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쫌 아는 10대 - 보호받는 청소년에서 정치하는 시민으로 사회 쫌 아는 십대 8
하승우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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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남지 않았네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일이 4월 15일이에요.

이번 선거에는 선거일 기준으로 만 18세가 되는, 즉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 선거권을 가지게 됐어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정치는 마치 어른들의 소유물처럼 여겼던 기존의 인식들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겠죠.

<선거 쫌 아는 10대>는 10대를 위한 정치 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당장 선거권을 갖게 된 만 18세부터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있어요.

이 책 속에는 정치를 쫌 아는 삼촌이 두 조카(만 18세, 만 16세)에게 선거에 관한 궁금증들을 풀어주고 있어요.

솔직히 개정된 선거법 때문에 어른들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로 인해 꼼수를 노린 위성정당이 큰 논란이 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만 18세이상 청소년뿐 아니라 선거권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자신의 소중한 1표를 제대로 행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직 선거권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10대를 위한 정치 수업이라는 점에서 강력 추천해요. 

한국에서 정치에 대한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더욱 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해요.

무엇보다도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민주시민교육, 정치교육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더 나은 민주사회를 위해서는, 10대부터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해요.

이 책은 보호하는 청소년에서 정치하는 시민으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인 것 같아요. 아는 것이 힘!


● 18세 : 맞다. 이번에 선거연령을 낮추는 것과 함께 통과된 법안에 선거제도가 있잖아.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이런 건 뭐야? 엄청 복잡하다고 하던데.

◆ 삼촌 : 수학공식과 비슷한 거야. 그런데 연동형을 얘기하기 전에 비례대표제부터 얘기해야 하는데.

국회의원 선거제도에는 크게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가 있어. 

지역구 선거는 일정한 지역을 선거구로 정하고 그 지역마다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 선출하는 선거이고,

비례대표 선거는 지역구 없이 소/중/대 선거구제가 있는데,

소선거구제는 1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중선거구제와 대선거구제는 2~5명을 뽑아.

대선거구제가 확대되면 비례대표 선거와 비슷해져. 

한국은 지역구당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이고, 정당 투표를 따로 해서 비례대표의원을 뽑는 혼합형이지.

그래서 투표를 할 때 투표용지를 두 장 받지. 하나는 지역구 후보 투표용, 다른 하나는 정당 투표용.

...

한국은 국회 정원을 300석으로 고정시켰어. 

총 300석 중에서 257석을 지역구 선거로, 43석을 비례대표제로 뽑되, 

비례대표 43석 중 30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퍼센트를 적용하고 나머지 13석은 정당득표율대로 나누기로 한 거야.

예를 들어, A당이 30퍼센트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는데 지역구 당선자가 90명이야.

그러면 A당은 연동률이 적용되는 30석에 대해서는 1석도 얻지 못하고 

나머지 13석을 득표율에 따라 할당받아. 

B당은 10퍼센트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는데 지역구 당선자가 10명이야.

그러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20석을 받아야 하는데 연동률이 50퍼센트라 10석을 받는 거지.

그런데 다른 정당들의 정당득표율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B당은 10석보다 적게 받을 수도 있어.

○ 16세 : 아이고, 복잡해.

◆ 삼촌 : 복잡하지. 각 정당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다 보니 선거제도 개혁안이 모호해졌어.

그래도 30석에 대해서는 연동률이 적용되니까, 3퍼센트 봉쇄조항(정당득표율 3퍼센트 미만 정당에는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되지 않는다)을 넘어선

정당들은 지역구 당선자가 없어도 3~4석을 얻을 수 있어. 

왜냐하면 3퍼센트면 9석인데 연동률 50퍼센트라 4.5석, 다른 정당들의 득표로 의석이 조정되면 더 낮아질 수 있거든.

그래도 예전에는 3퍼센트를 넘어도 1~2석을 받았으니 조금 나아진 거지. 

유권자의 표심이 국회 의석수로 반영된다는 점에서는 나아졌다고 봐.  (2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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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연결 연산의 발견 7권 (4학년) 개념연결 연산의 발견
최수일.전국수학교사모임 개념연산팀 지음 / 비아에듀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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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연결 연산의 발견>은 초등수학 연산 문제집이에요.

