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과 1528일 동안 함께 해주신 ♡♡♡ 고객님
알라딘 직원들이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 이메일을 보니 이런 메일이 도착해 있습니다. 알라딘 직원이 보내는 새해인사입니다.

저는 그동안 인터넷 서점 알라딘을 하루도 빠짐없이 드나들었지만, 언제 가입을 했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와 알라딘의 인연이 오늘로 1528일이라고 합니다.

4년이 조금 넘은 기간동안 저에게 좋은 책들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알라딘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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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물 - 최인호 유고집 / 최인호 / 여백미디어

 

 <별들의 고향>으로 70년대의 청춘들에게 각광받았던 작가, 최인호.

그러나 나는 최인호의 청춘 소설들 보다는 <잃어버린 왕국>, <해신>등을 훨씬 좋아한다.

그리고 작가의 산문집도 즐겨 읽었다.

그는 지난 5년간의 투병기간을 스스로 '고통의 축제'라고 했다고 한다. 생이 끝나는 날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려고 했던 작가의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언젠가 천주교와 관련된 매체에 올린 짧은 작가의 글을 보면서 쾌유되기를 바랐지만....

그의 서재에서 발견된 발표되지 않은 글들, 그 글을 이 책을 통해서 읽어야겠다.

 

 

 

 

 

 

 

2. 아직 설레는 일이 많다 / 하성란 /마음산책

 

  하성란 작가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1999년 제 3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을 통해서이다. 그 해의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이 하성란의 <곰팡이꽃>이었다.

그 작품은 내 뇌리 속에 작가의 이름을 각인시켜 주었다. 그후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단편들이 가슴에 와닿았던 기억이 난다.

자주 작가의 글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아주 가끔씩 그녀의 작품들을 읽게 되면 처음 읽었던 <곰팡이꽃>이 생각난다.

이 책은 그동안 쓴 글들을 묶은 산문집이다. 기대된다.

 

 

 

 

 

 

 

 

3. 조선희의 영감 / 조선희 /민음인

 

  연예인들의 사진을 주로 찍는 포토그래퍼. 조선희는 어쩌면 사진계의 이단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전공과는 다른 분야인 사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포토그래퍼.

  그녀의 책은 몇 권 읽었다. 그중에 <네 멋대로 찍어라>는 사진학 강의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그녀는 구태여 어떤 사진 기법을 알려주기 보다는 자신만의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좋은 사진기가 아니라도 똑딱이 사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어떤 영감이 떠오른다면 찰칵 셔터를 누르라고...

  이 책 속에는 그가 찍은 사진들에 대한 영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영화 포스터, 화보 촬영에 얽힌 이야기들도 나만의 사진을 찍을 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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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친구들과 '가장 가고 싶은 곳은?'이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당시만 해도 여행자유화가 시행되지 않은 때이기에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나는 몇 년에 한 번씩은 세계 속으로 나아갈 수가 있게 되었다.

유럽의 여러 나라를, 터키를, 미국을, 가까운 홍콩이나 마카오를 갈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경제적인 여유 라기 보다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

여행은 바로 내가 삶을 충실히 살았기에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여행을 위해서 여행 관련 서적을 즐겨 읽는다.

 

<여행자의 독서 : 두번째 이야기 / 이희인 / 북노마드 ㅣ2013>

몇 년전에 우연히 읽게 된 <여행자의 독서>는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책이었다. 여행과 독서는 내가 항상 갈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 길을 떠났다 돌아오는 그 순간부터 또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은 마음이나, 한 권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다른 책을 펼쳐 드는 마음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행이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고, 익숙한 곳에 대한 편안함과 추억을 되새겨 보는 일인 것처럼 독서도 새로운 책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고, 오래전에 읽었던 책에 대한 되새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여행과 독서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이 여행가방 속에 챙겨가는 몇 권의 책을 읽는 일이 아닐까.

  

 

저자가 이미 <여행자의 독서> 첫번째 이야기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지난 십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에서 겪은 인상깊은 여행들과 그와 연관된 책 (특히,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여행자의 독서> 저자의 말 중에서)

독서는 머리로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 (<여행자의 독서> p.6)

역시, <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여행지와 그곳에 관한 책들이 소개된다.

