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하는 사람들 - 이스트런던 동네 수영장의 내면
매들린 월러 지음, 강수정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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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필즈 리도는 1932년에 문을 열었다가 1988년에 문을 닫았고, 20년 동안 폐쇄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방치하지 않고 돌본 덕분에 2006년 재개장하고 인기를 누렸다.

리도 (lido)는 영국에서 공영 야외 수영장을 일컫는 말이고, 런던필즈는 런던 내에서 일기와 관계없이 개장하며 물 온도는 항상 25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 런던필즈 수영장의 사람들을 옷 입은 모습과 수영복 입은 사진을 대조하며 그들의 에세이와 함께 보여주는 사진집이다.



나는 농촌 출신이며 개울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커서도 수영장은 물론 해수욕장 한 번 제대로 가보지 않았다. 그러다 몇 년 전 갑자기 수영해보고 싶어 용기를 내어 수영장을 찾아갔다. '음~ 파~'를 배우기 위해 서 있다 물밑으로 머리를 넣는 순간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고 숨이 막혔다.

물이 밀도 있게 내 온몸을 조여왔다. 그때의 두려움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안경을 벗으며 심한 난시로 손을 뻗지 않으면 빠르게 걸어가면 벽에 부딪힐 정도이다. 도수 수경에 콘택트렌즈 등 여러 가지를 실험하고 알아보다 일회용 렌즈를 선택했다. 사실, 렌즈를 그래서 난생처음 착용했다. 처음엔 렌즈를 착용하는 데 십분 이상이 걸려 새벽 수업 시간을 못 갈 지경이었다.

25m를 한 번에 자유형으로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며 3개월을 다녔고, 한팔 접영까지 배웠다.

그러다 첫 선생님이 바뀌고 일이 바빠져 중단했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나서 다시 50m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7개월 동안 수영을 배웠다. 새벽 수영으로 일주일에 두 번 수업했고, 마스터스 세 개 레벨 반 중에서 첫 번째 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오리발과 스노클도 착용해보았다.

그리고 이사를 했다. 50m 수영장을 찾았지만, 출근 동선도 맞지 않고, 예약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아주 우연히 회사 근처의 지금 다니는 수영장을 찾게 되었다. 초/중/고급 세 개 반뿐이어서 고급반 안에서도 격차가 아주 컸고, 처음 2주간은 중급반으로 내려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코로나 때문에 쉬다 하다를 반복했지만, 1년이 지나서 이제는 반에서 선두를 하고 있다. 스타트도 칭찬받으며 말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연습하고 배울 것이 태산 같고 도전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수영은 내 인생에서 또 다른 새로운 축이 되었다.

수영복을 입고 있으면 모두 똑같아 보인다고 하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수영할 때의 손가락 하나하나의 동작과 동향, 스트로크의 수와 횟수, 고개를 돌려 호흡하는 횟수와 그 각도, 보일 듯 말 듯 한 물밑에서의 동작과 물을 잡기 위해 팔과 손목을 어떤 궤적으로 어떤 강약으로 움직이는지 등의 그 모든 것들은 물 밖에서 걸치고 꾸밀 수 있는 그 어떤 것들의 디테일을 합쳐도 따라 올 수 없다.

그리고 수영은 정직하고 공평하다. 그리고 자신의 기량을 숨길 수 없다.

또한, 십 년을 넘게 하신 분들을 만나 뵈면 그분들의 수영에 대한 사랑과 순수함에 리스펙트를 한껏 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영하며 또 인생을 느끼고 배운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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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1-02-25 0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다시 마음껏 수영할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바랍니다~^^

초딩 2021-02-25 10:28   좋아요 3 | URL
ㅜㅜ 정말 스포츠 활동을 맘 놓고 하면 정말 좋겠어요 ㅜㅜ
여행이랑요 ㅜㅜ
에효
어서 이 사태가 끝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라파엘님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1-02-25 0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자유형부터 배형 평형 접형까지 배웠는데(배형을 가장 잘함) 자유형을 못해요 ㅋㅋ물속으로 가라앉아버림 ㅋㅋ 몇년전에 매들린 윌러 사진전시회에 가봤어요. 책도 출간이 되었네요 ^.^

초딩 2021-02-25 10:31   좋아요 2 | URL
앗 배영 정말 어렵던데 우앙 역시 scott님!
우연히 알게된 편의점 사장님이 수영한 15년 넘게 하셨는데
배영의 달인 이시더라구요! ㅎㅎㅎㅎㅎ

아~ 매들린 윌러 대단하던데 부럽습니다~
ㅜㅜ 아 사진 전시회 간지도 넘 오래된 것 같아요 ㅎ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1-02-25 09: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비 페이지의 ‘수영하는 여자들‘ 이란 소설이 런던의 리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저는 수심이 깊은 곳에서 수영하면 넘 무서워요~~ 반에서 선두에 서시다니 초딩님 대단하세요**

초딩 2021-02-25 10:32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댓글을 아까 본 것 같은데 ㅎㅎㅎ 수심 50m !!!! 요~
우아 대단하세요!!!

