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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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을 볼 때, 자꾸만 책 표지에 끌립니다.

<고시원 기담>도 잔뜩 웅크리고 누워 있는 단발 머리의 여자가 신경쓰였습니다. 그리고 궁금했습니다.

저 여자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소문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의 특징은 늘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라도 한 번 자리잡은 소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립니다.

흉가 터 위에 세워져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 고시원의 기묘한 이야기.

쨍쨍한 무더위에 지쳐 있다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잠시 딴 곳을 다녀온 것 같습니다. 단숨에 쭉 읽었습니다. 푹 빠져든 느낌.

고문고시원의 원래 명칭은 공문고시원이었으나 태풍이 심하게 불던 날에 간판 '공' 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 나가면서 지나가던 초등학생의 머리를 강타해 즉사한 사건 이후에 망가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여러 번 사장만 바뀌면서 다시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까지 버티는 상황입니다. 현재 고문고시원에는 단 여덟 명만 남아 있습니다. 사장이 운영비를 아낀다고 이층은 폐쇄하고, 남은 여덟 명은 삼 층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방과 방 사이는 벽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얇은 베니어판으로 되어 있어서,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서로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유령처럼 살고 있습니다. 유령처럼... 살아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산다는 게 너무 슬프고 무섭습니다.

저자는 실제로 고시원 생활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거의 10년 전에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언젠가 장염에 걸려서 완전히 탈진해 있다가 문득 이러다가 고시원 방에서 바짝 마른 미라 형태로 발견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응급실을 찾았다고. 이건 고시원이 아니라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하게 아프거나 쓰러졌을 때 내 곁에 아무도 없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습니다. 고시원의 좁은 침대에서 몸부림치다가 바닥에 떨어지길 몇 번, 참을 수 없어서 바람을 쐬러 옥상에 올라갔더니 먼저 올라온 사람이 색소폰을 불고 있었는데, 마침 동쪽 하늘에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고. 그때부터였다고 합니다. 고시원 안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고시원 기담>은 섬뜩한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

어쩌면 이 세상이 커다란 고시원처럼 변해버린 것 같아서, 더욱 이 책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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