(...) 그렇듯, 여행은 제게 기쁨보다는 슬픔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스며드는 시처럼, 가슴에 번지는 음악처럼. 진짜 여행은 유쾌하고 들뜬 것이라기 보다 슬퍼야 제맛이라는 듯이. (...) 슬픈 여행이야말로 정갈한 기쁨, 맑은 가르침이 숨겨 있다고 믿습니다. 그 슬픔에 언어를 부여하는 일이 아마도 이런 책일겁니다. (...) 제겐 길 위에서 틈틈이 읽는 책들 속에서 또다른 여행의 길이 있었습니다. (<여행자의 독서 두번째 이야기, 작가의 말 중에서 )

그렇다면, 내가 여행을 떠날 때에 오랜 시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여행가방에 챙겨가는 책들과 그 책읽기와는 다른 의미의 '여행자의 독서'가 아닐까....

그가 길 위에서 읽은 책들은 그가 찾아가는 여행지와 관련된 책(소설 등)들이다.

중국 강남의 여행길에서는 <루쉰 전집>, < 허삼관 매혈기>, < 아리랑>

일본 큐슈의 여행길에서는 < 남쪽으로 튀어>, < 원전사고>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의 여행길에서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프라하의 소녀시대>

보스니아, 세르비아의 여행길에서는 <드리나 강의 다리>,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타인의 고통>

파키스탄, 히말라야에서는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킴>

잔지바르에서는 < 왜 지구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등을 읽는다.

여행지와 관련되어 소개된 책들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는 책들이고, 나 역시 읽었던 책들이 대다수이기에 여행중에 왜 그 책을 선택하였는가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책의 내용들의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읽지 않은 책들 중에도 관심이 가는 책들이 읽어서 독서 리스트에 올려놓게 된다.

내 경우에는 여행가방 속에 넣는 책은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나 얇은 소설을 주로 담아 가는데, 저자가 소개하는 책 중에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은 '가치에 대한 탐구'라는 부제가 붙은 두께가 799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두께의 책이다. 이 책은 소설을 가장한 철학서이다. 그래서 한 권의 책 속에 두 권의 책이 존재한다. 하나의 측면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기행문의 의미. 그리고 또 다른 측면은 여행중의 모터사이클 관리를 중심으로 관념에 대한 이야기, 즉 고대 희랍인의 시각과 그러한 시각이 갖는 의미에 관한 철학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에 따라서 철학적인 내용이 힘겹게 읽혀진다면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는 부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읽어도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한 편의 소설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선과 모터사이클관리술>에 나오는 저자의 여행길은 과거와 마주치는 장소이며, 이야기들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학적 의미의 묘사가 돋보이기도 하는 문장들과 철학적 의미의 사유의 계층 체계 속에서 잃어버린 가치를 탐구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철학서이기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문학 작품이기도 하다. (...) 작가 자신의 말대로 이 책은 "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과 사람들에 관한 또 한 권의 책" 이라는 "두 권의 책" (부록 751)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관념에 관한 한 권의 책이 철학서라면 " 사람에 관한 또 한 권의 책" 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소설 형식의 문학 작품이라고 할 수" (p.768)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역자의 글 중에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여러 날 붙잡고 씨름을 하듯이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의 뿌듯함은 <여행자의 독서>의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 " 나 이런 책 읽었어! 하고 오만을 떨어도 괜찮을 책" (p. 347)임에는 틀림없지만, 여행가방 속에 선뜻 넣어 갈 생각은 하지 못할 것 같은 책이다. 그러나 여행자가 왜 이 책을 파키스탄 히말라야 여행길에 읽었는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여행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또한 나의 독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여행과 독서를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된다.

 

<안녕 다정한 사람 / 은희경, 이병률 등저 ㅣ 문학동네 ㅣ 2012>

여행에 관련된 책 중에는 <여행자의 독서>처럼 여행 중에 읽을 책들에 대한 글을 담은 책도 있지만 여러 저자들에 의해서 쓰여진 '여행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도 있다.

사람들에게 여행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은희경에게 여행은,

낯선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탄력의 게임이고.

이병률에게 여행은,

바람, '지금'이라는 애인을 두고 슬쩍 바람피우기.

백영옥에게 여행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돌이표.

박칼린에게 여행은 물이고, 시원한 생수고, 수도꼭지라고 한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들마다 같은 듯 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한여름에 부는 시원한 바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낯선 곳에서 느끼는 설레임이라고 해야 할까.

