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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추방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2월
평점 :
오늘날의 두려움은 병원학적으로 아주 다른 원인을 갖는다.... 그것은 일상적인 두려움이다. 그것의 주체는 ˝세인˝이다. ˝자아는 타자를 기준으로 삼고, 더 이상 보조를 맞출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다[... ...]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내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표상이 이렇게 사회적 두려움의 원인이 된다. 개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개인들을 망가뜨리는 것은 객관적인 상황이 아니라 주요한 타인들과 비교할때 내가 뒤진다는 느낌이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과 고유한 자기존재를 택할 결단을 내린 현존재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지향한다. 이 현존재는 내부에 중심을 지니고 있으며, 가장 고유한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지향하는 자이로 컴퍼스와 유사하다. 이 점에서 이 현존재는 바깥을 지향하면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분산된 레이더 인간과 대립한다. 내부 지향은 타인과의 영구적인 비교를 필요없게 만든다.이에 반해 외부 지향적인 인간은 이런 비교를 강요받는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실패와 좌절과 배척에 대한 두려움,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자신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등 여러 막연한 두려움에 고통받고 있다. 이 두려움은 타인들과의 지속적인 비교로 강화된다. 이 두려움은 전적인 타자,섬뜩한 것, 무 앞에서 느끼게 되는 ‘수직적인 두려움‘과 반대로 ‘수평적인 두려움‘이다.
오늘날 우리는 생산성을 제고하기위해 시간의 안정적인 구조를 철거하고, 삶의 시간을 파편화하고,연결과 결속을 허무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속에서 살고 있다. 이 신자유주의적인 시간 정책은 두려움과 불안을 낳는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홀로 고립된 자기 자신의 경영자들로 개별화한다. 탈연대화와 전면적인 경쟁이 초래하는 개별화는 두려움을 낳는다. 신자유주의의 기만적인 논 리는 이렇게 주장한다. ˝두려움이 생산성을 높인다.˝
<타자의 추방> 중 두려움, 한병철 pp.5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