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4월 1주
지친 삶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아니면 새로운 것을 준비할 힘을 얻고 싶을 때? 그것도 아니라면,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고 싶을 때? 아니면 그냥 무작정?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
그냥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당신은 언제 여행을 가장 떠나고 싶은가요? 그래서 정말 떠난 적이 있나요? 떠났다면,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일은 무엇이었나요? 뭐, 그런 것들.
지금 떠나지 못한다면, 영화를 통한 대리충족도 괜찮다. 꽤나 근사하게 만들어진 영화들이 있으니까. 주인공이 어딘가로 떠나는 영화를 보면, 나도 무작정 여행 가방을 꾸리고 싶어진다. 그들의 여행을 대리 경험하면서 약간 들뜨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또 피곤해하기도 한다. 마치 내가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영화 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매혹적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바로 나 자신에게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더 근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 <어웨이 위 고>

이 영화에서 여행의 시작점은 주위 사람들이다. 오랜 연인 버트와 베로나. 버트의 부모님이 계신 곳에서 아기를 낳으려 했던 그들의 계획은 부모님이 갑작스레 해외로 나가게 되면서 틀어지기 시작한다. 몇 개월 후 당장 아기를 맞이해야 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삶을 꾸려나갈 곳을 물색하기 위해서 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떠난다. 피닉스, 매디슨, 몬트리올 등에서 형제자매, 친구들을 만나며 버트와 베로나는 부지런히 자신들이 살 곳을 탐색한다. 결국 자신들이 살 장소를 찾는 여행은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설계로 이어졌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두 사람은 여러 커플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 가정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나누게 된다.
영화는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치곤 다소 상투적인 결말로 끝나지만, 한 집에서 같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여행의 형식을 통해 생각하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꼭 잡고 오래도록 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다면 꼭 보면 좋을 영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니까.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라면, 어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지도 모르니까.
내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

이 영화에서 여행의 시작점은 사진 한 장이다. 기억을 수집하는 남자, 그래서 기억에 관한 한, 사소한 것마저 다 가지고 있는 미국계 유대인 조나단. 그는 할머니가 전해준, 할아버지 사진 속에서 발견한 여자를 찾아서 우크라이나로 떠난다. 나치로부터 할아버지를 구해준 여자를 찾아 떠난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우크라이나에서 조나단의 동행이 되어 줄 가이드인 알렉스와 그의 할아버지, 그리고 개 한 마리가 영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대인 비극이라는 무거움을 안고 있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서는 남자의 여행을 따라가는 즐거움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즐거움과 아름다운 음악들, 그리고 간혹 웃음을 주는 장면들까지 있으니까. 잊을까 두려워서 기억에 관련된 물건들을 모은다는 남자, 조나단. 그의 여행을 따라가며, 하나씩 하나씩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 애잔한 마음이 밀려든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의 과거 속으로 떠나는, 아름답지만 슬픈 여행으로의 초대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여 여행의 장소를 물색해보고 싶어진다. 내 주위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려줄만한 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지나간 시간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 <브로큰 플라워>

<우크라이나에서 온 편지>에서 사진 한 장으로 여행이 시작되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편지 한 장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젊은 시절 바람둥이였던 돈은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편지에는 돈에게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곧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것. 편지의 주인공이 궁금한 돈은 그 주인공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누가 자신의 아들을 낳았는지 찾아 나서는 여행이기에 조금은 아슬아슬하고, 조금은 떨리고 조금은 위태롭다. 돈과 다시 만나게 된 여자들은 반갑거나 쌀쌀하게 그리고 아주 차갑게 그를 대한다. 아들을 찾는 과정은 결국 자신의 과거를 날카롭게 들추는 작업일 터이다. 결국 약간의 상처까지 나게 되는 돈.
길게만 여겨지는 여행에서 돌아와 그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파헤치고 돌아와서 자신에게 하는 말인듯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 하는 말은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라는 것. 결국 이 영화는 공간의 여행이 아니라 시간의 여행에 대한 영화다. 지나간 시간들 속으로의 여행을 갔다 오고 나면, 더 피곤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이 끝나도, 물음표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지나간 시간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과정이기에 그 여운은 더 진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