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나의 회화력 급상승 영어 일력 365 (스프링) - 영어가 진짜 내 것이 되는 1일 1영어 습관
권주현.김기성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결심하는 것들 중에 다이어트 다음으로 외국어 공부가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작심삼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도 외국어 공부일 테고 말이다. 사실 학창 시절에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는 영어 공부를 해왔다. 그래서 아는 단어들은 꽤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전에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분명히 아는 단어의 조합인데도 말이다. 


나 역시 늘 영어 공부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어, 기회만 있으면 시작을 하려고 하는데... 작심삼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꾸준히 지속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문장으로 보면 아는 것도 말로 내뱉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영어 회화를 술술 하게 되는 것이 로망이 되어 버렸다. 




이번에 만나게 된 것은 '영어 일력'으로 회화를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학습서이다. EBS ‘진짜 영국 영어’ 방송 진행자이자 아리랑TV 아나운서이기도 하고, 25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어 유튜버(‘권아나TV’ 운영)이기도 한 권주현 아나운서가 직접 뽑은 필수 회화 패턴들을 만날 수 있다. 매일 하루에 한 문장씩,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나씩 넘겨 보기만 하면 되니 영어 습관 만들기에 최적의 아이템이 아닌가 싶다. 1년이 365일이니 매일 한 문장씩만 공부해도 필수 회화 패턴 365개를 익힐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각각의 패턴마다 응용문장들이 하나씩 함께 수록되어 있어, 전제 730개의 문장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니 아주 알차게 1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해당 일력이 특정 연도와 상관없이 '모든 연도에 사용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거다. 그러니 공부를 하기로 시작한 바로 그 날짜에 맞는 페이지부터 펼쳐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일력을 세워 두고는 수시로 보면서 부담 없이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루에 딱 두 문장 외우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다가 매번 포기했었다면, 영어 일력을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페이지 상단에는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바로 음원을 듣고 따라 말하는 연습도 해볼 수 있다. 시원스쿨 홈페이지에의 자료실에서도 MP3가 다운로드 가능하니, 원하는 방법대로 이용하면 될 것 같다. 음원은 그날의 대표 문장과 응용 문장 각각 하나씩을 들어볼 수 있다. 




그날의 페이지에 맞는 영어 문장에는 해당 문장의 느낌과 상황을 담은 귀여운 삽화도 수록되어 있다. 삽화만 봐도 영어 문장의 뜻을 연상해 유추해볼 수 있고, 이미지 연상 학습법으로 더 효율적으로 문장을 익힐 수 있다. 특히나 여기 수록된 회화 문장들은 실생활에서 네이티브들이 입에 달고 사는 회화 패턴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진짜 살아 있는 영어 회화를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권아나의 회화력 급상승 영어 일력 365'를 통해서 1일 1영어 습관을 기를 수만 있다면, 회화 패턴과 문장들이 머리를 안 거치고 바로 입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운동이든, 외국어 공부든 뭐든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바로 그 매일하는 것이 어려워 많이들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 전에, 어떻게든 미루고 싶어 생각을 하기 전에,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매일의 습관을 만들 수만 있다면 누구나 영어를 쉽고 편하게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특히나 영어는 몇 시간씩 하다 말다 하는 것보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들 하니, 이렇게 영어 일력을 통해 하루에 단 두 문장씩만 공부하더라도, 이 시간들이 쌓이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영어 내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년 이맘때쯤은 조금 달라진 나를 기대하며, 올해는 영어일력을 통해 영어 습관들이기에 매진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도 참 다행이지 않냐?"

"뭐가요?"