페넬로페 2021-02-25 10:40   좋아요 1 | URL
수심 50은 제가 착각한듯 해요.
수영장에 수심 50m가 가능할까요?
아무래도 아닌것 같아 수정했는데 초딩님이 다니시는 수영장 수심이 얼마예요?

초딩 2021-02-25 10:42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스쿠버 다이빙 하신다고 생각했었어요~
제가 가는 곳은 턴 하는 곳은 조금 깊어 1.5m 넘는 것 같아요. 시작하는 쪽은 낮고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따서 해외 가서 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물속에서 올라오는 데 걸리는 시간 생각하면, 깊이 들어가는게 엄청 무서울 것 같아요 ㅎㅎ

페넬로페 2021-02-25 10:45   좋아요 0 | URL
제가 검색해봤는데 올림픽이 수심 1.80m라고 하네요~~
큰 착각을 했어요
수영 한창 할때 다른곳으로 원정도 다녔는데 올림픽 수영장 수심이 깊어 착각한것 같아요.
착각이 자유라지만 좀 너무했죠 ㅋㅋ

han22598 2021-02-25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초등님. 저 수영 매니아에요. 코로나 전까지 매주 3~4회 꾸준이 수영하는 수영생활인이죠. 저도 수영하면 할얘기가 많은데. .....수영은 그냥 사랑입니다. 저는 가능하면 많은 수영장을 가보고 싶은데, 런던 리도라는 곳도 찜해둘게요 ^^

초딩 2021-02-25 10:33   좋아요 1 | URL
와와~~~
수영은 사랑!!!!
맞아요 맞아요 ^^ ㅎㅎㅎㅎ
런던에는 아주 예전에 만들어진 곳 중에 모두 대리석으로 된 곳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도 찜이요 ^^ ㅎㅎㅎ 어서 코로나 종식되어 해외 여행도 다닐 수 있음 좋겠어요 ^^
좋은 하루 되세요~

han22598 2021-02-25 07: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책도. 찜!
 

나에게 답은 병행이다. 당연하겠지만.

출퇴근 중 하루 한 시간 반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다 팟캐스트에서 윌라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했다.

이동 중 잠시 대기하는 시간, 종이책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주어진 시간에 대한 대처를 위해 전자책을 보고 있다.

오디오북은 말 그대로 듣는 것이니, 짧은 이야기책이 아니면, 활자로 다시 봐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운전 중에도 잠시만 딴생각을 하면 문맥을 놓치기 쉬웠다.

그런데, 오디오북을 1.3배속 해서 듣고 출퇴근을 꾸준히 하니, 오디오북을 점점 더 듣게 되고, 그걸 맞춰서 읽어야 하니 구매하면 바로 볼 수 있는 전자책을 점점 많이 사게 되었고, 급기야 전자책 캐시를 매월 정기 결재하게 되었다.

하루 중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짬짬이 읽게 되는 전자책도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전자책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특히 지식서를 읽게 될 때, 전자책은 검색도 용이하고 밑줄 친 것들을 목록으로도 볼 수 있는데, 불편한 점이 발견되었다. 책갈피 해둔 곳이나 특정 부분을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훑으며 찾는 것이 전자책으로는 하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전자책은 딱 핸드폰 화면 만큼의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메뉴를 통해 책갈피 목록에서 내용을 찾고, 검색 결과에서 페이지를 이동하고, 하단 슬라이드 바를 통해 페이지를 이동해도, 책장을 넘기며 다이렉트로 페이지에 접근하는 것을 따라갈 수 없었다.

특히, 서평을 쓰거나 책의 내용을 별도 정리할 때, 전자책은 답답했다.

그래서 결국엔 종이책도 사는 사태가 생겼다.

하지만, 종이책만 살 수는 없었다. 나노 틈새 시간에 전자책으로 읽는 것, 운전 중 통독처럼 읽는 오디오북도 병행해야 좋았다.

