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五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16명 지음, 차일드 하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올림픽 공원을 거닌다. 주로 금요일에는 학생들의 야외 학습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가족 단위 야유회로, 각종 음악회가 있는 때는 잔디 광장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서울에 이렇게 좋은 공원이 있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계절에 따라서 변하는 공원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과 같으며, 그 모습에 따라서 한 편의 시가 떠오른다.

학창시절에는 시를 읊기도 하고 좋은 한 권의 시집을 사 모으는 것이 행복했는데.....

손편지를 쓰던 시절에는 편지를 쓸 때에  꼭 한 편의 시를 함께 적어 보내곤 했다. 그런 편지를 받은 학생이 세 권의 시집을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오래된 그 시집은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시집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시집을 사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만큼 시집은 내 삶에서 멀어져 갔는데....

이번에 읽게 된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은 '저녁달고양이'에서 나온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중의 한 권이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은 1월부터 12월까지 달마다 1권의 시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나온 시집은.

3월 :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 귀스타브 카유보트 / 윤동주 외

4월 : 산에는 꽃이피네 - 파울클레 / 윤동주 외

5월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차일드 하삼 / 윤동주 외

6월 :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 바람이 - 에드워드 호퍼 / 윤동주 외

12권의 시집이 모두 출간되면 365 + 1 편의 시, 500여 점의 명화, 80여 명의 시인의 시, 12인의 화가의 그림이 담기게 된다.

앙징스러울만큼 작은 크기의 시화집은 이렇게 시인의 시와 화가의 그림이 함께 담겨 있다.

지나간 5월,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들을 생각하며  한 편, 한 편 시를 읊어본다.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31편의 시가 차일드 하삼의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차일드 하삼은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인데, 3000여 점이 넘는 그림, 유화, 수채화, 에칭, 석판화를 남겼다.

차일드 하삼의 여인의 모습과 잔잔한 풍경화는 시를 읽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  향내 없다고 

                   -김영랑  ♣♣

향내 없다고 버리실라면

내 목숨 꺾지나 말으시오

외로운 들꽃은 들가에 시들어

철없는 그이의 발끝에 좋을걸

 

♧♧  장미

                 -노자영 ☆☆

장미가 곱다고

꺾어보니까

꽃포기마다

가시입니다

 

사랑이 좋다고

따라가 보니까

그 사랑속에는 눈물이 있어요

 

그러나 사람은

모든 사람은

가시의 장미를 꺾지 못해서

그 눈물의 사랑을 얻지 못해서

섧다고 섧다고 부르는군요.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 김영랑 ♧♧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이길래

내 숨결 가볍게 실어 보냈지

하늘가를 스치고 휘도는 바람

어이면 한숨을 몰아다 주오

역시 5월을 담은 시들은 김영랑의 시처럼 내 마음에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인가 보다.

그동안 시를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지난 5월은 꽃처럼 바람처럼 한 편의 시와 멋진 그림을 함께 선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