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좋아하세요... - 미술관장 이명옥이 매주 배달하는 한 편의 시와 그림
이명옥 지음 / 이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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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를 즐겨 쓰던 시절에 편지글 속에 시를 한 편 꼭 담아 넣었다. 그 시절에는 애송시 몇 편 정도는 자연스럽게 읊을 수 있었고, 책꽂이에는 시집 몇 권은 꽂혀 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집을 사거나 시를 읽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를 좋아하세요>를 쓴 '이명옥'은 사바나 미술관장이다. 사바나 미술관은 전시 기획이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관람객들과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저자는 어릴 적에 가졌던 꿈이 시인이었고 지금도 시를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은 애송시 낭송 이벤트를 가지기도 한다.

그녀는 가깝게 지내던 지인에게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추천해 주었고, 그 시를 받은 사람은 추천시에 대한 감상을 보내 왔는데, 이를 '시 큐레이션 서비스'라 말한다.

그래서 추천했던 시들 28편과 그 시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문학작품이나 문장들을 소개해 주고 마지막으로 미술관장답게 미술작품(그림, 사진, 조각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시, 문학작품, 미술작품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 시 쓰기는 꿈과 사랑을 찾는 일이며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라는 뜻이지요." (p. 19)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정지요, 한용운, 윤동주, 김수영, 기형도, 잠, 로버트 프로스트, 예리츠, 마프크 샤갈, 르네 마그리트, 에곤실레....

이렇게 시와 미술작품이 접목된 책으로는 얼마전에 읽은 < 사랑은 시처럼 온다 / 신현림 ㅣ 북클라우드 ㅣ 2016 >이 있는데, 그 책을 읽을 때에 느꼈던 느낌과 같은데, 시와 소설 그리고 그림을 넘나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예이츠'의 시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와 마르크 샤갈의 <라일락 꽃밭의 연인들>의 접목이 아름딥게 느껴진다.

* 그는 하늘의 천을 소망한다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내게 금빛 은빛으로 수 놓인

하늘의 천이 있다면

밤과 낮과 어스름으로 물들인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다.

내 꿈을 그대 발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꿈이오니. (p. 46)

이 시를 보면 진정한 사랑이란, 헌신과 희생을 통해서 얻어지는  기쁨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미술작품으로는 연인에 대한 사랑과 동경, 숭배의 감정을 작품에 담는 화가로 잘 알려진 '마르크 샤갈의 <라일락 꽃밭의 연인들>이 소개된다. 샤갈과 부인 벨라의 사랑이야기를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은 두 작품 모두 너무도 좋아하는 시와 소설이기에 더욱 관심이 간다.

'한용운'하면 <님의 침묵>이 떠오르지만, 이 책에서는 <해당화>를 추천시로 담았다. 화가 '이인성'은 '한용운'의 <해당화>에 감명을 받아 같은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 해당화   - 한용운 -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p. 84)

" 시와 그림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기다림이라고 말해줍니다. " (p. 87)

'이명호'의 사진작품 시리즈 중의 <나무 2번>의 작업과정을 보여 주는 내용은 사진작가가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힘든 작업을 하는가를 알게 해 준다. 이 작품은 완성하는데 적어도 1년 이상의 고단한 여정을 거치게 되니....

* 바람이 옹이 위에 발 하나를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로 앉아 - 김선우

봄꽃 그늘 알래 가늘게 눈 뜨고 있으며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좋아

 

먼지처럼 가볍고

물방울처럼 애틋해

비로소 몸이 영혼 같아

내 목소리가 엷어져가

 

이렇게 가벼운 필체를 남기고

문득 사라지는 것이니

 

참 좋은 날이야

내가 하찮게 느껴져서

참 근사한 날이야

인간이 하찮게 느껴져서 (p. 240)

또한 사진작가 '이정록'의 <나비> 시리즈 중의 <나비 19번>, <나비 7번>은 그 흔한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이용하여 장노출로 찍은 사진인데, 황홀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이처럼 <시를 좋아하세요>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 등에게 다양한 작품의 접목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획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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