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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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의 끝은 과연 이럴 수밖에 없는가... 읽으면서 많이 씁쓸했다. 이 소설은 감동과 공감보다는 뉴스를 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버지는 가족에게 점수 따위를 따려고 하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런 아버지를 어머니는 불평 한 마디 없이 따랐다. 그것이 부부하고 생각해. 사쿠라도 똑같이 해주기를 바랐지만 잘 전달되지 않았다.


부부의 정의를 너무나 잘못 알고 있는 있는 이 사람. 어머니가 불평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모습, 아니 그 이전에 아버지가 가족들과 소통하지 않는 모양에서 이미 어긋나 있었다. 가족 구성원 누구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어쩌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을 수도. 여기서 더 나아가 여자친구도 똑같이 해주기를 바랐던 모습은 복선과 같았다. 잔인한 결말이 나오리라는 예상이었다.


응석을 부지며 자라지는 않았어도 나가노에 있던 시절에는 할아버지와 아빠, 가즈키에게 보호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에게 보호받고 자란 일본 여성 특유의 수동성인가? 주변에 일본 사람이 전혀 없고 일본에 살아 본 경험도 없어 실제적인 이야기는 들은 바 없지만 책에서 읽은 바로는 일본에서는 '민폐'에 대한 특별한 관념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된 낱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것도 민폐라고?' 정도의 행동도 있었으며 '지금 민폐가 중요한 게 아닐 텐데...'라는 생각까지 했다. 



요즘은 현실에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상황이 많아 그런지 이 책은 어딘가에서 벌어졌던 일처럼 읽혔다. 정상적인 소통을 할 수 없는 어느 한 남자의 극단적 선택에 얼마나 큰 희생이 따랐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내가 책장을 덮으면서 가졌던 바람은 책 속에서만 일어났던 일이기를... 마지막 장을 넘기며 책장을 덮었듯 그 일도 더 이상 현실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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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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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민 작가는 '우투리 하나린'과 '훌훌'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문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윤옥의 삶이 너무 퍽퍽하여 자꾸만 목이 메었다. 물을 마시고 마셔도 숨통이 답답했다. 실은 물을 마시는 것이 답이 아닌 걸 알면서도 물을 마셨다. 달리 방도가 없었다. 윤옥의 시간들을 읽으며 학교와 여자와 교사의 시간들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다.

윤옥의 엄마는 순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투경찰이 투입되는 파업의 현장에 있었고 끝까지 버틴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어쩌면 선봉에 섰을 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성정이었다. 윤옥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윤옥이 다름 아닌 국어 교사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과학이나 수학 또는 미술 같은 과목이었다면 특별한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여겨졌을 테지만 국어는 다르지 않은가. 우리가 잠재의식 속에 가진 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의식, 정체성이 윤옥의 근간에 깔려 있을 것이다. 하긴 문경민 작가가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읽었다. 작가의 생각을 넘어 나만의 글로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렇게 빠져 있었기에 목을 붙잡고 답답함을 호소했는 지도 모른다.

정신 나간 학생주임이나 교감의 장면을 읽을 때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떠올렸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런 장면이 없는 걸로 보아 내가 다녔던 학교는 그냥 그런 분위기였었나 보다. 다만 교사 노조에 대한 말이 오가며 뉴스에서 부정적으로 보도했던 것만 문득문득 기억난다.

그래서 상상해 보았다 내가 만약 윤옥이라면? 내가 만약 수연이라면? 글쎄... 책장을 덮은 뒤에도 계속 윤옥에 대해 떠올리는 걸 보면 나의 독서는 책 밖에서 윤옥을 만나야 끝이 날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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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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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없는 상태가 죄악에 빠진 상태보다도 더욱 무서운 타락이라는 주장을 수긍했다.

30쪽

어느 종교단체의 교리다. 정말로 그럴까 싶어 다시 읽고 태그를 붙였다. 고통이 없는 상태가 가능할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어떻게 했길래 고통을 없앨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표가 먼저 생긴다. 바로 그 '어떻게'를 타락으로 보는 것이 이 단체의 원칙이었다. 또한 고통의 숭고함을 기리기 위해 1단계부터 12단계까지 나누어 고급으로 갈수록 높은 직급과 명예를 주는 것 같았다. 고급이란 더한 고통을 말하는 것이며 정보라는 이를 '고문당한 것 같은'으로 표현했다.

이 소설은 정말 딱 고통에 대해서 쓴 것이다. 인간이 고통을 어떻게 갈구하는지 또는 회피하는지. 그래서 제약회사 대표가 딸을 학대하는 장면까지 끼워 넣었으리라. 스릴러와 함께 SF 요소까지 들어가 있어 약간의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취향이 맞는다면 풀 빠져들어 읽을 수 있겠다.

건방지게 나한테 성별 이분법 들이대지 마라.

306쪽

나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아하! 남자 또는 여자로 가르지 말라는 뜻이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성별을 서너 가지로 구분한다고 들었다. 남과 여 중간의 어느 성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성으로 말이다.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라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지만 낯설다고 무조건 반대할 입장도 아니라 그냥 그런 나라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

여기 문맥 어디에도 그런 뉘앙스는 없지만 정보라는 이걸 단순히 문화의 차이로 내보인 것 같지는 않다. SF적 요소를 살리려고 여기저기 심어 놓은 디딤돌처럼 보였다. 그리고 몇 쪽 뒤에서 디딤돌인 것을 확신했다.

내 아내의 체세포로 만든 정자하고, 내 난자하고 수정시켜서 만들었어.

