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라 칭해지는 '박찬일'의 글을 처음 읽게 된 것은 <보통날의 파스타 / 박찬일 ㅣ 나무수 ㅣ 2010>를 통해서 이다.

소설가를 꿈꾸던 사람이 이탈리아 영화에 매료되어 시칠리아에 가게 되고, 우연히 그곳에서  이탈리아 요리학교 ICIF를 수료하고 귀국하여 셰프생활을 가게 되면서 글를 쓰고 요리를 하면서 '글쓰는 셰프'라 불리게 되었다. 박찬일의 책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음식과 관련된 글들이기에 맛깔스러운 음식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의 글은 읽으면 읽을 수록 미문의 에세이스트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ㅣ 푸른숲 ㅣ2012 >도 추억에 얽힌 음식이야기가 정말 구수하고 세련되게 펼쳐지는 책이다.

이번에는 '박찬일'과 프리랜서 여행 칼럼니스트인 '노중훈'이 함께 찾아 나선 노포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언제부턴가 맛집에 대한 TV프로그램과 책의 출간이 물밀듯이 밀려오지만, 정작 그런 곳에서 소개한 식당을 찾아가서 실망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런 맛집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져 있다.

이번 여름에 지리산에 갔다 오는 길에 지인이 추천받았다고 해서 그 부근을 돌고 돌아서 겨우 찾은 한정식집은 정말 맛깔스러운 전라도 밥상이 떡 벌어지게 차려져서 맛있게 먹었었다. 식당의 위치도 동네 구석에 자리잡은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옥이었고, 정원에 쌓아 놓은 민속품들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런 음식점은 홍보가 되어서 사람들이 몰려 오기 보다는 이렇게 아는 사람들만이 찾아 와서 즐거운 한끼를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백년식당>에서는 18곳의 오래된 식당이 소개된다. 엄밀히 말하면 식당과 식당이 아닌 전통이 있는 어묵, 빵집, 국수공장이 각각 1곳씩 소개된다.

이 책은 노포(老鋪)기행을 통해 맛있고 오래된 식당을 찾아간다. 시간과 공간을 지켜온 맛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찾아낸 음식이야기와 삶의 이야기이다.

책제목처럼 '백년식당'을 찾아 나섰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 정도의 전통을 가진 식당은 없고 50년 이상을 같은 음식을 팔아 온 식당들이다. 그래서 3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 온 식당들이다.

노포의 공통점은 첫 째, 맛있다. 둘 째, 주인이 직접 일한다. 세 째, 직원들이 오래 일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맛있는 식당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식당들이다.

우래옥은 워낙 유명한 냉면집이기에 이 책, 저 책에서 소개되고 다룬 식당이다. 우래옥 냉면은 '아무 맛이 없어, 그게 냉면이야' ( 책 속에서)라고 주인이 말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래옥 냉면의 맛이다.

우래옥의 평양냉면과 비교할 수 있는 부원명옥의 평양냉면.

저자는 그가 좋아하는 냉면에 대한 주제만으로 책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부산에 가면 꼭 먹어 보아야 할 음식의 하나가 돼지국밥이다. 분위기 있는 식당은 아니고 오히려 허름한 식당인 '할매국밥'은 50년이 족히 넘은 식당이다.

"입에 짝짝 붙은 부드러운 수육, 요란하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p. 65), 할매국밥을 먹기 위해 곧 다시 기차를 타야할 것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떤 식당에 가서 식탁이 쟁반을 받쳐 놓은 듯한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연남서서갈비'도 이런 식탁인데, 여기에도 유래가 있다. 전쟁통에 미군이 버린 휘발유 드럼통을 주워 쓰던 것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갈비를 먹는내내 서서 먹는다 해서 '서서 갈비'인 이 식당의 갈비맛은 연탄의 센 화력으로 구워진 갈비에서 육질의 촉촉함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운대의 소문난 암소갈비집을 찾아가는데, 갈비는 아무래도 가족 외식에 있어서 최고의 메뉴가 아닐까. 한국인의 독특한 장에 담가 맛을 들인 갈비를 불에 구워 먹는 독보적인 음식인 갈비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어묵, 이번에는 식당이 아닌 어묵 회사를 찾아간다. 남포동의 국제시장과 부평시장인 일명 깡통시장이 바로 어묵의 총 집합지인데, 어묵하면 '부산어묵'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를 이곳에서 찾는다.

해장국하면 아무래도 종로 청진동의 해장국이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피맛골이 사라지면서 청진옥도 헐렸지만 새로운 터전에서 해장국은 끓고 있다. 1937년에 개업을 한 이후에 일제 강점기와 전쟁 중에만 해장국을 끓이는 불이 꺼졌지, 상을 당했을 때에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하니 이곳에서 장인의 손맛을 느껴보도록 하자.

" 설설 끓는 무쇠솥, 김이 허옇게 오르는 뚝배기 그리고 한 그릇의 해장국. 우리 음식의 상징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음식이다. 해장국은 국물 중심의 한국 요리에서 고단한 세월을 드러내는 음식이기도 하다. 뭐랄까. 노동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 180)

추어탕도 서울식, 전라도식, 경상도식, 원주식 등 각 지역에 따라서 미꾸라지를 통으로 넣기도 하고 갈아서 넣기도 하는데, 용금옥의 추어탕은 원래는 통탕을 하지만 주문은 갈탕과 통탕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

상주식당의 추어당은 대구식 추어탕으로 추어의 감칠 맛과 배추의 시원함, 그리고 여기에 겉들여지는 백김치가 일미이다.

빵이 유명한 곳도 전국적으로 몇 군데를 들 수 있는데, 학창시절 서울의 유명한 제과점하면 손꼽히던 곳들이 생각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독일제과, 무과수제과, 덕수제과 그리고 아버지가 자주 사다주시던 풍년제과의 생과자와 빵들. 그래서 빵 속에는 아버지의 추억이 담겨 있다. 지금도 파운드 케익이나 각종 생과자를 보면 아버지가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전남 순천의 화월당을 소개한다. 군산의 이성당과 대전의 성심당의 빵도 줄을 서서 사야되는 빵들이다.

화월당에서는 일본식 단팥을 넣은 찹쌀떡인 모찌와 볼 카스테라가 유명하다.

초등학교 시절에 충청도에 사시는 이모댁에 방학을 이용해서 간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모댁 근처에는 국수를 만들어 파는 곳이 있었다. 국수를 뽑아서 건조시키기 위혀서 높은 곳에 나무로 만든 건조대에 걸려 있던 국수들. 그때는 그 광경이 참 이상했었다. 먹는 국수를 밖에서 저렇게 말리면 먼지가 달라 붙어서 불결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모는 점심때가 되면 그 국수를 사다가 끓여주시기도 하고 매콤하게 비벼주시기도 했다. 매콤한 국수는 너무 매워서 먹으면서 입에서 불이 나는 듯하다고 느끼기도 했는데, 그 시절의 이모의 매운 국수가 그리워진다.

<백년식당>을 읽으면서 오래전 어린시절의 추억에 잠기게 된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를 읽으면서도 추억에 잠겼었는데....

이 책에는 가업을 이어 3대 정도 업으로 식당을 하는 전국의 노포가 소개된다. 저자의 마음같아서는 백년식당을 취재하고 싶었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식당 중에는 그렇게 오래된 식당은 없는 듯하다.

책 속의 내용 중에는 식당의 음식들을 소개하면서 그에 필요한 내용들은 옛 문헌이나 책, 신문기사 등을 다양하게 찾아서 실어 놓았기에 음식의 유래, 음식의 맛에 관한 내용들을 좀 더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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