이 문제집의 특징은 현직 교사들이 집필한 최초의 연산 문제집이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게 뭐 대단한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개념 연결 시리즈를 하나씩 접하면서 그 효과를 실감하고 있어요.

우선 "개념 연결"이 핵심이에요.

교재의 구성이 새 교육과정의 교과서 진도에 맞추어 개념 설명과 문제를 연결하고, 다시 교과서에 나와 있는 개념을 정리하여 개념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문제 유형을 개념 익히기, 개념 다지기, 개념 키우기, 마지막으로 개념 다시보기로 나뉘어 아이가 단계별로 차근차근 연산 훈련을 할 수 있어요.

초등 전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산 개념연결 지도를 보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연산과 관련된 모든 단계가 나와 있어서 아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어요.

연산 개념연결 지도는 비아북 블로그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어요. 


이 교재를 접하기 전에는 연산 문제집은 다 똑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복적으로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게 되면 어느 순간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게 되고, 그러다가 실수가 생긴다고 해요.

바로 그런 점을 예방하기 위해서 <개념 연결 연산의 발견>은 중간중간 엉뚱한 돌발문제를 넣어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있어요.

7권은 4학년 1학기 과정으로 수 세기에서 자연수 범위가 커져요. 10000을 배우고 단위를 키워 조 단위까지 배워요. 3학년까지 배운 수의 개념을 연결하여 더 큰 수로 확장하기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어요. 괜히 무리해서 공부하기 보다는 천천히 정확하게 익히는 것이 중요한 단원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문제를 풀고 답만 맞추면 다 안다고 넘어갔는데, 개념 연결을 알고부터는 개념을 완전히 익혔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한가지 팁은 문제들 중에서 몇 개를 뽑아 선생님 놀이를 해보는 거예요. 자신이 푼 문제를 직접 말로 설명해보면 스스로 얼마만큼 개념을 이해했는지 알 수 있어요.

요즘 문제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이 서술형 문제로 많이 나와요. 즉 문장제의 비중이 높아졌어요. 문장에 나온 상황을 수학적으로 이해해야 식으로 써서 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풀이과정이 중요해요. 이 교재에서는 개념 키우기 문제가 서술형 문제라서 꼼꼼히 체크해야 돼요.

워낙 교재 내용이 잘 짜여져 있어서 한 권의 문제집이 훌륭한 선생님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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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 - 직장인들의 폭풍 공감 에세이
이종훈 지음, JUNO 그림 / 성안당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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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주변의 눈치를 볼까요?

아마 개인의 성격 탓으로 여길 수도 있어요. 소심해서 그런 거라고.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눈치는 일종의 생존 전략이란 걸.

직장인들의 눈치는 스트레스만큼 쌓이는 법이라는 걸.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 없다>는 어른들을 위한 "Good job!" , 그림 에세이예요.

저자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현대판 음유 시인이 나타난 줄 알았어요.

저한테는 한 편의 시(詩)였어요.


"나도 모르게 태어났고 살다보니 어른이 되었으며

먹고 살려니 취직을 했다.

Job을 원했는데, Job것들이 너무 많다.

자기만의 고유 컬러가 있어야 한다는데 점점 잡색이 되어가고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회사에서

잡무에 시달려 잡기에 능한 잡부가 되어간다.

오늘도 잡종이 된 것 같아 기분 잡쳤지만

먹고 살려면 밟혀도 잡초처럼 일어나야 한다.

...

가족(足) 같은 회사에서 내리사랑이 아닌 내리까임을 당하고,

직장인들은 매일 엑셀과 썸을 타야 하고,

위장을 아프게 하는 것도 위장을 채워 주는 것도 직장이라는 아픈 현실

...

어른도 미성숙한 인간일 뿐이다.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니 어른이 되어도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것에 성숙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에 성숙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인간이니깐.

...