"네가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와 저기, 또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들을 가르는 선이 무엇인지에 대해.            - 박상영, '요즘 애들' 중에서, p.89


카페에 앉아 있는 한 남자는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여기가 어딘지도 알 수 없었고,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기억 상실이라니, 아침 드라마나 주말 드라마의 가장 식상한 소재가 자신의 현실이 된 것이다. 이상한 것은 커피나 커피 잔, 디자인 의자와 소파 등에 대해서는 자신이 확실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정도 커피라면 자신의 단골 카페일 거라 생각하고 직원에게 자신에 대해 질문을 해보지만 별로 쓸만한 정보를 찾아내진 못한다. 결국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의 지문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일 거라는 추측을 시작으로 이런 저런 사람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자신의 집을 찾아가게 된다. 물론 여전히 자신에 대한 기억은 사라진 채로 말이다. 정지아 작가의 <존재의 증명>은 그렇게 기억을 잃어 버리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정소현 작가의 <엔터 샌드맨>에서는 폭발 사고로 무너져 내린 건물에 깔렸다가 구조되어 살아남은 여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친구와 함께 며칠을 그 속에서 버텼는데, 결국 구조된 건 자신 혼자였고, 친구는 죽고 말았다.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방황은 결혼을 하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잔해 속에서 구출을 기다리며 함께 불렀던 노래, 엔터 샌드맨. 그녀는 현실을 외면하고 점점 자신만의 세상에 틀어 박혀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헤어진 남편이자 사고에서 함께 살아 남았던 지훈의 이상한 죽음 이후에야 비로소 사고 이후 처음으로 아주 명징하고 단단한 고통을 느낀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 뾰족하게 돋아 올라 온몸으로 가지를 뻗어 가다가 눈을 예리하게 뚫고 올라오는 통증을 느끼며, 서서히 진짜 세상 속으로 걸어 나올 준비를 시작한다. 





그런 날이 정말 있었는지, 그가 정말 있었던 게 맞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잔해 더미 속에 엎드린 채로 꾸는 꿈이 아닐까, 은하도 지훈도 둘과 함께 있던 세계도 모두 헛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둘이 함께 나누던 사소한 농담, 둘이 먹던 형편없는 식사, 둘이 앉아서 졸곤 했던 낡은 가죽 소파, 그가 좋아했던 부드러운 무릎 담요를 떠올렸다. 그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속해 있던 아주 사소하고 구체적인 세계였다. 지수는 그 세계가 정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동시에 영원히 잃어버렸다.          - 정소현, '엔터 샌드맨' 중에서, p.127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신작이다. 이 시리즈는 현직 교사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제자들을 걱정하며, 앞으로의 사회생활에 지표가 되어 줄 작품들을 선별해서 엮어 왔다. '우정'을 소재로 함께 걷는 소설, '가족'을 소재로 끌어 안는 소설, '노동'을 주제로 땀 흘리는 소설, '이별'을 주제로 손 흔 드는 소설 '재난'을 테마로 기억하는 소설, '환경'을 테마로 숨 쉬는 소설 등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이번에 나온 <방황하는 소설>은 시리즈 열한 번째 책으로 '방황'을 테마로 한 7편의 단편 소설을 묶었다. 정지아, 박상영, 정소현, 김금희, 김지연, 박민정, 최은영 작가가 그려 낸 이야기들은 각각 처해있는 상황도 다르고, 나이대도 다양하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가 죽을 것 같이 아프고 힘들어도 세상은 여전히 잘만 돌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세상은 변함없이 그대로이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이유로든 누구나 살면서 방황을 하게 마련이고, 방황하는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그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 버리거나, 사회에 처음 나와 방황하기도 하고, 트라우마나, 인간관계에 대한 방황 등 각자의 상황은 다르더라도 저마다 자신의 자리에서 방황하고, 헤매고, 실패하고, 고통받으며 조금씩 오늘을 살아간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미 다른 지면을 통해서 발표가 되었던 소설들이라, 처음 만나는 작품도 있었지만 이미 읽었던 이야기들도 많았다. 하지만 분명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느 때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또한 소설일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앤솔로지 형태로 묶인 테마 소설 시리즈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일곱 편의 이야기 중에서 내가 거쳐 온 방황의 모습과 닮은 이야기가 분명 한 편쯤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이야기가 삶의 방향을 찾아 방황하는 당신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기를 바래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숨은 봄
한연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난히도 길었던 겨울, 봄이 우리를 잊었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시린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이었다. 봄을 찾아 긴 여행을 하던 중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무리에서 홀로 떨어지게 된다. 한참을 헤매다 새하얀 눈밭에 덩그러니 서 있는 작은 집을 발견하고, 새는 창문을 두드린다. 