<안녕, 다정한 사람>은 각계 각층의 10명의 유명인들이 각각 서로 다른 10곳의 여행지로 떠나서 보고 느낀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끌림>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감성적으로 이야기해 주었던 시인 이병률이 9 명의 여행자와 동행을 하여 사진을 찍었으며, 그도 역시 핀란드의 '탈린'을 거쳐 북극선을 지나 '로바니에미'까지 여행을 하며 추운 겨울이면 생각나는 산타클로스 마을도 소개해 준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런 프로젝트를 가지고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유명인들의 삶 속에서 다녀온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를 열 개의 꼭지로 묶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건 자연스러운 여행 이야기일테니까.

은희경, 김훈, 백영옥은 그들의 작품 속에서 여행을 즐긴다는 것을 살며시 느끼게 해 주었던 사람들이다. 물론, 김훈의 경우에는 자전거 여행을 주로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김훈이 떠난 미크로네시아, 박칼린이 떠난 뉴칼레도니아는 여행자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기에 그 부분에는 좀 더 관심이 간다.

" 여행이란, 만약 배움과 탈피와 자유와 쉼이 있는거라면 난 나의 현재와 절대로 똑같은 상황을 보고 느끼고 싶진 않다. 그래서 멀리 가고 다른 지형을 찾고 다른 경험을 찾는 것이다." (p. 221)라고 박칼린은 말한다.   

셰프 박찬일에게 여행은 좋은 친구와 여행을 떠나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이라고 한다. 역시 셰프다운 여행을 하는가 보다. 그가 떠난 일본의 기차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맛보게 되는 에키벤. 바로 기차에서 판매하는 벤또. 도시락이야기이다. 아마도 나는 그가 지중해의 푸르른 바다 빛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비슷한 음식이 담겨 있는 도시락 이야기를 들으니, 그것이 더 신선하게 생각된다.

학창시절 엄마가 싸주시던 정성어린 도시락에 대한 추억은 요즘 아이들에게 없으니, 그 역시 언젠가는 문화적 차이로 다가올 것이다.

 

" 여행은 낯선 세계로의 진입만이 아니다. 그리운 것들과의 재회의 시간이기고 하다. 이제는 이렇게 흘러가겠지,를 뒤집는 일은 인생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새로운 것이 발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다. 예기치 않게 뉴욕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것처럼." (p. 293)

그렇다. 우린 여행이라고 하면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으로 잠 못 이루지만, 때론 떠나 왔던 곳으로의 돌아감도 여행인 것이다.

시간이 되면 꼭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는 곳 중에 부산이 있다. 여러 번 가기는 했지만, 들리지 못했던 그곳은 어릴 적에 방학때 몇 번 갔었던 옛집이다.

아버지가 부산에서 잠깐 근무하시게 되어서 그곳에 터를 잡고 몇 년 사셨는데, 학교에 다니던 나는 방학마다 그곳에 갔었다.  집 근처의 기차길도 생각나고, 무화과 나무도 생각나고, 작은 구멍가게도 생각이 난다. 어느해 크리스마스에 재롱잔치를 하던 동생이 다니던 교회도 눈앞에 보이는 듯 선명하다.

찾아가면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곳을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그 마음도 여행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이란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어린날의 추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따사로운 햇볕이 비치는 바깥 풍경이 겨울답지 않게 포근해 보인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ㅣ 달 ㅣ 2012>

 

<안녕 다정한 사람>의 사진을 맡았던 이병률, 7년전인가 우연히 읽게 된 <끌림>을 통해서 이병률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감성적인 글과 분위기 있는 사진으로 엮어진 여행 에세이가 많이 나와 있지만, 그당시에 <끌림>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책은 낯선 여행지에서 쓴 글임에도 여행지의 정보는 없고, 그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분위기있는 사진들과 함께 실려 있었다.

외로움이 물씬 풍기는 듯도 하고, 가슴 속에 어떤 아픔이 숨겨져 있는 듯도 하지만, 책 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가슴이 따뜻해 지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마음 속의 느낌을 그대로 담은 듯한 사진들과 절제된 글.

그래서 <끌림>은 가끔씩 뒤적여 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2010 년 <끌림>의 개정판이 나왔을 때, 내 손에는 또 그 책이 들려져 있었다.

저자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길 위에서 느낀 소소한 이야기들이건만 그 이야기들은 내 마음 속에 들어와 고운 무지개처럼 아롱거렸다.

