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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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책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존재한다는 걸 행복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별다른 생각없이 지나가는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함이 담겨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하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면 순간 순간을 우리는 무의미하게 보내서도 안 될 것이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이를 보내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의 저자인 '톰 말름퀴스트>는 전직 아이스 하키 선수, 대중 음악가, 시집 <갑작스러운 죽음>, <아버지의 젖>을 쓴 시인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인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의 '톰 말름퀴스트'의 실화 소설이다.

톰과 10년간 동거한 카린은 임신 33주에 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고, 결과는 급성 백혈병이다.

톰은 카린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고, 건강한 아이가 출산되기를 바랐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검사 결과도 좋았고, 일상이 평온하기만 했는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두 사람의 앞날에 먹구름으로 다가온다.

톰은 예상 보다는 빨리 딸 리비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카린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33주만에 출생한 리비아, 아내 카린의 죽음....

아내의 죽음이라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현실 앞에서 톰은 10년간 암 투병을 했던 아버지의 삶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소설은 아내의 출산, 아내의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 딸 리비아를 돌보게 되는 이야기, 아버지의 투병 이야기, 그리고 카린과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기에 딸 리비아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법적 조치들....     이런 이야기가 들쑥날쑥 전개된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펼쳐 나간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저자에게는 아픔의 순간이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 시제로 서술하고 있다. 과거 시점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저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 듯이 서술하고 있다.

과거의 순간들과 작가의 서술 시점, 그리고 독자가 읽는 시점이 일치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카린이 세상을 떠난 후에 딸 리비아와 단 둘이 남겨진 미래의 모습까지도 현재의 시제로 써나간다.

이런 서술 방법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뉴욕 타임즈>에는 “지금까지의 자전소설은 ‘과거의 회상’을 의미했으나 말름퀴스트는 이러한 ‘자전’의 의미를 완전히 전복시켰다”고 평가했다.

이런 서술 방법이 독자들에게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상실의 순간을 결코 ‘회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저자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문체로 썼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문학성을 인정받아, 2017년 <파이낸셜 타임즈>, 2018년 <뉴욕 타임즈>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북유럽 맨부커상이라고 하는 '노르딕 카운슬 문학상' 후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절제된 표현과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현재시제로 썼기 때문인지 가슴에 애닯게 다가오는 느낌이 덜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이야기라면 소설적 장치가 가미된다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저자는 이런 슬픔 보다는 절제된 슬픔으로 자신의 상실을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책 뒷표지 글이 마음에 와닿는다.

"소중한 사람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지, 우리는 모른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아프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훗날 늦었다고 후회하지 말고, 안부를 챙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문장이 담담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 너는 나를 보며 죽음 앞에 독특한 현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 현실 속에서는 모든 보호막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생과 마주할 수 밖에 없고, 어디선가 자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고. 나는 그때 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너는 이제 세상에 없는데. 그것은 의식을 초월한 무(無). 나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고 무심히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 (p.365)
무심히 살아간다는 것!

이 보다 더 슬픈 말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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