똑.똑.똑.똑. "잠시 쉬어 갈 수 있을까?" 




아이는 창문을 열고 얼어붙은 새의 몸에 작은 숨을 불어 넣어준다. 작은 새는 할머니새가 해 준 이야기를 아이에게 들려 주었고, 새와 아이는 봄을 만나기 위해 함께 남쪽으로 향한다. 그렇게 작은 새와 아이는 구불구불한 언덕 사이에서 고양이를 만나고, 동그라미 숲에서 언 땅을 딛고 서 있는 순록을 만나고, 뽀족 숲에서 부리부리한 눈동자의 올빼미들을 만난다. 


거친 바위 협곡의 눈표범을 만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의 검은 거북도 만나고, 높고 높은 곳을 향해 부지런히 걷는다.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센 눈바람이 뺨을 할퀴기 시작하다가, 순식간에 아이의 외투가 허공으로 날아가버린다. 과연 작은 새와 아이는 이 힘겨운 여정 끝에 봄을 만날 수 있을까. 




겨울이 되어 햇빛이 약해지면 꽃은 시들고, 나무는 말라붙고, 자연의 활력들은 모두 빠져나가 버린다. 풍경은 색채를 잃어 버리고, 남은 건 그저 무채색의 추위와 차가움 뿐이다. 하지만 길고 길게만 느껴지는 겨울에도 끝이 찾아 온다. 엽록소의 생생한 초록빛으로 온통 세상이 가득해지는 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에, 우리가 겨울을 견뎌낼 수 있는 건 아닐까.


고양이의 포근한 인사, 순록의 믿음직한 용기, 올빼미의 소중한 호의, 눈표범의 한결같은 기다림, 그리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검은 거북의 친절까지 아이와 작은 새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은 봄을 기다리는 동물들의 다정함이다. 




이 작품은 <눈물문어>, <우리 반 문병욱> 등의 작품으로 만났던 한연진 작가의 신작이다. 새하얀 눈으로 가득한 겨울 풍경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지만, 페이지를 넘길 수록 따뜻한 봄의 빛깔들이 알록달록 펼쳐지는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봄을 기다리는 아이의 하얀 외투가 고양이의 포근한 숨, 순록의 싱그러운 숨, 올빼미의 반짝이는 숨, 눈표범의 고요한 숨들이 모여 점점 예쁜 컬러로 물들기 시작한다. 봄을 기다리는 건 동물들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 작고 소중한 마음들을 담아 색색의 숨들이 모여 겨울의 끝, 봄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겨울의 중반 정도 지나가고 있다. 아직 두어 달은 지나야 봄이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봄의 온기가 가득한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봄의 아름다움과 설레임을 다시 느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이 그림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보니, 진화 - 변한 것, 변하고 있는 것, 변하지 않는 것 33한 프로젝트
이권우 외 지음, 강양구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대익 : 인간은 생명의 세계에서도 필멸성을 거부하는 유일한 존재죠.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사실은 우리는 유전자의 탈것일 뿐이에요. 유전자가 영원한 것이죠. 그런데 오직 인간만이 이 유한한 탈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영원성과 불멸성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끊임없이 필멸성을 거부하는 삶을 살아왔죠.             p.75


