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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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엔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불교사상의 맥과 맏닿아있는 이말은 ‘모든것에 때가 있다‘라는 의미인데,
아침에 책을 읽다가 ^^ ‘시절인연‘의 의미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을 만났다. 이 작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다른 종교안에도 삶의 맥은 다른듯 같게 이야기되나보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매사적절한때가있는법

매사 때가 있다. 구약성서 코헬렛서(전도서)중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고칠때가 있으며 부술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 뛸 때가 있다. 돌을 던질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떨어질 때가 있다.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간직할 때가 있고 던져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3년쯤 후에 만났더라면 인연이 닿아 결혼했을지도 모르는 상대를 조금 일찍 만나 이루어지지 못할 때가 있다. 같은 매화나무에서 자랐더라도 덜 익은 열매는 먹지 못한다. 같은 상대임에도 때가 무르익기 전에 섣불리 조우하게 되면 사랑이 진전되지 못한다.
유난히 나를 좋지않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비난이 신경 쓰여 한동안 헤어나지 못한 날도 있었다. 내 안에서 강렬한 악의가 싹텄음은 자명하다. 우리는 서로 치고 받는 싸움을 벌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기회가 찾아왔을때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얼마나 무책임한 말들을 해왔는지 온 세상에 알려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 그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언급하지 않게 되었다. 코헬렛서에 따르면 ‘말할 때‘가 지나 ‘침묵할 때‘가 찾아온 모양이다. 나 또한 지난 시절 나를 괴롭히던 그 비난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잊어버릴 때가 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하루 아침에 지혜로워질 수는 없다. 사람은 오랜 세월 헤매야 하며, 때로는 잘못을 저지르고, 때로는 어리석음에 정열을 불태우다가 끝내는 자신에게 필요한 최고의 선택을 내리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눈이 내리고 새싹이 움트고 작렬하는 태양이 시들어 비로소 단풍이 빛나는 가을이 찾아오는 것과 하나도 다를게 없는 이치다.

pp.5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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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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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공감가는 글이다. 좋은거울을 찾아내어 서로를 비추며 더 나아지는 일, 상대에게 좋은 거울이 되어주는일 모두 참 좋은일이다.

#거울<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서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상을 찾는다.
처음에는 부모의 시선에서, 그 다음에는 친구들의 시선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그러다가 우리는 자신의 참모습을 비춰 줄 하나뿐인 거울을 찾아 나선다. 다시 말하면, 사랑을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누구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알고보면 <좋은 거울>의 발견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자신의 만족스러운 상을 비춰 주는 거울을 찾아냈을 때 흔히 첫눈에 반했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의 시선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평행한 두 거울이 서로에게 기분 좋은 상을 비춰주는 마법의 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것은 거울 두개를 마주 보게 놓으면 거울 속에 거울이 비치면서 같은 이미지가 무수히 생겨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렇듯이 <좋은 거울>을 찾아내면 우리는 다수의 존재로 바뀌고 우리에게 무한한 지평이 열린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주 강하고 영원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두 거울은 고정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 움직이는 존재다. 두연인은 자라고 성숙하고 진보한다.
그들은 처음에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하지만 얼마동안 서로 나란한 길을 따라 나아간다 해도, 두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가는것은아니다. 게다가 나아가는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두 사람이 상대의 시선에서 언제나 똑같은 자신의 상을 찾는것도 아니다. 그러다 결별이 찾아온다. 나를 비춰주던 거울이 앞에서 사라지는 순간이 오는 것이다. 그건 사랑의 종말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상을 잃는 것이기도 하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의 시선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는 것이다.


-pp.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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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50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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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집을 만드는 사람들,
부럽다.

하고싶으나 채 표현할수 없는 내 마음을 꺼내다
어느새 집을 지었구나.
허락받지않고 내어간 마음이지만 용서해주기로한다.
조금 쓸쓸하지만 나쁘지않은
한번씩은 시간거슬러 옛시간속 거기 잠시 머물렀다오는 마흔넷의 가을에

찾아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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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라이프에 일린 글중 한 꼭지 인듯 싶어 오늘 책을 구입했다.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은 삶
최인철

...

유연한 삶이 곧 타협하는 삶은 아니다. 삶의 복잡성에대한 겸허한 인식이고, 생각의 다양성에 대한 쿨한 인정이며, 자신의 한계에 대한 용기있는 고백이다. 확인을 갖되 타인에게 강요하지않는 삶을 사는 것이 격이 있는 삶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하더라도 지나친 확신으로 타인을 몰아붙이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궁극적으로는 상대의 행복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

아침 신문을 보다가 최인철교수의 <마음읽기> 칼럼중에서.
글이 좋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면서 (하루를 예상하는 가상)시나리오를 쓴다. 주인공이 나인 완벽한 시나리오를. 화려하진않지만 섬세하고 따듯한, 그러면서도 일은정확하고 매너는 사려깊은. (꺅! 멋지다. 맘에든다. 이 여주인공.)

그런데
그런데
일상은 늘 구멍이다.

시간임박하게 가야할곳이 있는데 이불자국이 찍힌 얼굴을 발견한다던가 이리저리 계산해서 분위기잡고 글올렸는데 명칭이 틀렸다고 찜빠를 먹는.

어느하루 완벽하구나 느낌표를달았다 싶다가도 다른하루는 이렇게 어이없는 일 팡팡인게 일상인가 싶어지는

구멍숭숭뚫린 하루를 더 자주 만난다.

완벽한 삶이란 없는거지.
이런날 저런날이 있을뿐.

어제 출연한 여주인공은 난폭하고 미운얼굴 가득.
아..
오늘은 좀 격있는 버젼으로 등장하길 바래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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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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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타자와 관계맺는 방식도 넓은 의미에서의 통증인 것이다. 나와 나의 신체가 그러하듯, 나와 타인도 통증을 통해 관계를 맺고 통증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나는 통증을 통해 비로소 신체의 껍질 안쪽으로 펼쳐진 타인의 내면을 보고, 타인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는 나를 본다.

그렇지 않았던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 그것은 모든 순간이 자극이고 고통이었다. 첫만남, 애착과 마음 씀, 설레며 기다리던 시간, 그를 안던 밤, 익숙함과 오해, 권태와 멀어짐, 이별과 그리움, 나를 휘몰아 치는 강렬한 자극의 한가운데 앉아서 나를 불러낸 그의 맨얼굴을 들여다본다. 그의 예쁜 눈과 코와 입을 기억한다. 우리의 사소한 말과 행위는 언제나 거대한 이유와 목적으로 해석되어 서로의 가슴을 물어 뜯었고, 풀리지 않는 오해는 해명의 기회도 허락받지 못한 채 영혼의 깊은 상흔으로 자리잡았다. 그래, 내가 여기 있다. 통증이 마련해준 자리에 마주 앉아 우리는 그저 서로의 슬픈 얼굴을 주시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생각한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채사장,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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