모든 질병의 시작, 직장 이야기

하루를 버티게 하는 소주 링겔,  이야기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패 버리고 싶은  이야기

마음 스크래치에는 콤파운드를 살짝 밀면 되는 마음 이야기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인간관계 이야기

결핍, 습관, 건강, 독서, 행복 이야기 속으로~"   


저자의 시(詩) 같은 이야기와 일러스트레이터 JUNO 의 그림 조합이 환상적이에요.

현대인들의 지친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제법 유쾌하게 그려냈어요.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짧은 위로 한 마디로 가벼워질 리 있겠냐만.

그래도 가끔 위로와 공감은 필요해요. 누군가 넋두리를 쏟아낼 때,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토닥여줘요.

이 책은 바로 그 위로와 공감뿐 아니라 웃음까지 전해주네요.

웃음이야말로 기막힌 피로회복제인 것 같아요. 힘들다고 자꾸 한숨 쉬면 김 빠진 사이다가 되어버리지만, 크게 웃고 나면 탄산 듬뿍 사이다 마신 기분이 들어요.

마지막으로 기억할 건 타인은 놀랄 만큼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거예요. 남 신경 끄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 돼요. 그래야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어요.

지금까지 잘 버텼으니 앞으로도 힘내자고요.

"Good job!"


과음 후 회사 PC를 켜면

"환영합니다."가

"환장합니다."로 보인다.   (71p)


도덕적 성분이 함유된 물질인 술은

사람을 유쾌, 상쾌, 호쾌, 경쾌, 통쾌하게 한다.

고백컨대, 술을 거절할 용기는 어제의 숙취뿐이었다.  (117p)


개소리에 반응하는 건 개뿐이다.

다른 사람이 개소리를 한다면 반응하지 마라.

반응을 하면 당신도 개가 될 뿐이다.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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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 - 메마르고 뾰족해진 나에게 그림책 에세이
라문숙 지음 / 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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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들의 주인은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위해서 읽어줬고, 아이가 읽으니까.

며칠 전에 박스에 넣어둔 그림책을 꺼냈어요. 책장 정리를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미뤄 두었던 그림책 박스.

오랜만에 그림책을 펼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어요. 온전히 나를 위하여 읽는 그림책.

사실은 그림책을 치워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망설였는데 그림책을 펼친 순간 알게 됐어요.

이 그림책은 나를 위한 거였구나...


<가끔은 내게도 토끼가 와 주었으면>은 라문숙 작가님의 그림책 에세이예요.


"... 오래 잊고 있었던 그림책도 다시 펴보기 시작했다.

... 나는 텅 빈 집안에서 서성이며 내 마음대로 그림책을 읽었다.

그림 너머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몇 글자 되지 않는 짧은 문장 뒤에 가려진 마음들을 읽었다.

나는 그림책 속 아이가 되었다가 여우가 되었다가 트랙터가 되기도 했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앞에 서서 가슴이 터질 것처럼 벅차기도 했고

책 속의 토끼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며

외할머니의 주름살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피식 웃으며 책장을 넘긴 그림책을 어느 날엔 눈물을 뚝뚝 떨구며 읽기도 했다."  (8-9p)


신기했어요. 저자의 이야기가 딱 내 마음 같아서.

다만 그림책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에 그친 나와는 달리 저자는 그림책 속 여백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워갔네요.

바로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잃어버린 영혼, 나 하나로는 부족해, 가만히 들어주었어, 곰씨의 의자, 느끼는 대로, 날 좀 그냥 내버려 둬, 도서관,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이렇게 멋진 날,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밀크티, 리디아의 정원, 달 샤베트, 수영장 가는 날, 엄마, 거리에 핀 꽃, 엄마 마중,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모네의 정원에서, 할머니의 찻잔, 비 오는 날의 소풍, 내가 함께 있을게.

이미 읽었던 책은 내용을 알기 때문에 다시 읽는다고 해서 감상이 크게 바뀌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림책은 다른 것 같아요. 

그림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특별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혹은 시계 든 토끼처럼.


"화가 윤석남의 그림책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 씨]는 바로 내가 지나온 그 답답했던 시절을 상기시켰다.

내 얘기가 여기 왜 있나 싶었다.

... 나도 자루 속 여자처럼 긴 터널을 통과해 왔으니까. 

