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말 한마디
임재양 지음, 이시형 그림 / 특별한서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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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도 편안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을 만나도 절대 편안한 적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의사.

병원을 찾는 것 자체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닌데다가 무뚝뚝하고 차가운 의사를 만나면 곤욕스럽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아픈 증상을 얘기했더니 말꼬리를 싹둑 자르면서 "묻는 말에만 답하세요!"라고 말하는 의사.

민망함에 입을 꾹 다물고 "예. 아니오."라는 말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나마도 1분 진료가 대부분이고, 자판기보다 빠른 처방을 받기 위해 몇 십 분 기다리는 것이 다반사.

그래서 웬만하면 만나고 싶지 않은, 기피 대상 1호가 '의사'입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라는 책을 보고 무척 궁금했습니다.

"병(病)만 보지 않고 사람도 봅니다."라는 책 띠지의 글귀.

진짜?

세상에 그런 의사가 존재한다고? 

이제껏 살면서 이 분을 만날 수 없었던 이유는, 첫째 유방암 전문의라서, 둘째 대구 삼덕동 골목 안에 위치한 한옥 병원 원장님이라서.

개인적인 친분으로 만나면 모를까, 앞으로도 쭉 의사와 환자 관계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미를 느꼈습니다. 환자에게 '상처 주지 말자'는 것이 병원 모토라고, 매일 다짐하며 하루 진료를 시작하는 의사.

병원 직원이 다섯 명인데, 환자뿐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상처 주지 말자는 의사. 병원 개업한 지 27년 되었는데, 직원 다섯 명 모두 15년 넘게 근무했고, 두 명은 처음부터 같이 근무했다고 하니 수긍이 갑니다. 사실 병원만큼 이직률 높은 직장도 없는데, 작은 병원이지만 오랜 세월 함께 일했다니 믿음이 갑니다.

스스로 미련한 곰이 의사가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의사.

실력만 뛰어나다면 사람 대하는 기술이야 미련한 곰이 훨씬 정감가고 좋을 수밖에.

더군다나 외과의사로서 환자 몸에 칼을 대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태도는 존경할 만 합니다. 환자들이 진심으로 의사에게 바라는 바.

실제로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이런 다짐을 하고, 노력하는 의사라면 진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의사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원래 10년 전부터 세로토닌 문화원의 소식지에 매달 칼럼으로 쓴 글을 묶어낸 것이랍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소탈함이 좋았습니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의사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있었는데, <의사의 말 한마디>를 보면서 아주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천연기념물 두루미를 만난 듯한 느낌이랄까.

아참, 책 속에 이시형 박사님의 그림이 삽입되었는데 차분한 수묵화라서 글과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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