33한 프로젝트는 도서 평론가 이권우,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펭귄 각종과학관장 이정모, 올해 환갑을 맞은 세 사람의 삶을 반추하는 의미에서 기획되었다. 어크로스, 사이언스북스, 생각의힘 세 출판사가 <살아 보니, 지능>, <살아 보니, 진화>, <살아 보니, 시간>이라는 책을 각각 출간했다. 이 책들은 뇌과학자 정재승, 진화학자 장대익, 물리학자 김상욱이 교양 과학계의 세 어른을 만나 나눈 진솔한 대화를 담고 있다. 먼저 만나본 것은 어크로스에서 나온 <살아 보니, 지능>으로 정재승 교수와 함께 뇌과학과 지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었다. 노년과 나이 듦에 대하여,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에 대하여 흥미로운 질문과 현명한 대답이 오가는 대화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어 읽었다. 노화란 것이 단순히 뇌가 쇠퇴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임을 보여준다는 점과, ‘나이 듦’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변화에 따른 삶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읽어본 것은 <살아 보니, 진화>로 진화학자 장대익과 함께 진화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장대익 교수의 첫 번째 질문은 "35년 정도 일하면 어떤 느낌이에요?" 였다. 그에 대한 답변으로 '사회적인 역할은 거덜 났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고, 예순이 되니 되게 편해지고, 겁도 없어진다고, 여유가 생겼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평생 80퍼센트만 하면서 가능한 한 책임을 맡지 않은 삶을 살았는데, 60대가 되는 즈음에 평생 경험해 보지 못한 무거운 자리에 있게 되었다는 대답도 있었다. 특히나 건강하게 예순을 맞았다는 것에 감사한다는 대답이 인상적이었는데, 건강할뿐더러 그동안 꾸준히 책을 읽어 왔기에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 쉽게 소화해 낼 수 있는 연습을 해온 셈이라 뭐든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예순이라는 나이의 긍정적인 부분이라는 거였다. 세 분 모두 각자 다른 영역에 있지만 공통적으로 과학과 책의 사랑꾼이라는 부분 때문인지 서로 공감되고,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 대화 자체가 너무도 흥미진진했다. 





이정모 : 진화는 뭘까요? 진화의 전제 조건은 멸종이에요. 지구에서 자연 선택으로 또 다른 진화가 가능하려면 우리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이 사라져야 해요. 옛날 생명체가 멸종하면서 우리가 등장할 때까지의 진화는 긍정적이었지만, 지금 우리가 멸종 위기에 처하는 일은 피해야 하잖아요. 저는 공룡을 좋아하지만, 그들과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 그들이 멸종했기 때문에 우리가 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에게 가장 좋은 일은 우리가 지구에서 사라지는 일을 피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전쟁을 피하는 게 핵심이에요.             p.167~168


'진화'라는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도부터 더 흥미로워지는데, 우선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종의 진화를 위해서 개체의 죽음은 필수이니 말이다. '개체에게 있어 가장 불행한 이벤트가 그 종 전체가 장기 지속하기 위한 진화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이 아니러니'하지만 말이다. 자살과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 안락사와 세대론에 대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다 인류 최초의 욕망인 영생과 불멸에 대해 이야기로 흘러간다. '진화'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2부에서는 '진화'라는 키워드가 내게 온 순간, 진화가 내게 의미 있게 각인된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에 집착했던 사춘기 때 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고, 과학사와 과학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원 초창기 때 실존적인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말이다. 


진화라는 생물학적 개념부터 초고령화 사회, 종교와 신앙, 기후 위기와 인공 지능의 대두 등 이들의 대담은 그야말로 사방으로 뻗어져 나가면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대화 형식 그대로 수록한데다 페이지수가 많은 것도 아니라서 가볍고, 부담없이 술술 읽을 수 있지만, 담고 있는 내용만큼은 굉장히 시의성 있고, 통찰력 있고, 깊이가 있어서 여러 번 다시 읽고 싶은 책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인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약 80억 명이고, 지구의 인류는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가 새로운 종으로 다시 갈라지거나, 아예 다른 종으로 진화할 수도 있을까.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진화'라는 개념이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이 책 속 대담을 통해서 조금 더 친근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간결하고 명쾌하게 이해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도 나올 수 있고, 무엇보다 진화가 지루하거나 딱딱한 개념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처음 홍콩 여행 Kid's Travel Guide
Dear Kids 지음, 생갱 그림 / 말랑(mal.lang)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콩은 이번이 세 번째 가는 건데, 꽤나 오랜만에 가는 거라 달라진 점들이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홍콩 여행을 앞두고, 관련 책들을 찾아 보다가 아주 색다른 가이드북을 발견했다. 바로 어린이 여행 가이드북인 <나의 처음 홍콩 여행>이다. 매번 해외는 가족 여행으로 가는 거라 항상 아이 위주로 여행 일정들을 짜곤 했었던 터라, 이번 책은 확실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특히나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어른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에 맞춰 설명하고 있어 아이들이 직접 볼 수 있는 가이드북이라 신선했다. 