<끌림>을 읽기 전까지는 이병률이 누구인지 알지를 못했다. 그가 시인인 것도, 방송작가인 것도....

그런데, 지금은 그의 이름을 들으면 '지금은 어느 곳을 헤매고 다닐까 ?'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의 글들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이병률이 <끌림>이후에 7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그런데, <끌림>의 한 부분을 읽는 듯이 변함없는 글과 사진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세계의 어느 곳인가에서 느낀 단상들.

조금은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여행이 일상이다시피 되었고, 그 길 위에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 살다보면 그렇게 됩니다. 아무 것도 셈하지 않고, 무엇도 바라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를 기쁘게 받아 들이는 일, 살다보면 사랑도 그렇게 완성될겁니다. " ( 책 속에서, 이병률의 책 속에는 페이지 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홍콩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 이야기는 마음 속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버지가 홍콩에서 찍은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아들은 아버지가 홀로 여행했던 곳들을 찾아 그곳에서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나도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먼훗날, 아들이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을 때에 추억 속의 한 부분으로 지금을 기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추억을 만들어 주자고.

저자가 홍콩에서 만난 그 여행자는 아버지와 함께 온 여행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발자취를 찾아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꼈을 것인가 짐작되는 것이다.

또 어떤 사연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저자는 마음에도 색깔이 있고, 그녀에게도 색깔이 있고, 슬픔에도 색깔이 있고, 당신에게도 색깔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색깔 뿐만아니라 슬픔에도 냄새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감각적인 사람이다.

분홍이 어떤 색인가를,

그리고 주황이 어떤 색인가를 말하기도 한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마음을 사진에 담아내기에, 그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할 수 있기에, 그의 마음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 내가 웃으면 세상도 나를 따라서 웃을 것이고, 내가 울면 세상도 나를 따라서 울게 될 거라는 생각에 건배를 했다. 창밖으로 달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책 속에서)

달이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 그의 마음도 환하게 웃고 있었으리라...

 나는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예약판매로 구입하게 되었다, 그래서 따라온 <끌림> 미니북.

아주 작지만, <끌림>이 고스란히 그 속에 담겨 있다.

고이 고이 간직했다가 여행을 가게 되면 그때에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아니 '비가 온다 당신이 좋다', '눈이 온다 당신이 좋다', '무지개가 떴다 당신이 좋다'

이렇게 어떤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좋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같은 것이 여행이 아닐까. 

나는 꿈꾼다. 어디론가 떠날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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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면 어릴때의 기억부터 떠오른다. 그당시에는 직장으로 책 팜플렛을 가지고 오는 책 세일즈맨이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런 세일즈맨으로부터  전집으로 된 세계명작동화, 고전문학 전집, 세계여행 관련 서적을 비롯하여 식물도감에 이르는 책들을 사오시곤 했다. 그때 읽은 책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길을 걷다가 앙상한 가지의 나무를 보면서 그 나무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고, 들판에 초라하게 돋아난 잡초를 보고도 그 이름을 알 수 있는 것, 이렇게 하찮은 들풀까지 의미있게 마음에 담아 놓을 수 있는 것도 다 어린 시절의 책읽기에서 온 것이다.

그런 나에게 독서는 살아오는 날들 속에서 단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생활 습관이자 가장 큰 관심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이광수, 김동리, 염상섭 등이 쓴 한국문학전집 등을 읽기 시작했고, 해외작가들의 단편 소설에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헤르만 헤세, 펄벅 등의 불후의 명작들을 읽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는 읽다가 읽지 못하고 접어 둔 책도 다수가 있다.

'스콧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그당시의 나로서는 몇 번을 읽으려다가 읽지 못하고 책장 속에 꽂아 놓았던 책이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읽으니, 그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마침내 그 책을 읽었다는 뿌듯함까지 맛 볼 수 있었다.

<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럴드 ㅣ 김영하 역 ㅣ 문학동네 ㅣ 2009>

'스콧 피츠 제럴드'의<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된 것은 작가 김영하의 영향이 크다. <여행자: 하이델베르그>를 읽은 후에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그의 작품들을 골라 읽기 되었고, 최근작인 <살인자의 기억버>까지 섭렵하다 보니 김영하의 번역본이라면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번역자인 김영하의 글이 눈에 들어온다.

