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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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호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등은 학창시절에 읽었던 책이다. 그 이후에 또다시 읽게 됐을 때에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경우에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스를 이해해주고 보듬어 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렇게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헤르만 헤세의 삶의 모습을 자세하게 알게 된 책은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히틀러 정부에 반대하였기에 헤세의 작품들은 독일에서 출판이 금지되고, 스위스로 망명을 떠난 것.

그리고 자연을 벗삼아 정원을 가꾸고, 작업복을 입고 포도밭을 일구는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런 헤세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니...

2번의 이혼과 국적 변경, 부인과 아들의 정신질환 병력, 그런 힘든 가족사가 있었다니, 그래서 융의 심리학이 작품 속에 담겨져 있다고 한다.

책 속에 담긴 헤세의 사진과 그림들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헤세의 문학을 누구 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이다.

정여울은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을 읽으면서 알게 된 작가인데, 책 속의 글이 좋아서 작가의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문학평론가여서 그런지 책 속에 담긴 책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줄거리 위주로 읽었다면, 정여울이 설명해 주는 책들에 담긴 이야기들은 미처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해 줬다. 지적이고 품격있는(?)  글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정여울은 책 속에서 헤세의 책과의 만남을 이렇게 말한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마다 신기하게도 내 손에는 헤르만 헤세의 책들이 쥐어져 있었다. 입시 지옥에서 헤맬 때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있었고,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때는 『데미안』을 읽고 있었으며, 내게는 도무지 창조적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가슴앓이를 할 때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있었다. 의미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가슴이 시려올 때는 『싯다르타』를 읽고 있었으며, 내 안의 깊은 허무와 맞서 싸워야 할 때는 『황야의 이리』를 읽고 있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지만, 내가 살아온 ‘무의식의 역사’를 되돌아봤을 때 어쩌면 아름다운 필연이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상처 입은 자만이 진실로 다른 이를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헤르만 헤세는 스스로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였기에 수많은 독자들에게 깊고 따스한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었다. 이제 내가 헤르만 헤세에게 받은 치유의 에너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책 속의 글 중에서)

그래서 정여울은 <헤세로 가는 길>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의 삶과 문학세계를 낱낱이 살펴보는 여행길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 여러분을 이 상상의 공간, 문학의 공간, 치유의 공간으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편지를  쓰고, 산책을 하고, 정원을 가꾸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위대한 예술의 가치를 창조한 작가의 삶이 우리ㅢ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는 바로 그곳으로 " (p. 12)

정여울은 헤세의 문학세계, 헤세의 발자취를 따라서 헤세가 태어나고 자란 독일의 칼프로, 그리고 망명길에 선택한 제 2의 고향인 스위스의 몬타뇰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래서 책 속에는 헤세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서 그곳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헤세 박물관의 모습들, 그리고 헤세의 무덤까지 사진으로 담아 놓았다.

작가이면서 화가이기도 했던 헤세의 그림들도 책 속에 담겨 있는데, 헤세의 그림 솜씨가 돋보인다.

그는 정신과 의사의 권유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마흔 살 무렵인데, 약 3000여 점의 수채화를 남겼는데 그림 속에 순수한 자아로 돌아가 꿈과 이상을 담으려고 했다.

헤세는 아버지가 선교사였기에 신학을 공부하기도 한다. 모범생이기는 했지만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그는 15살에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집에는 할아버지의 방대한 장서가 있었는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독학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헤세에게는 엄청난 희열이자 행운이었다.

칼프 탑시계 공장에서 견습공으로 일하기도 했고 튀빙겐 서점에서 일하기도 했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가 헤세의 내면세계가 그대로 반영된 인물이 아닐까 생각된다.

<헤세로 가는 길>의 구성은,

1. 헤세가 태어난 곳, 칼프로

2. 헤세가 남긴 이야기 속으로

3. 헤세가 잠든 곳, 몬타뇰라로  

  

그 중의 2. 헤세가 남긴 이야기 속으로는 헤세의 대표작인 <수레바퀴 아래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 데미안>, < 싯다르타>의 작품을 내용을 비롯하여 작품 속에 담긴 의미까지 해석을 해준다.

<데미안>과 <수레바퀴아래서>는 읽었기에 내가 읽었던 작품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된다.

읽지 않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정여울의 문학 해설에 매료되어서 이번 기회에 읽기로 했다.

작품 설명과 함께 담겨 있는 헤세의 수채화는 때묻지 않은 해맑은 헤세의 영혼이 스며들어 있다.

헤세의 '영혼의 멘토'인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학문적 심리분석 등을 책 속에서 짚어 주는 정여울의 작품 평론은 그야말로 헤세의 작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헤세는 작품 활동, 정원 가꾸기, 수채화 그리고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 삶을 평화롭게 살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정신적인 힘겨움이 있었다고 한다.

헤세의 정원과 묘지가 있는 곳, 몬타뇰라. 그는 이곳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원가꾸기의 재능을 발휘한다. 정원은 헤세에게 '세상으로부터의 피난처'이자 '이야기의 에너지'를 선물하는 치유의 공간이었다.

" 헤르만 헤세로 가는 길은 칼 구스타프 융에게로 가는 길과 지긋이 포개진다. 융이 내면의 그림자를 이야기할 때, 꿈이 무의식의 메신저임을 이야기할 때, 나는 헤세의 주인공들이 지닌 수많은 고뇌와 꿈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융이 프로이트의 영향을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을 때, 심리학은 '질병'의 차원을 넘어 '인간 이해'자체의 차원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 아닐까. 나는 융을 통해 깨닫는다. 인간이 망각하거나 억압해 온 욕망이나 감정을 다시 꺼내어 살펴보는 과정은 아무리 힘들지라도 그 자체로 소중한 일임을. 나 자신의 열등한 측면, 쓸모없어 보이는 측면까지도 나의 '그림자'이며, 나의 어엿한 일부임을.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건강한 것이 아니라,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한 것이다. " (p. 386)

책을 통해서 헤르만 헤세를 만나고, 또 융을 만날 수 있는 <헤세로 가는 길>

시간이 나는대로 정여울의 책들을 골라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그만큼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정여울의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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