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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침 그리고 그림자


공원에서 밤을 샌 의자는

아침 햇살에 서리를 입고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허연 얼음덩이보다 추운 마음으로

햇살의 밝음만큼 깊어지는 그림자

태양이 높아지면

깊이를 늘이다 늘이다 사라져갈

너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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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않는 새

 

종로3가 지하 보도 앞에서

쓰레기 음식으로 배 채우고 느릿하게 걸을 때

흔들리는 꽁무니마저 시간을 느리게 만든다

기쁨과 슬픔 혹은 다급함을 전하던 일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박수치며 기뻐하던 평화라는 단어가 어렴풋이 떠오를 뿐

잘려나간 발가락 하나쯤은 이미 굳은살로 단단해졌고

비대해진 몸뚱이 들어 올릴 날개 힘도 잃었지만

하늘 위에서 느끼던 바람의 기억을 몰고

파고다 공원으로 느릿한 시간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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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눈금   

 

재단을 한다

가로 기쁨 10

세로 행복 10

기대 간격 1

 

콩콩 구멍을 뚫고

가죽과 가죽을 맞대어

질긴 실 마주 잡고

위에서 아래로 한번

아래서 위로 한번

검지손가락에 감아 당기면

당겨진 실만큼 상처를 내며 단단히 여며진다

 

너의 기쁨에 나의 행복을 맞대어

팽팽하게 감아 당기며

우구려 꿰매 놓은 실의 완력

 

너의 살갗과 맞대어 꿰매진 나의 살갗에

우툴두툴 새겨지는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야무지게 여며질 줄 알았다

 

콩콩 뚫린 너의 거죽과

숭숭 뚫린 내 거죽을

야무지게 여민 실은 알지 못했다

서로 다른 눈금을

 

눈금 단위가 다르다는 것을 모른 채

다시한번

너의 슬픔에 나의 공허를 맞대어

콩콩 구멍 뚫고

위에서 아래로 한 번

아래서 위로 한 번

팽팽하게 감아 당기며

다시 상처로 여며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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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는 자의 밝음

밝히는 자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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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초보 낚시꾼 친구 따라 자리 잡고 낚싯대 펼쳤다

눈에 잔뜩 힘주고 찌만 노려보는데

일렁일렁 물결에 머리가 어질어질


머리채 흔들어 신기루 쫓고

기웃기웃 주변을 본다

휘어지는 낚싯대 물을 가르며 퍼득퍼득


짐 싸 들고 그쪽으로 옮겨 앉아

햇살이 웃을 때마다 낚싯대를 들었다 놨다

미끼를 바꿔가며 퐁당퐁당

한낮을 넘겨도 빈 바늘만 올라온다

에이 낮잠이나 자자 드러눕는데

팽팽한 낚싯줄이 잡아당긴다


신나서 소리 지르며 건져 올린 손바닥만 한 물고기

도마위에 올려놓고

회로 뜰까 매운탕을 끓일까

투두두둑 도마 두드리는 물고기

회로 뜨기에는 실력이 부족하고

끓여 먹기엔 탱글한 살맛이 아쉽고


무턱대고 칼 들고 덤비자

사방으로 튕겨가는 비늘과 함께

쏟아지는 붉은 피

섣부른 시인이 시를 쓰겠다고

팔팔한 놈과 씨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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