길고 어두운 터널 끝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것들, 혹은 사람들은 무엇이고 또 누구인가?

... 다정한 세상에서 다정한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꿈을 꾼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다정할 것, 이제 내 방을 다정한 방이라 부른다."  (106-108p)


순수한 아이들이 마음으로 읽는 그림책이라서, 지치고 약해진 어른 아이에게도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 따뜻하고 행복해지는 그림책들. 

누구나 그 그림책들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진심으로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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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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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좋아해요. 하지만 키우는 건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어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곧 '관심'의 문제라는 걸요." (15p)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는 저자 이랑님의 식물 친구들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하네요.

몇 해 전 한참 불안했던 시절에 처음으로 식물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자주 물을 주고 무조건 햇볕을 많이 쬐면 식물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화분을 들였다가 차례로 죽이고 말았대요. 알고 보니 너무 물을 많이 줬던 거예요. 초보 가드너들이 식물을 죽이는 이유가 대부분 과습이래요. 지나친 사랑이 독이 된 거죠. 

저희집도 딱 그랬어요. 식물도 사람이나 동물처럼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른데 그것도 모르고 똑같이 대했으니... 그동안 죽어간 식물들에게 미안하네요.

식물을 좋아하지만 매번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면 그건 관심이 부족했던 탓이래요. 단순히 예뻐하는 마음만으로 식물을 키울 게 아니라 식물에 대해 제대로 알면 잘 키울 수 있어요. 이랑님이 알려주는 팁을 소개하자면 네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바로 적당한 온도와 습도, 통풍과 햇빛!

내 집의 어떤 창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지, 내가 키우는 식물이 건조한 걸 좋아하는지 습한 걸 좋아하는지, 일년생인지 다년생인지 관심을 갖고 길게 바라봐주면 즐겁게 크는 게 식물이라고요. 내가 정성을 쏟는 만큼, 가꾸면 가꿀수록 풍성하게 자라는 모습으로 기쁨과 위로를 준다고요. 그래서 이랑님은 마음이 괴로운 사람에게 식물을 추천한대요. 식물을 키워봤자 또 죽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키우고 많이 죽여봐야 많이 살릴 수 있대요. 식물을 잘 키우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끝없는 관심, 그거 하나면 된대요. 쭈욱 관심을 줄 자신이 없다면 스투키 같은 식물이 좋대요. 물을 자주 안 줘도, 대단한 관심 없이도 잘 살아남는, 씩씩한 스투키를 키우면서 힘을 내는 거예요.

이 책은 이랑님의 반려식물들이 주인공이에요. 

왠지 '우리 애가 이렇게 잘 자랐어요.'라고 뽐내는 듯 한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반려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덩달아 그 식물들에 대한 호감이 생겼거든요. 씨앗을 심고 새싹을 피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설레고 감동받는 이야기가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았어요. 


"...처음엔 흙 사이에 작은 점 같은 구멍이 생기고, 다음날은 그 점이 조금 더 커지고,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초록색 정수리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 꽃 화분과는 다른 양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이 겨우 깨알보다 조금 큰 이파리 두 장으로 시작해 네 장, 네 장에서 여섯 장으로 자라나는 기나긴 시간 동안

꽃 화분에서는 벌써 첫 꽃이 피었다 지고, 새로운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 수많은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블랙티트리는 여전히 손가락 한 마디 크기입니다.

푸르른 계절의 다른 식물은 모두 하룻밤 사이에도 깜짝 놀라게 자라났지만

친구들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느긋한 녀석도 있는 법이겠지요."    (84-85p)


이랑님은 우울한 날이면 용기 내어 식물을 구경하러 간대요. 고요하고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자라나고 있는 식물 친구들을 보면서 어둠을 이겨낼 작은 빛을 얻는대요.

각자의 속도로 자라나는 식물처럼,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속도을 찾아 움직이거나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이랑님이 조금 괴로운 사람에게 식물을 추천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바로 조금 괴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식물들 덕분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작은 기쁨을 발견하면서 소중한 삶을 지켜냈던 거예요.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누군가로 인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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