10년 전, 홍콩에 처음 갔을 때 도착하자 마자 길을 잃어 헤매던 높은 빌딩들의 숲에서 그 유명한 홍콩의 야경을 마주했었다. 우여 곡절 끝에 피크 트램을 타러 가는 길에 탄 버스는 어둑한 언덕길을 올라갔고, 안내 방송을 들어도 모르겠고, 바깥은 무섭도록 캄캄하고, 이대로 길을 잃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날 그렇게 액땜을 한 덕분인지, 이후의 일정은 계획대로 잘 보냈지만, 시간이 꽤 흘렀어도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도시라고들 말하는 홍콩의 도시 풍경이 그날로부터 어떻게 달라졌을 지도 너무나 기대가 된다. 


홍콩 하면 또 식도락의 천국으로 유명한데 이 책에 수록된 '맛있는 홍콩' 코너의 음식들을 보고 있자니 벌써부터 딤섬과 완탕면, 밀크티와 파인애플 번 등 먹어야 할 음식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에그타르트와 우유 푸딩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고, 편의점 간식도 이것저것 챙겨서 먹어봐야겠다. 




<나의 처음 홍콩 여행>은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홍콩의 필수 정보가 담긴 <Kid’s Guide Book>과 놀이의 개념을 접목시킨 <워크북>이다. 가이드북에는 기본적으로 홍콩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와 빅토리아피크, 셩완&센트럴, 디즈니랜드, 홍콩과학관, 오션파크 등 꼭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가이드북이 빽빽한 정보들로 인해 거의 사전 급의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각각의 페이지에 꼭 필요한 내용들만 레이아웃을 크게 잡아서 배치했기 때문에 한눈에 쏙쏙 들어온다. 아이가 봐도 어렵지 않을 정보들이고, 어른들이 보기에도 물론 좋다. 각각의 장마다 홍콩의 어린이가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홍콩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워크북에는 스티커, 컬러링, 종이접기, 만들기, 게임, 퍼즐 등 여행하는 내내 들고 다니면서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는 놀이들이 가득 담겨 있다. 홍콩은 비행 시간이 3시간 40분 정도로 결코 짧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기내에서 지루해하는 아이를 위해 딱 좋은 아이템이 되어줄 것 같다. 




아이들의 행복한 여행을 위한 여행 가이드 시리즈로 타이완, 하와이에 이어 세 번째 홍콩 편이 나왔는데,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여행 가이드북이 나올 지도 매우 기대가 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여행 정보서는 전무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계획 중인 가족들에게 아주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아이와 여행을 다닐 때 마다 여행하는 나라에 대해서, 방문하는 장소에 대해서 대략적인 설명을 해주곤 했는데, 이 책이 있다면 아이가 더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내가 가는 곳이 지도 상에서 어디쯤 위치에 있는지, 홍콩은 한국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내 짐은 내가 챙기고, 여행에서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계획 세워보고, 홍콩의 문화는 어떤지, 홍콩에서 사용하는 광동어로 기본적인 인사말은 어떻게 하는지... 이 모든 것들을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분명 이번 여행은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바로 이 책 덕분에 말이다. 아이와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Kid's Travel Guide' 시리즈를 꼭 챙겨 보길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