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견주 1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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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일도 그렇고 해서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 12월이다. 그런데 대형견의 로망을 산산조각 내주겠다는 만화 <극한견주> 덕분에 얼마나 배꼽잡고 웃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깔깔대고 웃었던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안나는데, 사묘예드 솜이 덕분에 이 작품을 읽는 내내 유쾌하고, 가슴 찡하고, 행복했다.

사모예드는 시베리아의 눈처럼 하얀색 털이 인상적인 개인데, 썰매를 끌던 대형견이다. 웃는 듯한 얼굴을 가진 순한 인상이지만, 뭐 딱히 그렇지 만도 않다는 건 개를 키워본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보통 20~25키로 정도이니 정말 커다란 몸집의 '대형견'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시베리아 출신이기 때문에 털이 매우 길고 풍성하다. 사모예드를 기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외모만을 보고 사모예드를 입양하지는 말 것을 권한다. 유난히 털이 많이 빠지는 견종이기 때문이다.

 

 

 

나도 언젠가 사묘예드를 목욕시키고 털을 말리는 과정을 공개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솜사탕 기계에서 솜사탕을 만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주변에 흰 눈처럼 털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바로 그 사모예드의 털에 관한 일화가 1화부터 펼쳐지는데 정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지옥의 털갈이 시즌이었다.

우리 집 토토가 코카스패니얼로 중형견인데 무게가 15키로 정도된다. 우리 토토도 산책을 나가 보면 항상 큰 편에 속했는데, 사묘예드에 비하면 어린애처럼 보일 덩치라는 게 재미있다. 토토도 사실 털이 많이 빠지는 견종이라 집안 구석구석에 초코렛색 털 뭉치들이 굴러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어두운 색 옷들에도 개털 천지라 외출 시에는 반드시 정리가 필요하다. 그래도 사모예드 만큼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비로소 솜이의 에피소드들을 보고 나니 들었다. 그래도 토토는 이 정도는 아니니까 라는 위안이 살짝 들었으니 말이다.

 

 

  

털갈이부터 훈련, 산책, 목욕, 놀이 등등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이 잔뜩 담겨 있는데, 평범할 수도 있는 그 에피소드들이 다 너무 위트있게 그려지고, 센스있게 그려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킥킥댈 수밖에 없는 지점으로 연결시켜주고 있다. 개를 키워본 적이 없는 이들이 보통 길거리에서 늠름한 자태의 대형견을 만나게 되면 로망이나 환상을 품게 마련인데, 이 작품은 바로 그 대형견에 대한 환상을 극사실주의 에피소드들로 차근차근, 무참하게 박살내 준다. 북극곰과 솜사탕을 닮은 사모예드 솜이와 개그 만화작가 마일로, 그리고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언니까지 더해 이들의 일상은 그야말로 개그가 빵빵 터지는 순간들이었다.

 

  

토토도 외출 시에 돌아왔을 때 엄청나게 달려들어서 진정하라고 소리쳐야 할 만큼 격하게 반기는 편이었는데, 솜이의 주둥이 미사일 발사 에피소드는 정말 완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물론 지금은 토토도 나이를 먹으니 문 소리가 들릴 때부터 뛰쳐 나오던 애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이름을 불러도 자느라 못듣거나, 느릿느릿 걸어 나오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작가가 솜이의 그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했다가 솜이의 울상에 마음이 약해지는 장면은 정말 너무도 리얼하게 그려져 있어, 볼 때마다 배꼽잡고 웃게 만든다.

솜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천둥번개라고 하는데, 개들이 거의 비슷한 지 토토 역시 천둥번개를 엄청 무서워한다. 쿠르릉 쾅 소리에 깜짝 놀라거나, 비가 많이 쏟아지기만 해도 혼자 있지 않고 사람의 체온을 느끼며 붙어 앉아 있거나, 무릎에 올라오거나 했으니 말이다. 솜이의 경우 파리채에 반응하는 에피소드는 정말 웃겼는데, 왜 그렇게 그 말을 무서워하는 지는 정말 솜이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동물들의 부위별 스킨십 호불호를 그려 놓은 페이지도 너무 웃겼는데, 고양이에 비해 강아지들은 대부분 어떤 부위도 스킨십 호불호 없이 좋아하는데 비해 솜이만은 싫어하는 부위가 많았다. 나름 순한 인상과는 달리 성깔이 있는 솜이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막 상상이 되었다. 침대에서 함께 잘 때 솜이가 거의 반 이상 자리를 차지해 정작 주인들은 이리 저리 피하다 결국 쇼파에 내려와서 자게 되는 에피소드도 있었는데, 실제 나도 경험해 본 적이 있어 중형견 이상의 개들을 데리고 사는 가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식탁 위에 있는 하얀색 이불을 솜이인줄 알고 빨리 내려오라고 버럭 소리지른다거나, 병원에서 귀 치료를 하고 와서 건드리면 안되서 얼굴에 깔대기를 하고 있는 모습까지.. 아 정말 전부 토토를 통해서 경험해봤던 에피소드들이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토토와의 지난 추억들도 떠올리는 시간이어서 행복했다.

 

 

 

 

마일로 작가는 데뷔작 <여탕보고서>로 독특한 개성과 유머 감각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케이툰 릴레이 웹툰 <진짜 멍> 시리즈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정식 연재하게 된 《극한 견주》는 요즘 가장 핫한 반려동물 웹툰이다. 덩치는 우람하지만 터널과 작은 개를 무서워하는 귀여운 허당 솜이와의 특별 에피소드와 실제 솜이의 사진들도 만날 수 있는 것은 오직 단행본에서만이라고 하니, 웹툰을 즐겨 봤던 이들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사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웹툰이나 만화는 굉장히 다양한데 비해, 개를 주인공으로 한 것은 조금 적은 편이라 아쉬웠었는데, 그 갈증을 <극한견주>가 일시에 해소해준 것 같다. 2권도 빨리 만나보고 싶고, 이 시리즈는 앞으로 무조건 챙겨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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