" 이 소설은 능란하게 짜여진 플롯에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대결하는 흥미진진한 로맨스다. 문체는 절제돼 있지만 유머도 잃지 않는다. " (p. 228 - 번역자 김영하의 글 중에서) 

그러나, 책읽기는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몰입이 잘 안된다.  소설의 구성이 단순하다고 할까?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옆집에 사는 개츠비에 대한 항간의 루머들이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빛나고 화려한 파티의 중심에 있는 개츠비.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의 눈길들.

'명문대를 나왔다고 하더라.', ' 밀주나 석유, 도박, 주식 투기 등으로 돈을 번 졸부라고 하더라' 등...

개츠비를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별의별 황당한 루머들이 난무하다.

이 소설은 90여년 전인 1925년에 쓰여졌으니, 소설의 시대적 배경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이야기이다.  개츠비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를 못했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그를 계기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를 축적하게 된 것이 미국의 그당시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에 의해서 이룩된 나라인 미국, 미국의 보잘 것 없던 지위가 1차 세계 대전 이후에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게 된 것과 개츠비의 인물이 가진 캐릭터는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개츠비는 신흥부자를 대변하는 뉴머니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사랑하던 데이지의 남편인 톰 뷰캐넌은 뉴잉글랜드의 명망있는 가문을 대변하는 올드 머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번역을 한 김영하의 작품해설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들이다. 작품해설을 읽고 나니,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명확한  구도가 잡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책 뒷부분의 작품해설을 꼭 읽는다.

그런데, 개츠비가 사랑했던 데이지.  그녀는 상류 사회를 대변하는 여성으로, 한때 개츠비가 사랑했던 여자이지만, 개츠비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과정에서 헤어지게 된다. 그런 걸림돌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데이지는 충분히 개츠비를 배신할 여지를 가진 여자이다. 허영에 사로잡힌 화려함을 쫒는 여자이기에....

그걸 알았다면 개츠비는 그런 사랑을 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래도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했을 것이다. 개츠비의 사랑은 데이지를 향한 사랑이기는 하지만 또한 그 사랑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축적한 부는 그의 사랑인 데이지를 찾는다면 완벽할 것만 같으니, 그녀를 찾기 위해 개츠비의 저택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런데, 운명이란 개츠비의 편이 아니었던가. 그가 찾은 데이지는 이미 톰 뷰캐넌의 아내가 되었으니.

그래도 그들의 만남은 사랑으로 이어지고, 개츠비는 데이지가 톰을 사랑한 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사랑을 되찾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일으킨 자동차 사고까지도 뒤짚어 쓴 개츠비를 남겨 놓고 데이지는 남편과 함께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개츠비의 사랑은 이처럼 허망하게 끝나 버리니...

개츠비는 사랑할 가치 조차 없는 여자를 사랑했던 것일까. 데이지는 개츠비의 화려함에 그를 사랑한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게 했던 무책임한 여자였던 것이다.

개츠비가 열었던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여 왁자지껄 떠들고 취한던 그 많은 사람들은 개츠비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줄을 잇고,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다'는 우리의 속담이 생각난다.

"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우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p. 224~225)

그것만으로도 개츠비의 삶은 공허하였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건 이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의  부와 지위에 집착하는 허영에 찬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란 책 제목에 붙은 '위대한'이란 수식어는 과연 타당한 표현일까.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개츠비가 결코 위대한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무가치한 존재를 사랑한 개츠비에 대한,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역설적 표현이다.

이 책의 초반부에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각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 좀 낯설게 느껴졌고, 이야기의 내용도 단순하여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였는데, 소설의 끝부분에 와서 그 모든 이야기들이 완결되는 과정에서 이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김영하의 번역이 아니었다면 그의 작품해설에 힘입지 않았다면 결코 이번에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다 말 뻔한 소설이다.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ㅣ 이인규 역 ㅣ 문학동네 ㅣ 2012>

 

그리고  또 한 권의 읽다 만 책인 <노인과 바다>

고등학생이 내가 읽은  <노인과 바다>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별로 없고 바다 한 가운데에서 큰 물고기를 잡은 노인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인 것이다.

그 책은 너무도 지루하고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래서 읽던 중에 책을 덮어 버리고 지금까지 <노인과 바다>를 읽지 않았다.

