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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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세상에 또 다른 이의 슬픔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줄 뿐입니다. 위로가 아닌 공감을 위해서.


<애도 일기>는 롤랑 바르트의 슬픔을 담아낸 책입니다.

먼저 롤랑 바르트가 누구인지를 설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기호학자이자 사상가이며 비평가로, 20세기 후반 가장 탁월한 프랑스의 지성으로 꼽히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1915년 프랑스 북부 셰르부르에서 태어났고, 일찍이 전쟁으로 해군장교인 아버지를 잃었으며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니까 롤랑 바르트에게 가족은 어머니뿐이었습니다.

그의 어머니 앙리에트 벵제는 1977년 10월 25일 사망했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그 다음날부터 <애도 일기>를 썼습니다.

이 일기는 2년 뒤인 1979년 9월 15일에 끝납니다.

그리고 1980년 2월 25일 바르트는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고, 한 달 뒤인 3월 26일 사망했습니다.

이 책은 2009년 쇠유 출판사에서 발간한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즉 독일어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는 번역할 수 있으나, 누군가의 슬픔은 번역할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장황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애도 일기>가 가진 무거움 때문입니다. 그 무거운 마음...

이 책을 읽는 내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어머니를 잃은 롤랑 바르트의 슬픔이 마치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막막함이 아닐까 짐작해봤습니다.

예전에 꿈을 꾸는 동시에 현실에서 격하게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꿈, 물론 현실이 아닌 꿈이었는데도 너무나 생생해서 울다가 우는 내 소리에 깨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두렵고 슬펐던지.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은 꿈이었고, 지금도 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의 죽음이 가져온 슬픔을 하나씩 기록하면서 오로지 자신만의 슬픔을 간직하고자 합니다. 그 누구의 방해 없이 오롯이 슬퍼하기 위해서.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슬픔을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애도 일기>는 상실의 슬픔이 얼마나 깊고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정작 롤랑 바르트는 죽음의 순간을 어떻게 맞이했을까요.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기뻐했을까요, 아니면 죽음이 두려워서 떨었을까요. 결국 이 책을 읽는 우리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슬픔도, 죽음도....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후회없이 사랑해야겠다고.

특히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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