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6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6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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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시리즈를 처음 만났던 것이 2014년이었으니 벌써 3년이나 시간이 흘렀다. 시리즈는 어느 새 여섯 번째 이야기로 접어들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짜구를 저 먼 곳으로 보내줘야 하는 스토리가 포함되어 있어 읽기도 전부터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카리스마 군기 반장 뽀또, 새침하고 도도한 아가씨 짜구, 까칠하고 고독한 쪼꼬, 천방지축 막내 포비로 시작한 스토리는 시간이 흘러 낯가림이 심한 막내 봉구까지 다섯 식구가 되었었다. 뽀또와 짜구가 2003년생, 쪼꼬가 2004년생, 그리고 포비가 2009년생, 막내인 봉구가 2015년생이다. 뽀또와 짜구, 쪼꼬는 어느새 삶의 황혼기를 보내는 노년의 나이라 이제는 높은 곳보다는 조금 덜 높은 곳으로 올라가 쉬고, 가끔은 침대 위로 점프하는 것도 힘들어 하고, 종종 다리를 절기도 해서 관절약도 먹이고 있다.

널 만나서 꿈처럼 설레던 때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13년이 흘렀네.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가진 유전자가 전혀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대도,

나는 이 아이들과 사는 게 참 좋다. 후회하지 않는다.

이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나도 어릴 때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있고, 강아지는 이 십여 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강아지나 고양이가 등장하는 작품에는 유달리 공감할 수 있는 대목들이 참 많은 편이다. 특히나 우리집 강아지 토토가 딱 뽀또와 짜구 나이라서 이번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던 것 같다. 토토는 다행히 아직까지 활발하고, 큰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소소한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병원 신세를 자주 진 편이라 나이를 먹어갈 수록 걱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짜구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며, 아픈 짜구를 위해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주고, 새 화장실도 장만하고, 사료를 잘 먹지 않아 종류 별로 시도해보고, 전용 간식도 따로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남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었으니 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그 외의 동물들을 키워본 이들이라면 아마 알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것'에는 항상 그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단순히 예뻐하고, 귀여워하는 것만으로 동물을 키울 수는 없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에 따른 책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해마다 늘어나는 유기견, 유기동물들에 대한 문제 또한 어리고 작을 때 단순히 예뻐할 생각만 했지, 그들이 아프고, 늙으면 귀찮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말이다. 뽀짜툰 시리즈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들을 진짜 가족처럼 대하는 모습에서 종종 감동을 받곤 한다. 키우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진짜 하나의 대상으로,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게,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짜구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나서, 다시 남겨진 고양이 네 남매와 함께하는 북적북적 일상이 이어진다. 살아있는 이들은 또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야 하니깐.

고양이와 살아온 지 14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이 녀석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

물론 늘 좋기만 하는 건 아니지.

때론 짜증도 나고, 귀찮기도 하고..

빠른 이별에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너희를 만난 걸 후회한 적이 없어.

운명같던 순간들. 나를 만나줘서 고마워. 나와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

짜구가 떠나고, 이제 넷이 된 식구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툭닥거린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던 카리스마 뽀또는 열네살이 되니 되도록 몸을 사리고, 귀찮아 하는 입장, 올해 열세살이 되는 쪼꼬는 적자생존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체급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건지, 최근 몇년새 부쩍 더 돼지가 되어 버렸다. 먹신 포비는 종종 쪼꼬가 핫도그로 보이는지 씹어드시려 하고, 이쯤되면 귀찮은 녀석을 피할법도 한데, 이상하게 쪼꼬는 그런 포비의 행동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한살하고도 7개월쯤 더 먹은 봉구는 어엿한 성묘가 되었지만, 뭔가 좀 덜 자란 것처럼 여전히 체구가 작다. 이들 네 식구들의 북적거리는 유쾌한 일상은 짜구를 떠나보낸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오늘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어 준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짜구를 잊지 못해 꿈 속에서 만나곤 하지만 말이다.

쪼꼬의 다이어트 대작전부터 도망치는 애들을 쫓아다니며 양치시키기, 새로운 터널을 두개나 구입해서 벌이는 놀이, 그리고 진을 다 빼놓는 목욕 전쟁까지... 배꼽 빼놓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 이어진다. 강아지도 그렇지만, 고양이들 역시 나이를 먹어도 아이같은 면을 많이 가지고 있어 함께 놀다 보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만들기도 하는데, 제3자가 보기엔 다소 유치해보이는 그 행동들도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나를 순수한 시절로 되돌려놓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겪어온 사람 입장에서 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공감 백퍼센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뽀짜툰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공감할 부분이 참 많은 따뜻한 작품이다. 나도 강아지를 이 십여 년 키우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주변에 워낙 동물을 아끼는 이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가 아기 길 고양이 뽀또와 짜구를 처음 만나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과정부터 함께했던 이야기가 식구가 점점 늘어가고, 어느 덧 식구 중 하나가 떠나가는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한 마디로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곁눈질로 대충 보아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오랜 기간 고양이와 함께 애정으로 살아온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소소한 디테일들이 마음이 짠해지게도 하고, 빙그레 미소 짓게도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고양이가 애완동물이라는 소유물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걸 매 페이지마다 보여주는, 그야말로 애정 가득한 이 작품이 그래서 난 참 좋다. 스토리 자체는 가볍게 보일 수도 있는 만화이지만 채유리 작가의 이 웹툰에도 그런 애정의 깊이와 따스한 온기가 담겨져 있어 보고 또 봐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짜구야.

나도 너로 인해 참 행복했단다. 

더 좋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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