'헤밍웨이'하면 <노인과 바다>를 많이들 언급하지만, 나에겐 그저 지루하기만 했던 그 기억이 전부였다.

책읽기를 좋아해서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책에 빠져 있던 열 몇 살 소녀에게는 그 여름의 무더위가 <노인과 바다>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이후, 나는 이미 줄거리는 다 알고 있는 책이니, 구태여 <노인과 바다>를 다시 펼쳐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를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된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다.

까만 책표지를 접하는 순간, 고등학교 시절에 내가 읽다만 그 책이란 점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내 손길은 빨라졌고, 내 눈은 이미 책 속에 빠져들었으며, 내 가슴은 이미 깊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다.

왜 많은 사람들이 <노인과 바다>를 불후의 명작이라고 이야기하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헤밍웨이의 마지막 출판 작품이기도 하고, 1953년에는 퓰리처 상을 받았고, 1954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던 작품이 <노인과 바다>이다.

이렇게 세월이 흘러도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노인과 바다>의 내용은 아주 간단하고 짧지만, 그 느낌은 그 어떤 작품보다 깊이가 있었다.

 

♡ 노인과 소년의 서로에 대한 믿음.

소설의 주인공인 산티아고는 아마도 우리의 어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노인이다.

젊은 시절에는 제법 물고기도 많이 잡고, 패기가 넘쳤었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흘러 늙고 기운이 없는.

더군다나 84일째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고 있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이다.

"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과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p.10)

여기에 노인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항상 챙겨주는 소년 마놀린.

노인에게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웠고, 함께 큰 고기를 잡았던 기억을 가진 소년이 있기에 이 소설은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리라.

노인이 먹을 저녁 끼니가 없지만, 노란 쌀밥이랑 생선 요리 한 냄비가 있다는 말을 믿는 척하면서 먹을 것을 챙겨 주는 마음.

그리고 비록 지금은 노인곁을 떠나 다른 배를 타지만 그 누구보다도 노인을 존경하고 보살펴 주는 그 마음이 푸근하다.

"물론, 유능한 어부들이 많을 테고 그중엔 훌륭한 어부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최고는 할아버지뿐이에요." (p.24)

노인과 소년의 친밀한 관계가 이 소설의 뒷부분에서 바다에서 사투끝에 돌아온 노인을 본 소년의 눈물이 그것을 더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제는 다시 노인과 함께 배를 타겠다는 소년의 마음은 노인에 대한 믿음이고, 그 믿음은 노인의 자존감을 세워주는 행동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노인이 바다 위에서 힘들 때마다 항상 독백처럼 읊조리는 한 마디의 말.

"그 애가 곁에 있으면, 그 애가 곁에 있기만 하다면" (p.86)

♧ 노인의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불굴의 의지

84일째 물고기를 낚지 못한 노인이 85일째 바다로 나간다. 노인에게 85는 행운의 숫자이다.

이미 87일째 고기를 잡지 못했던 최고의 기록이 있기는 하지만, 행운의 숫자인 85일째의 날은 정말 행운이 따라주었다.

순식간에 낚시 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무게감은 대단하다.노인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센 물고기. 줄을 등 뒤로 넘겨 걸치고 물고기와의 사투가 시작된다.

노인은 물고기의 심리상태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늠해 본다. 언제 물 위로 뛰어 오를지, 언제 배 옆을 원을 그리며 돌 것인지....

얼마나 큰 물고기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줄을 당기고, 풀어주고.... 이틀 낮밤을 물고기와 신경전을 벌인다.

" 물고기야" 노인은 다정하게 , 하지만 큰 소리로 말했다. "난 죽을 때까지 네 놈과 함께 가겠다." 아마 저 놈도 나하고 끝까지 함께 가겠지, 노인은 생각했다. " (p. 54~ p.55)

이때의 노인은 노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성취감에 그 어떤 일이 닥쳐도 결코 물고기를 풀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 노인의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

노인은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집에까지 가지고 가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그 마음 뒤에는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흐른다.

그리고, 지나가는 휘파람 새에게 구태여 매의 존재를 말해주기 보다는 어차피 스스로 충분히 배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이 휘파람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배에 잠시 앉았다가 가는 것을 바랄 따름이다.

