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1주
당신은 지금 무엇과 사랑에 빠져 있나요?
때로는 삶이, 무언가를 끊임없이 사랑하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사랑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삶은 한없는 괴로움의 연속이 아닐까. 어쩌면 공허하고 텅 빈 상태일지도. 일이든 사람이든 보잘것없이 소소한 일상이든. 무엇이 됐든 그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마음은 괴로운 삶을 지탱해주는 활력소다. 그래서 골라 보았다. 무언가와 사랑에 빠져든 사람들을. 그 사람들을 다룬 영화를. 이 세 편의 영화 속에는 일과 사랑에 빠져든 여자, 운명적인 사람이라 믿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든 남자, 그리고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사랑에 빠져든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자극받게 된다. 일이든 사람이든 사랑이든, 소소한 일상이든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일과 사랑에 빠져든 당신을 위한 영화. <셉템버 이슈>

안나 윈투어는 미국 보그지 편집장이자, 패션계를 주름잡는 파워 우먼이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스트립이 연기했던, 패션지 편집장의 실제 모델이라는, 안나. 이 영화는 그녀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사실, 패션계의 교황이라 불린다는 안나의 실제 생활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서 비롯된다. 카메라는 주로 그녀의 사무실을 비추고, 안나의 차 안을 비추기도 하고, 안나가 방문하는 곳들, 안나가 만나는 사람들을 비춘다. 안나를 다룬 다큐멘터리지만, 사실 미국 보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맞겠다. 안나의 일상이 드러나긴 하지만 생각보다 비중이 크진 않다. 오히려 그레이스라는 디렉터를 더 비중있게 다룬 느낌마저 든다.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 중의 하나라는 안나. 패션쇼의 가장 첫번째 줄에 앉아 선글라스를 낀 채 도도하게 패션쇼를 관람하는 안나. 화려한 모델들보다 더 카메라 세례를 받는 화제의 인물. 디렉터인 그레이스는 안나의 안목에 대해 칭찬한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그녀의 안목이 지금 그녀의 자리를 유지시켜주는 비결이라는 듯. 그녀는 꼼꼼하게 사진을 보고 보그지에 실릴 사진들을 결정한다. 온갖 노력이 들어간 사진도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자리도 차지할 수 없다. 꼼꼼하고 정확하게 결정권을 행사하는 안나. 그녀의 일상적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다부지고 꼼꼼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 자신의 일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은 당신, 일을 할 때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당신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울 것이다.
운명적인 사람과 사랑에 빠져든 당신을 위한 영화 <500일의 썸머>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가 사랑의 실패를 다루는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부서진 사랑의 조각들을 이리저리 꿰맞추는 것처럼, 사랑의 시간들을 빨리감았다 되감았다를 반복하며 보여준다. 처음 사랑에 빠져든 순간, 그 사랑이 깨진 순간, 상대방의 무엇이든 다 좋게만 보이는 순간, 미움의 감정이 생기는 순간 등 사랑에 빠지고 그것에서 깨어나는 순간까지 시간을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감정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남자는 여자를 본 순간, 첫 눈에 반한다. 그리고 (미래의 장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는 접시를 깨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 이 사랑이 접시처럼 깨지고 부서질지라도, 어쩌면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빠져든다. 누군가를 본 순간, 아 이 사람이구나 하는 감정. 그 감정은 미래에 접시를 깬다고 해도 지금 이 감정에 충실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서서히 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감정에서 깨어나게 된다. 영화 속의 남자처럼. 왜 이런 사랑의 실패에 관한 영화를 사랑에 빠져든 사람에게 추천하냐고? 이 영화는 사랑의 실패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사랑이 실패해도 언젠가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것을 믿는 사람들의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영화, <줄리 & 줄리아>

시작부터 영화는 철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계속 반복되는 지겨운 일상. 숨막힐 것 같은 직장. 별볼일 없는 일상에 대한 한숨.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줄리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그 블로그에 줄리아의 요리 레시피를 따라하는 프로젝트를 올리게 된 것은.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줄리의 프로젝트는 점점 줄리의 일상에 달콤한 양념을 뿌린 것처럼 달콤하게 변화시킨다. 줄리의 프로젝트와 함께 시간을 거슬러 줄리아가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과정이 서로 교차된다. 줄리아가 요리 학원에서 남자들과 함께 당당하게 요리 수업을 받는 장면, 그래서 결국 요리 책을 내게 되는 과정과 함께 줄리가 그 요리책을 보고 줄리아의 요리를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이 함께 교차되며 그려진다.
별볼일 없던 직장을 다니던 줄리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며 일약 유명 블로거가 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하나씩 하나씩 요리를 따라하며 자신의 삶까지 멋지게 요리한 줄리. 때로는 요리 과정에서 좌절을 경험하며 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하고 남편과 싸우면서 위기의 시간을 겪기도 하지만 어찌됐든 그녀는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평생에 뭐 하나 제대로 끝내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말은 그녀를 자극시킨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녀는 드디어 무언가를 제대로 끝냈으니까. 대대적으로 성공했으니까. 그녀의 성공은 숨막힐 것 같은 일상을 어떻게 요리하면 근사한 메뉴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평범하고 뭐 하나 잘난것 없고 지루한 삶에서 그래도 당신의 삶을 사랑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라고 하고 싶다. 어떤 것으로든 무언가 시작하게끔, 그래서 나의 일상적인 삶을, 내 삶을 사랑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