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춥고 나흘 따뜻해지는 때를 여러 번 맞이하여, 조금씩 땅속으로들어갔다. 가만히 있기엔 너무나 추웠으니까. 만일 아기 씨앗이었다면어머니 뱃속에서 따뜻하게 지냈을 텐데, 겨울 땅속은 상상 이상으로무섭고 추웠다. 언제까지 이렇게 웅크리고 있어야 하나, 슬슬 걱정이들 즈음 비가 내렸다. 빗물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고, 얼었던 땅도 차차포근해졌다.
아, 살았다. 봄이다. 땅이 포슬포슬해지면서 온몸이 근질거렸다. 있는힘껏 싹을 틔웠다. 기지개를 펴니 아래로는 가느다란 뿌리가 나오고,
위로는 줄기가 나왔다. 키도 점점 자랐다. 마침내 머리 위를 누르고 있던작은 돌멩이를 들어 올릴 만큼 힘도 세졌다. 드디어 바깥, 동그랗게 말고있던 연두색 잎사귀를 폈다.
"흠, 흠!"
흙냄새 풍성하고 공기도 신선했다. 새로 태어난 내가 자랑스러웠다.
푸른 옷의 여자가 저 멀리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자라고 싶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다시 찬바람이 불었다. 이곳에 왔을 때처럼 추운 날들이계속되었다. 이대로 가다간 얼어 버리고 말 거야. 또다시 땅속에 갇혀지내야 하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지. 막막해진 나는그만 울어버렸다.
"울지 마, 작은 잎사귀야. 늦어도 괜찮으니 조금 더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