319쪽

동성 커플이 임신을 했다. 냉동정자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오직 과학의 힘으로. 여자도 정자를 생산할 수 있는 과학이 정보라의 소설에 등장했다. 글쎄.. 과학을 잘 모른다 치더라도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주장하는 게 무리라는 것쯤은 안다. 현대 과학에서 못 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가능한 것이 뭔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건 이게 꿈인지 생신지 뺨을 꼬집어 느끼는 고통이다. 정보라는 그 고통을 주제로 우리에게 색다른 소설을 내보였고. 읽고 나서 내 느낌은 앞으로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것이 더 많아지리라는 것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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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언니에게
스더언니 지음 / 푸른향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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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향기에서 정말 푸릇푸릇한 향이 나는 책이 나왔다. 사랑 이야기라니.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또는 시작만 계속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푸릇한 사랑의 냄새를 읽고 나니 책에서 정말 풋내가 나는 것 같았다. 순간 알았다. 아... 나는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구나. 껄껄껄.



이런 남자 만나지 마세요


1. 어느 순간 연락을 잘 안 하는 남자

2, 외모를 계속 지적하는 남자

3. 너무 자신만만한 사람

4. 다혈질인 남자

5. 말만 너무 잘 하는 남자

6. 처음부터 너무 과하게 다가오는 사람

7. 중독이 있는 사람

8. 대화가 뚝 끊기는 사람

9. 존경할 수 없는 사람

10. 매사 어딘가 부족하다, 불평하는 사람


읽기만 해도 피곤한 유형이다. 남자로서도 여자로서도 그냥 인간으로서 별로인 상황들이라 얼른 읽어 넘겨버리고 싶었다. 연애 경험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이런 남자들을 일일이 꼽을 수 있는 작가가 살짝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시 한번 잘 읽어 보면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 꼭 있지 않나? 하나만 해당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렇다면 남자도 인간관계의 하나로 인식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성으로서의 매력도 빠지면 안 되지만 1번부터 10번까지라면 친구로서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위의 항목들 중에서 '남자'라는 글자를 지우고 나를 대입해 보았다. 앞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이런 남자를 만나세요


1. 연락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

2. 나의 결핍을 고치고 싶게 만드는 사람

3. 열등감이 없는 사람

4. 문화가 맞는 사람

5. 감사할 줄 아는 사람

6.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 사람

7. 나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

8. 따뜻한 사람

9. 자신의 한을 풀 숨구멍이 있는 사람

10. 나를 가장 예쁘다고 해주는 사람


크~~~ 금상첨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결혼한 지 오래되었으므로 나는 이번 항목에서 내 남자가 해당하는 것에 동그라미를 쳐 보았다. 동그라미가 많아서 안심했다. 처음부터 많았다고는 할 수 없다. 맞추면서 살아온 세월이 길었기에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를 따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나는 이 항목 어딘가에 '유연함 사람'을 끼워 넣고 싶다. 유연한 사람이라면 서너 개가 모자란다 할지라도 기꺼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남자 만나기 정말 힘들구나. 나도 힘들어서 늦게 결혼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내 인생 살았더니 그런 남자가 있긴 있더라. 그러니 나 스스로 위의 10개 항목에 해당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돌아보며 사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작가가 사랑하는 짝꿍을 만나지 안타까워하며 읽었다. 후반부에서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나는 안심하고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안심? 나 왜 안심해? 


내가 나에게 물었다. 답은 금방 나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이 책을 기성세대로서 읽은 것이었다. 사랑을 기대하는 두 근 반 세 근 반 콩닥이가 아니라 요즘 세대들의 사랑법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독서였다. 




* 무상으로 제공되는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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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뀌는 초등 온라인 글쓰기의 기적
오수민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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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글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흔했다. 아이들의 일기장이 바로 그랬는데 요즘은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일기 쓰기가 많이 줄어 그 기회가 드물다. 대신 독서록이나 시 쓰기, 생활글 같은 여러 갈래의 쓰기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할까? 그 만남에서 도대체 내가 흥분을 느끼는 지점은 어딜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오수민의 책에서 찾았다. 반짝이는 아이들의 마음을 바로 글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삐뚤빼뚤한 글씨에서 아이들은 대놓고 말한다. 좋고 싫음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을 만큼 꺼내 놓는데 이건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스테디셀러와 같다. 고전 작품을 읽을 때마다 다른 감동을 받듯이 아이들의 글도 그렇다. 그리고 가끔은 나를 찌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글에 찔려서 아프기도 하지만 그 아픔은 따끔. 이게 다다. 그 뒤에 오는 치유의 손길을 참 좋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글은 중독성이 강하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쓴다는 제목의 이 책에서 제일의 문장은 68쪽에 있다.



글쓰기에 가까워지려면 무엇보다 이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요즘 말로 백퍼 공감.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셋째도 재미다. 나는 여기에 교묘하게 학습을 집어넣는다. 일종의 기술이라면 기술이랄까. 이 책에서 말하는 아이들이 글을 쓰는 마음을 끌어내기 위한 한 방은 그 마음 그대로를 알아주는 것이다. 



쓰기 싫은 마음을 글로 쓰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쓰고 있다는 걸 알까? 모를까? 물음표와 재미 사이를 오가며 책을 끝까지 읽고 나니 어른들에게 적용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아직 문을 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오픈할 '미칼라 책방'에서는 아이나 어른이나 마음을 그대로 받아주는 글쓰기가 가능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마음으로 글을 썼다는 책을 읽고 나니 온 국민이 마음을 썼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하나 더 늘었다.



* 무상으로 제공된 책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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