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약 6년 전에 조정래 작가 생활 사십년 자전 에세이인 <황홀한 글감옥>을 읽은 적이 있다. 조정래 작가는 1970년에 등단을 하였는데, 이 책을 쓴 2009년은 작가의 문학 인생 40년이 되던 해이다.

작가는 그동안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등의 대하소설을 썼기에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들었는가를 책 속에 담아 놓았다. 하루 16시간씩, 20년 동안 '글감옥'에 갇혀서 글을 썼지만 그는 그런 '글감옥'앞에 '황홀한'이란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집필활동이 힘들었지만 그 어떤 일 보다 황홀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작가의 구성노트가 소개되고, 등장인물에 대한 메모, 취재상황 등이 담겨 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사 IN' 인턴 기자 희망자들이 보낸 500여 가지의 글 중에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것 84가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이 질문들은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으로 구분되어서 실려 있다. 그렇기때문에 작가 인생 40년 동안의 문학, 자신의 작품, 인생에 대한 작가의 소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며,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모든 것이 다 풀릴 수 있으며, 작품이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이 책을 문학을 하려는 지망생이 읽는다면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작가의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이나 취재 과정, 집필 과정의 모든 것이 쓰여져 있기에 문학도들에게 좋은 책이 될 수 있으며, 조정래 작가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보았다면 그의 작품 세계와 그의 작품을 읽던 중의 궁금증이 풀리기도 할 수 있기에 작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와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일본의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다보니 '조정래' 작가의 <황홀한 글감옥>이 떠올라서 그 책에 대한 짧은 감상을 앞에 써놓게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국 독자들도 좋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현재 미국, 러시아, 유럽 등을 비롯하여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서 읽히고 있으니, 세계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될 정도로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좌표축 위에서 평가되는 작가이다.

작가는 1978년 센트럴리그 개막전을 보다가 아무런 맥락도 없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소설이란 이런 것', '문학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기성관념을 버리고 느낀 것, 머릿 속에 떠 오르는 것을 그 나름대로 자유롭게 쓰게 되는데, 물론 그것 역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기술인가를 알게 해 준다.

"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설가'란 불필요한 것을 일부러 필요로 하는 인종'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 (p. 23)

" 소설가는 어떤 종류의 물고기와 같습니다. 물속에서 항상 저 앞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서는 죽고 마는 것입니다. " (p. 28)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첫 작품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인데, 이 소설이 1979년 <군조> 신인문학상을 타게 되면서 등단하게 된다.

그러니 그는 이제 35 년 여를 소설을  쓰는 전업 작가, 책제목처럼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이다.

그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통해서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소설가로서 소설을 써나가는 상황 등을 정리해 두고 싶어서 틈틈이 글을 쓰게 되고 그 글들이 묶여서 한 권의 책이 됐다. 

"나로서는 내가 소설가로서 지금까지 어떤 길을 어떤 생각으로 걸어 왔는지,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적어두고 싶었을 뿐이다. " (p. 332,후기 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35 년 전에  소설을 쓸 때에 영어로 쓰고 일본어로 번역을 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고, 소설의 기법을 생각하고 글을 쓰지 않았기에, 그의 작품에 대한 평은 yes 보다는 no라는 평이 많았다. 소설을 번역한 것 같다든가, '이건 소설이 아니다.', '이건 문학이라고 할 수 없다'라는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소설을 쓰는 작업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잘못되지 않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시대나 어떤 세대에나 바귀지 않는 것은 각각 고유의 리얼리티가 있고, 소설가는 스토리에 필요한 소재를 꼼꼼히 수집하고 축적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장편소설을 쓰는 작업을 사례로 들어서 어떤 식으로 소설을 쓰는가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소설의 등장인물로 실존인물을 모델로 한 적은 2~3번 정도 있었지만 그때에도 그 인물이 누구인가를 알 수 없게 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이모 저모를 바꿔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가공의 캐릭터를 등장인물로 설정하는데,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하도록 한다. 특히 소설이 1인칭으로 쓰여질 경우에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인물도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작품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 중에서는 한 번 쯤은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장편소설은 아니라도 단편소설을 구성해 보고 몇 단락 정도 써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에 쓰다가 그만 포기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소설가가 되고자 소설가 지망생들도 많을텐데, 이 책 속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가가 되기 위한 생각에서부터 첫 작품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 소설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 등이 담겨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35 년의 소설가로서의 이야기, 인생이야기를 알게 되면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그동안 '하루키'의 소설, 에세이, 여행기, 르포 등을 수시로 접해 왔기에 책 속에 담긴 내용들 중에는 익숙한 내용들을 또다시 접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