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아 보니 - 대한민국 상처 치유 심리 에세이
이나미 지음 / 유노북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은 이제서야 곪았던 상처들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자들의 횡포.

다수의 약자들이 아무리 소리질러도 꿈쩍하지 않던 사회.

그러니 한국에서 심리학자로 살고 있는 분은 얼마나 해야 할 일이 많았을까요.

이 책은 심리학자 이나미가 바라본 한국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특정환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 그들이 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토록 정치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변화를 이끈 적이 있었나요.

답답한 현실에 가슴을 치면서도 그 현실을 바꿀 힘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혼자는 할 수 없어도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안합니다. 청년실업, 노인의 고독사, 불행한 가족, 여성혐오 범죄, 권력자의 횡포와 만행,  복지사각지대로 밀려난 저소득계층....

앞으로 바뀌어야 할 차별과 불의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때로는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보라고 책에서는 말합니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17세기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를 좋아했는데, 블레이크의 그림 중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 중앙에 웅크린 사람이 하느님이고, 하느님이 어둠의 무게에 눌려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세상을 창조하기 전에 하느님도 눌려 있었다는, 즉 창조 직전의 상태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결국 창조적인 행동을 하려면 반드시 고립감, 외로움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실 이 책에서 대한민국의 여러가지 어두운 면들과 상처가 나오지만 가장 인상적인 건 저자의 개인적인 고백입니다. 심리학자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시어머니의 죽음을 겪어낸 이야기를 보며 많이 공감했습니다. 치과의사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해도 자신의 아픈 치아를 치료할 수 없듯이, 심리학자 역시 상처받은 마음을 다 치료할 수는 없구나. 우리가 원하는 심리학자는 냉철하게 분석하여 진단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똑같은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지.

그래서 칼 융이 말하는 '그림자'보다도 저자가 경험했던 아픔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우리들의 몫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 이 사회의 불행을 몰아낼 수 있는 건 '외면 대신 직면, 침묵 대신 행동'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대한민국의 품격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나올 수 있도록.

지금 시기에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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