렇게 그들 특유의 짧은 주기의 며칠을 새고 고민을 이어가던 아랍인은 드디어 결심을 했는지 백인에게 다가갔다. 무언가 깔끔하게 결심을 사람의 표정이라기보단 단순히 주어진 선택지들 그나마 제일 불확실한 보기를 정답으로 고른 학생의 표정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나아가야겠네. 솔직히 말하면 자네가 말해오던 어떤 믿음이랄까 하는것이 동해서 이런 선택을 것도 아닐세. 단순히 이전 친구와 같이 자네 또한 확신에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정말 위에 나를 위한 의미란 것은 있고 아직 그것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결론밖에는 나오질 않았네. 어찌된 일인지 몸이 논리적으로 도출된 정론을 반대하려 했지만 나는 이성적으로 앞길을 가기로 결정했네. 이렇게 말하는 순간 마저도 그닥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부끄럽군.”

아니야. 자네 말이 맞아.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분명 자네는 아직 자네에 걸맞는 의미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라네. 계속해서 길을 걸어나가게나. 이자리에서 반드시 그대를 위해 매일같이 기도하겠다, 약속하지. 곳으로 오게 우리 가족들과 함께 말일세.”

다음엔 서로간의 적막이 찾아왔다. 각자 자신이 내뱉은 말에 관하여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적막을 먼저 백인이었다. “그럼 떠나기 전에 나를 위해 함께 거하게 들이켜주지 않겠나?” 그는 활짝 웃는 얼굴로 가방에서 술을 빼들고 그에게 말했다. 

인도인은 아직 생각이 정리가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근사한 미소를 보인 백인을 두고 어쩔 바가 없었는지그거 좋지라고 크게 외치며 자신의 의자를 들어다 그의 옆으로 가져가 앉았다. 거기서 그들은 사이에 불을 피워놓고 자신들이 봐온 길을 떠올리며 각자 인생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각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지금 가장 하고싶은 일은 뭔지, 하지만 백인은 그것을 참아가며 여기까지 버텼으며 인도인은 앞으로 참아가면서 의미를 갈구해야하는지에 대해 쉼없이 논했다. 처음 동양인 친구를 두고 걸을 때와 같이 동이 까지 그들은 때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때로는 놀란 표정으로 하지만 대부분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그리고 각자의 축사를 마지막으로 건배를 하고는 시원하게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그들의 술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 그들은 서로를 위해 각자 소중히 아끼는 물건을 하나씩 교환하고는 제각기 다른 노선을 시작할 다음날을 준비하기 위해 텐트에 들어가 잠에 들었다.

이런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는 나는 여전히 그들이 귀엽지만 어리석고 안타깝지만 딱히 도울 방법은 찾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술을 마시고 유륜을 (그들의 단어를 빌려쓰자면보라색 대지) 두고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편으론 정말 부럽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나에 비해 한낱 사이즈도 작고 위에서 의미를 찾겠다느니 말겠다느니 하는 미개한 생물들을 앞에다 두고 부럽다는 감정이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부러움은 가슴 크게 자리를 잡고 앉아 도무지 나갈 의사를 비치지 않았다. 아마 내가 살면서 그런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일 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누구와 대화를 나눈다거나 술잔을 나눈다거나 적은 있었지만 이들처럼 열정적으로 또는 솔직하게 그들을 나와 동일선상에 두고 무언가를 나눈 적은 없었던 것만 같았다. 

