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그들을 찾아서 돌아다녀봤다. 생각외로 심각하게 썩어가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게 된다. 기자 출신답게 그 넓은 대륙을 발로 뛰면서 생생하게 기록한 점이 돋보인다. 미국의 애완견이 되서 딸랑거리는 한국의 몇년 후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생각하게 한다. 인너넷 연재용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기자출신이라는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보수주의 작가 중에서 이청준은 이데올로기를 겉으로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강한 보수적 이데올로기가 작용한다. 그의 대표적 장편 소설인 '당신들의 천국'에서도 그런 면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선민과 지도자의 문제를 지도자의 입장에서 다루면서도 지도자의 자기성찰을 요구하는 대표적인 지식인 소설이다. 무거운 주제를 무겁게 다루지만, 관념으로 도망가지 않는 것은 그 자신과의 싸움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황무지기가 없는 나라에 살면서 황무지에 대한 소설을 읽는 것은 이국적인 어떤 것을 기대하게 한다. 황무지와 탄광촌이라는 거칠고 몰락한 배경 속에서 뭔가 신비하면서도 아련한 것들 찾아가는 소설이다. 확실하게 이국적이다. 너무 이국적이어서 호기심은 생기지만 동화는 되지 않는다. 신비한 분위기가 다른 영화나 환타지 소설에서 익숙한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틀에 박히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기도 하다. 읽히기는 하는데 남는 건 별로 없다.
못생긴 꼽추 아이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차별을 온몸으로 느끼지만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나간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진부하다. 이 책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온 '파리의 노트르담'이 훨씬 신선하다. 이야기의 흐름도 작위적이다. 하지만 편하고 쉽게 읽힌다. 그리고 따뜻하다. 이런 진부한 이야기가 읽히는 이유는 글쓰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소설의 도식 중 한가지는 현실을 칙칙하지 않고 발랄하게 그려야 잘 팔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법칙에 충실했다. 그래서 밝고 유쾌하다. 하지만 어거지 같은 느낌이 별로 들리 않는 이유는 힘을 뺐기 때문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던 형제가 조금씩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을 경험하는 과정을 아주 현실적으로 다뤘다. 그렇게 발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현실에서 몇이나 될까 싶기는 하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유쾌한 방식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