그래서 ㅜㅜ 결국 한 권의 책이 좋으면 (특히 지식도서) 오디오북, 전자책, 종이책을 모두 듣고 보게 되었다. 다행히 윌라 오디오북은 월정액이라 다행이다. 이 사태를 돌이켜 회고하니, 이제 왜 월 책값 지출 비용이 1.5배에서 2배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책에 돈을 쓰는 게 어찌 아깝겠는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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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omy 2021-02-23 18: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참 고민하다 크레마 샀었는데 종이책, 전자책 둘 다 사는 어이없는 상황이 ㅠㅠ

초딩 2021-02-23 18:58   좋아요 2 | URL
ㅎㅎㅎ 네. 전 pdf 전자책이 알라딘 전자책 뷰어 아이폰앱에서 잘 안 보여서, 아이패드 에어도 샀어요 ㅜㅜ 에효

붕붕툐툐 2021-02-23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짧은 시간도 잘 활용하시는 초딩님~👍👍👍
결국 다 사게 된다는 아름다운 결론인거죠?ㅎㅎㅎㅎㅎㅎ

초딩 2021-02-24 23:54   좋아요 1 | URL
^^ ㅎㅎㅎㅎ 네네 맞아요!
어제 출판쪽에 있는 친구를 만났어요. 다짜고짜 물었어요. 왜 IT 개발서는 PDF밖에 없냐고!!!
그랬더니ㅜㅜ 전자책에 더 맞게 (epub) 편집하는데 더는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하더군요. 개발서 전자책이 많이 안 팔리고, 전자책 마진도 아주 낮아서 ㅜㅜ
에효 ㅎㅎㅎㅎ

파이버 2021-02-23 2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자책 검색기능도 좋지만 말씀처럼 종이책장을 휘리릭 넘기면서 찾는것만 못하더라구요… 초딩님께 깊이 공감합니다…저도 저한테 어려운 책은 종이책과 전자책 둘다 구입합니다ㅜㅜ

초딩 2021-02-24 23:55   좋아요 2 | URL
ㅎㅎ 넵 ^^
컨텐츠 종류가 다양해서 다양하게 읽고 들을 수 있다에 그래도 감사해요 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고양이라디오 2021-02-2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틈나는 대로 전자책도 보시고 대단하시네요. 본받고 갑니다!

초딩 2021-02-27 13:39   좋아요 0 | URL
라디오님 칭찬에 로켓 타고 날아가는 중이에요 ㅎㅎ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되세요~~~
밥먹으며, 한입 씹고 빨래 건조기 돌리고 몇 갠 널고
그러면서 식기 세척기에 한 입 씹으며 또 그릇 넣고 있어요 ㅎㅎㅎ
댓글로 워워 하고 있어요 :-)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 개정 증보판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최용범 지음 / 페이퍼로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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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에는 사건 위주로 열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했지만, 400여쪽 한권의 책으로 한국사를 서사하듯이 다루기는 힘겨워 보였다. 딱딱하지 않게 저자의 주관도 가미해서 사건의 배경과 후대에 미친 영향까지 이어서 잘 설명해줘서, 권수를 늘려서 더 많은 인물과 사건을 다루고 깊이도 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저자에게는 투정만 부리는 것 같아 미안하다.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사의  큰 흐름을 잡기 좋은 것 같다. 학생들도 2~3번 통독하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전세계 고인돌의 40퍼센트가 한반도에 있다든지, 발해에는 그 어떤 시대, 나라보다 여성의 지위가 높았다든지, 미국의 교수가 궁예는 사실 폭군이 아니었다는 논문을 냈다는 등의 감초 같아 꼭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도 아주 많아 흥미롭다.

얼마전 읽은 하룻밤에 읽는 한국 근현대사는 이 책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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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1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딩님 덕분에 100쇄 찍음 ((o(´∀`)o))

초딩 2021-02-23 17:55   좋아요 0 | URL
ㅎㅎ 북플 덕입니다 ㅎㅎㅎ 저녁 맛있게 드세여~

고양이라디오 2021-02-25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사 한 번 훑고 싶었는데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b
 
공부머리 독서법 -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
최승필 지음 / 책구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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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는 취학 전 아동에게 외국어를 포함한 핀란드 알파벳을 가르치면 불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유럽에서 유사한 법을 가지고 있고, 독일에서는 취학 통지서에 "취학 전 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라고 쓰여있다고 한다.

영유아기 아이들의 뇌는 한참 형성 중인데, 이때 과도한 공부를 하면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아이는 심각한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그 이유를 말해준다. 영유아 아이에게 조기 교육을 하는 것은, 완성되지 않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사실, 이런 유럽의 조치는 신자유주의와 연관 지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연관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모범을 보이는 유럽이 아닌, 정반대로 가고 있는 미국과 한국의 상황에서 말이다.