나는 친구가 없지? 가족한테 연락은 안했지?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어가면서 나는 도대체 찾으려고 했던 것일까? 하고 그들이 텐트에서 나오기 전까지 혼자 골똘히 깊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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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라고 했다. 그들은 의미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보잘 하나 없는 위에서 도대체 어떤 존재가 의미를 찾을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전혀 자괴감이나 낮은 자존감에서 드는 생각 따위가 아니었다. 몸이 그렇게 봐줄 정도는 되어도 그래도 있어야 곳들에 어느정도 붙어있는 근육에 한시간은 거뜬히 있는 신체를 두고 굳이 진심을 담아서 불만을 표할 마음은 없다. 그냥 이대로도 마음에 든다, 살은 빼려고 노력은 조금 해야겠지만. 다시 돌아와서, 몸이 아니더라도 어떤 모델의 세상에서 제일 잘난 위를 걸으며 의미를 찾는다 한들 과연 의미를 찾을 있을까?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의미' 것은 뭘까? 의미란 것은 뭘까? 목표? 애초에 목표 같은 것이 내게 있었나. ? 그건 아니고. 사랑? … 제프는 도대체 나에게 이런 꿈을 보고 깨닫길 바라는걸까? 이런 자동적으로 머릿속으로 방문한 생각들을 맞이하다 접고 다시 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니야. 그래도 우리가 여정을 고작 이런 오르내리막이 많은 지점 정도를 위해서 살아온 아니잖아. 걸어보자. 뭔가 있겠지.” 한국인이 말했다.

그래, 말이 맞아하며 백인이 백인 특유의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까딱거리는 동의의 제스쳐를 보였다. “그나저나 아들이 너처럼 말을 너무 잘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리 딸이랑 같은 나이인데도 우리 딸은 아직 에이비씨도 모르는데 말이야.” 백인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가 꾸린 가족에 대해 한참을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내를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자식은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어떨 때에 귀여운지, 어떨 자신들을 지치게 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정겨운 모습이 부러웠다. 너무도. 그리고 다시 바깥의 시간은 번인가 흐르고 나서 다시 그들을 들여다보니 그들은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진 틈을 허벅지 윗자락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이제는 마흔살이 되어보였다. 그들이 말하는 자제들은 언제 거며 그들의 의미를 찾는 여정 언제 끝나는 것인지 의문스러워졌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네어 발바닥부터 다시 그들이 있는 곳까지 스윽 훑어보았다. 확실히 그들이 캠핑 사이트를 꾸리며서 남긴 자국이나 걸은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오른눈으로 몸은 여전히 그냥 방금 전에 그대로였지만 다리털의 모낭만한 그들은 그들만의 자취를 남기고 걸어간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이 대견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들이 그렇게 계속해서 말하는 가족을 보지도 않고 걸었다는 의미가 되겠는데 점이 안타까웠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겐 몇십년이 모르지만 사실상 며칠, 많아도 몇십일이 시간만에 그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들은 허벅지 윗쪽에서 앉을까 고민하더니 조금 앞에 보이는 성기를 가리키며 저곳으로 가본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걷고 걸었다. 그렇게 그들의 시간으로 며칠이 지나 그들은 성기에 도달했다. 이쯤되니 나도 속에서 임의적으로 설정된 엄청나게 빠른 그들의 시간과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의 차이를 적당히 분간할 있게 되었다. 그들은 성기를 가리키며 모두 놀란 얼굴이었다. 마치 자신들은 비슷한 없는 사람들인 마냥, 아니면 너무도 작은 그들에겐 너무도 산으로만 보이는지 계속해서 감탄하고 감탄했다.

이거 정말 신기한 ?” 백인이 입을 열었다. 남은 둘도 끄덕이며 성기를 올려다 보았다. 왠지 부끄러웠지만 이렇게 가만히 묶여있는 몸으로 어찌할 도리가 따로 없었다. 

인도인은 성기 주변에 있는 음모들을 헤쳐 겨우 성기에 도달해 기어 올라가려 해봤지만 쉽지 않아 보았다. 그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남은 둘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세명은 다시 그곳에 텐트를 설치하고 각질을 떼어다가 힘겹게 옮겨 불을 피우고 둘러앉았다.

이것 저것 자신의 역할에 맞추어 밥도 준비하고 여러가지를 준비하던 와중에 한국인이 갑자기 적막을 깨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여기에 남겠어.” 그리고 남은 둘은 놀란 눈초리로 그를 돌아보았다.

