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드 포 라이프
에멜리에 셰프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며칠 전에 본 영화 <악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유럽 난민들이 겪는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마크드 포 라이프>는 "남편이 죽었어요......"라며 112에 신고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전화한 사람은 죽은 남자의 아내 셰르스틴 율렌이고, 그의 남편 한스 율렌은 거실에서 총을 맞은 채 숨져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헨리크 레빈 형사와 마리아 볼란데르 형사(그녀는 '미아'라고 불리는 걸 좋아함, 소설에선 쭉 '미아'라고 나옴).

담당 검사는 야나 베르셀리우스.

현재 벌어진 사건과는 별개로 어떤 곳에 갇혀 있는 소녀의 이야기가 병렬 구조로 진행됩니다.

목 뒤에 유리조각으로 새겨진 글자, 케르(Ker).

컨테이너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들 중 아이들을 데려다가 살인 병기로 훈련시킨 것.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케르가 바로 야나였다는 걸 밝힙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이 소설은 초반부에서 이미 동일 인물이라는 걸 넌지시 알려줍니다. 야나의 목에 있는 흉터, 그걸 가리기 위해 늘 긴 머리를 풀고 다닌다는.

현재 엘리트 검사인 야나의 아버지는 전 검찰총장 칼 베르셀리우스로, 누가봐도 금수저 출신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형사 미아는 야나를 싫어합니다. 잘나도 너무 잘난 여자인데다가 평상시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이 차갑고 거만한 태도 때문에. 그런데 실상 야나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고, 그저 매일 악몽을 꾸면서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야나에게 몰입하게 됩니다. 마치 영화 <악녀>의 킬러 숙희처럼.

누가 그녀를 악녀로 만들었는가. 분명한 건 그녀가 원했던 삶은 아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어린 소녀가 치열하게 버틴 결과일 뿐.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나쁜 어른들로 인해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게.

한 사람의 불행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한다면 모두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걸.

나쁜 놈들을 이 세상에서 싹 몰아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나쁜 마음이 치밀어 오르네요.

저자 에멜리에 셰프는 이 소설이 모두 허구라고 말합니다. 그 말을 믿고 싶지만 세상은 우리가 상상 못할 정도의 나쁜 놈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름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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