미국은 부모의 학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경우가 3분의 2가 넘는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수치는 잊어버렸지만, 부모가 박사면 아이들도 박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거꾸로 학력 대물림이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고학력일수록 사회의 상위 계층이 되기에 유리하다. 그리고 현재의 부모 세대들은 선조의 부 때문이든 개천에서 용이 나든 고학력자가 되는 것이 기득권이 되기 쉬움을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는 쉬운) 알고, 부를 지키듯이 고학력을 지키려는 것이다. 즉, 비기득권이 기득권과 같은 학력을 취득하지 못하게 애를 쓴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어쨌든, 학원과 과외가 귀했다. 사전을 씹어먹고 코피를 흘리며 공부해서 학력고사를 잘 치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다. 그게 꼭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점점 그 용이 나올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돼"라고 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공부는 개념을 명확하게 알고 의지를 가지고 공부하면 돼!"라고 큰소리치던 부모 (특히 아빠들은)는 요즘의 학원과 선행학습, 외국어 학습 및 각 분야의 영재 같은 이웃집 아이들을 보며, '아차 이거 큰일 났구나'라며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기 십상이다.

즉, 순수하게 공교육을 열심히 잘하면 되는 평등함을 선행학습, 과외활동 등으로 덧칠해서 공평하지 않게 만들었다.

몇 해 전 시카고에 갔을 때이다. 한 다리 건너 아시는 분이 거기 주립대에서 교수로 계신다고 들었는데, 그분은 요즘 '닭 내장 빼는 일을 할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민하고 계신다고 했다. 단순 노동 임금이 비싸니, 함께 간 자녀의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단다. 더 예전에는 돈이 아주 많지 않으면,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게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 부부는 미국에서 공부하다 아이를 낳아서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양육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공부도 잘해야 하고 스포츠도 잘해야 하고, 사회 봉사활동도 잘해야 하고, 아무튼 모든 것을 잘해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어요."

봉사활동을 잘한 인성이 훌륭한 아이를 입학시킨다는 것은 아주 이상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부도 잘하고, 스포츠 (돈 돈 돈)도 잘하고, 봉사활동도 (그런 것을 찾아 아이를 보낼 금전적 정신적 여유가 부모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이 한 아이는 개천의 용은 아니다.


아이들이 조기교육으로 스트레스성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면 좋겠다.

사교육에 눈을 돌리지 않게 평등한 교육을 공교육의 틀 안에서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는 영재가 누구인지 정말 알 수 있습니다) 영재들은 객관적으로 선발되어 영재에게 맞는 교육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도 언젠가 '닭 내장 빼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고민할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도 고민하고 행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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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2-19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싶은 책이었는데. 초딩님 리뷰 꼼꼼히 읽는걸루 대신할까봐요. ^^;;;

초딩 2021-02-20 21:34   좋아요 1 | URL
^^ 앗...
한 번 잘 정리해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
좋은 밤 되세요.
 
지금 이 순간 청소년 인문학
조성환 외 지음, 최진석 추천 / 책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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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목적 지상주의의 부질 없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수단으로써의 과정도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결과의 실패에 낙담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가지고 있다. 다음의 성공을 위할 필요도 없다. 결과로 기뻐하는 순간보다는 행복한 과정이 더 길기 때문에 총량을 보면 과정이 더 가치 있고, 행복에 대해 효율적이다.

책의 제목 첫 문구에서 이런 의미를 찾을 수 있듯이,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을 위해 썼고, 그 아들이 또 편집한 니코마코스 윤리학으로 시작한다.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말이다. 그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복한 상태가 되기 위한 '중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공부량이 많다기보다는 공부하는 시간만 가득한 우리 아이들의 가장 중요한 '행복'에 대해서 감사하고 소중하게 다루어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당연한 말들이 가득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말들을 들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소금 같은 책이다.

동양 특히 중국의 사상을 많이 다루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책상 위에 올려두고 틈틈이 읽어보면, 힘든 순간 자신을 추스를 수 있고, 고민에 빠졌을 때 아하 (Aha) 의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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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1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학생들에게 추천해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당!!

초딩 2021-02-18 08:59   좋아요 1 | URL
ㅎㅎㅎ 넵!
우어 공부머리독사법도 읽고 있는데 좋네요 ㅎㅎㅎㅎ

han22598 2021-02-18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인문학은...저에게 너무나도 어려운...ㅠㅠ

초딩 2021-02-19 08:33   좋아요 1 | URL
청소년책이라 슬슬 남기다 어느새 걸떨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