여기에? 충분히 신기한 알겠지만 아직 길은 많이 남아있다고.” 백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맞아. 나도 이곳이 마음에 들기야 하지만 이상한 냄새도 나고 아름다운 곳이 있지 않을까?” 인도인이 백인의 말을 뒷받침하며 동조했다.

아니야. 이게 내가 살아온 이유인것만 같은 어떤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 이렇게 신기한 물체를 마주한 적도 없고 앞으로 이것보다 굉장한 것을 보리란 확신도 없잖아. 나는 여기에 남겠어. 너네들 생각은, 나와 같이 남지 않겠어? 우리 가족들을 이곳에 불러다가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낼 있을거라고. 어때?” 한국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성기를 찬양하며 곳에 남는다고 연설했다. “이런 신비한 곳이라면 삶의 의미를 찾을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확신이 든다고. 너희들과 함께한다면 나는 정말 즐거울거야.”

그의 말을 주의해서 듣던 백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미안하지만 나는 앞으로 가던 길을 나아가겠어. 물론 말은 자체로 충분히 일리가 있어. 솔깃하다고, 솔직히 그런 제안. 신기한 화산도 아니고 산도 아닌더미정도면 흥미로울 같기도 . 질리지 않을 같아. 그래도 내가 긴여정을 이렇게 떠나오면서 까지 찾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 같네. 미안해. 정말 여기에 남을 생각이야? 우리와 걸어보자고. 말마따나 앞으로 뭐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하지만 한국인의 표정은 진지하디 진지해보였다. 성기를 두고 이것이 의미니 뭐니 열띤 토론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마냥 우습게 보여 웃고싶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간신히 웃음을 참아냈다. “. 여기에 남을거야. 그래, 알았어. 너의 뜻도 존중할게. 말만 가지고 너네 둘을 이곳에 가둬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야. 그럼 너는?” 하고 한국인은 인도인에게 고갯짓을 했다.

나도…… 여기에 남을 이유는 없다고 . 신기하다는 . 충분히 동의해. 이런 살면서 적도 없다고. 앞으로 일도 없을테고. 하지만 가볼래. 뭐가 나올지 모르잖아. 신기한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데 그런 느낌을 무시할 수는 없을거야.”

알겠어.” 한국인은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래도 내가 가족들을 여기에 불러오고 지내면서 너희들이 좋은 발견을 해내기를 기도하고 있을게.”

고마워. 우리 이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그럼 파티를 열어볼까?” 인도인이 그렇게 제안했고 백인도 얼른 일어나 동의한다며 그간 아껴뒀던 술과 음식을 꺼냈다. 나와 닮게 생긴 사람들인데 성기에서 의미를 찾는다거나 내가 먹는 음식은 먹고 각질 따위나 먹으면서 어디서 생겨난건지 모를 술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보며 여러모로 의아했지만 어찌되었든 제프가 원하던 것이 이거라면 꿈에서 만큼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이해 대신 포용하고 봐주기로 했다. 그들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각자 오손도손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취미들을 공유하기도 하고 백인이 남은 뒤에 이곳에서 어떻게 지에 대한 계획도 나누었다. 그리고 한국인처럼 보이는 동양인과 인도인은 각자의 배낭에서 한국인에게 선물을 하나씩 꺼내주었다. 술과 책이었다. 백인은 고맙게 받고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렇게 그들은 밤새도록 술을 거나하게 마시며 한참을 웃고 떠들다 동이 무렵에야 겨우 잠들었다. 방금까지도 성기에 관한 우습기만 하던 찬양과 추론들을 늘어놓던 그들이었지만 그렇게 도란도란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것을 나누고 우정을 쌓는 모습이 기특한 솔직한 마음으론 부럽기까지 했다. 다음 낮정도가 되어야 배낭에서 의상까지 다시 완벽하게 무장한 백인과 인도인은 조심스레 한국인처럼 생긴 동양인도 잠들어있을 텐트에서 나와 텐트의 문을 잠가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앞을 보고 여태껏처럼 걸었다. 꾸역꾸역 걷는 그들의 표정엔 친구를 뒤에 두고 간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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