" 푹, 쉬어라, 작은 새야.(...) 그러고 나서 돌아가 꿋꿋하게 도전하며 너답게 살아, 사람이든 새든 물고기든 모두 그렇게 말이다." (p. 57)

노인은 물고기와의 여러 차례의 힘겨루기끝에 자신이 잡은 청생치를 배옆에 묶어 둘 수 있게 된다. 코에서 꼬리까지 5.5미터, 무게 700 kg의 대단한 크기의 물고기를.

그러나, 그 물고기를 발견한 청상아리가 가장 맛있는 부위를 뜯어 먹고, 겨우 청상아리를 쫓아 내자, 물고기의 피냄새를 맡은 삽날코 상어, 갈라노 상어 들이 계속적으로 달겨든다.

한 부위, 한 부위 뜯겨져 나갈 때마다 노인의 마음도 뜯겨져 나가는 듯하다.

차라리 자신이 잡은 물고기를 볼 수 없는 심정이 되는데...

" 이게 다 꿈이라면, 그래서 내가 저 물고기를 낚는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애당초 너를 낚은 게 잘못이었어." (p. 115)

몸은 비록 늙었지만, 마음만은 그 어떤 물고기도 잡을 정도로 강인했던 노인은 이처럼 자신이 잡은 물고기에 대한 미안함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정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소설을 읽은 후의 전체적인 느낌

<노인과 바다>는 쿠바 연안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는 노인의 이틀 낮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것도 헤밍웨이가 쿠바의 아바나에서 바다 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그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에 바다 풍경이나 고기잡이, 그밖에 바다 생물인 해파리, 바다거북, 새, 청상아리, 삽날코 상어 등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실감있게 표현되고 있다.

노인이 바다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잡게 되면서 그 물고기의 무게에 의해서 배가 향하게 되는 배의 방향이나 움직임, 물고기의 상태 파악 등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문장 역시 짧은 내용의 이야기인 것을 생각할 때에 군더더기없는 간결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런 전체적인 표현 속에 산티아고 노인의 독백이 잔잔하게 책 속에 깔리는 것이 노인의 강인한 도전 정신과 함께 부드러운 인간미가 넘쳐나가 하기도 한다.

만약에 이 소설 속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동행을 하는 구성이었다면 이처럼 노인의 늙고 외로운 모습이 두드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얀 마텔 ㅣ작가정신 ㅣ2004>에서 태평양 한 가운데 떠 있는 구명보트 안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여야만했던 소년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산티아고 노인의 경우가 강도도 약하고, 기간도 훨씬 짧기는 하지만, 같은 류의 설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처럼 강한 감동을 주는 <노인과 바다>가 나에게는 그동안 지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다시 읽을 생각조차 하지를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제대로 된 책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데도 나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과 바다>처럼 이런 작품은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게 되는 청소년들은 이전의 나처럼 <노인과 바다>가 그저 바다 한 가운데에서 노인과 물고기와 벌이는 한바탕의 싸움이라는 생각 밖에 못 할 것이다.

노인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고, 소년의 눈물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언젠가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 유시민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2009>를 읽으면서 내가 청소년기에 읽었던 세계 문호들의 명작들이 배경지식없이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때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책들을 읽지 못하고 있다.

매일 매일 새로 출간되는 책들 중에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읽다보니, 오래전부터 많은 독자들에게 불후의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언젠가 읽었으니까 하면서 다시 읽게 되지를 않는다.

앞으로는 좀더 그런 책들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에 읽다가 덮어 버렸던 <노인과 바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읽으니, 그 감동은 배가 된 것 같다.

이래서 불후의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독자들의 손에 들려지게 되고, 그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더 깊은 감동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고전은 이야기의 내용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작품이 쓰여진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의 성향, 작가가 작품에서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 책들은 별로 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한 번 읽어 보면 이 책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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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완간을 축하합니다. 바둑판 앞에는 오목을 둘 때만 앉아 본 나에게 이 책은 처음에는 좀 생경스러웠다. 그건 이 책의 배경으로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 9단이 1989년 9월에 제1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5국(최종국)의 기보 해설이 바탕이 된다. 이 대국이 어떤 대국이었는지, 녜웨이핑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바둑을 둘 줄 안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바둑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라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미생(未生)이란 바둑에서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 되는데, 두 집을 만들지 못한, 아직 완전히 살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바둑 용어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으니,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미생>은 바둑의 세계에 직장생활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 나가니, 미생이란 책 제목 자체에서 직장생활의 애환이 묻어 나는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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