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짓는 공간
김승회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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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여기 건축가 김승회의 집을 소개합니다.

"집은 그저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공간과 함께한 시간이다.

...건축가에게 '나의 집'이란 나의 '지금, 여기'를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나의 집만큼 나의 모습을 확실히 증명하는 것은 없다.

...주택의 형식이 공간이라면, 집의 형식은 공간 안에 담긴 시간이다.

그러므로 집에 대한 나의 고백은 그 시간에 관한 것이다." 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와, 역시 건축가다운 말입니다.

건축가라서 '나의 집'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겠지만 누구라도 '나의 집'은 특별한 공간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요즘은 '나의 집'에 대한 꿈이 생겨서 집에 관한 이야기에 더 끌립니다.

건축가라면 자신의 집을 얼마나 멋지게 지었을지 궁금합니다. 전문가니까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는 기대감도 큽니다.

그런데 건축가에게 제일 어려운 건축주는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아는 것과 원하는 것을 조율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겠지요.

저자에게는 작업 공간을 겸한 집이 두 곳에 있다고 합니다. 한 곳은 여주 강천에 있는 집으로 서재와 침실이 덧붙여진 머무는 집, '소운'이고, 또 한 곳은 서울 후암동에 있는 설계 작업실과 다섯 평 거주 공간이 붙어 있는 일하는 집, '소율'입니다. '소운'과 '소율' - 그냥 이름만 들으면 예쁜 자매를 떠올리게 됩니다. 건물에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렇게 예쁜 이름이라니... 왠지 건축가 자신을 위한 집이라서 더 특별한 작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소운'과 '소율'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것이 마치 새로운 친구를 소개받는 기분이 듭니다. 저자의 말처럼 건축가의 생각과 마음이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전혀 다른 장소에, 다른 형태의 집이 지어졌는데도 '소운'과 '소율'은 동일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작업 공간을 겸한 곳이라서 효율성을 고려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제 취향입니다. 특히나 '소운'의 마루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공간입니다. 목재로 마감된 마루 끝에 욕조를 둔 것이 특이하면서도 제 머릿속에만 있던 공간과 일치해서 좋았습니다. 아무런 가구 없이 욕조가 놓인 마루. 제가 갖고 싶었던 욕조가 마루라는 공간에 있으니 제자리를 찾은 느낌입니다. 목재로 된 욕조라서 목욕하지 않을 때는 그냥 뒹굴뒹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그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또한 후암동 골목에 자리한 소율은 좁은 땅에도 이런 멋진 집이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외관이 산뜻한 빨강이라 주변 골목까지 환해지는 느낌이랄까.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 사진을 보니 정겹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부러움뿐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집'을 짓겠다는 소망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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