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트릭스 -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스티커북 세계
잭 클루카스.조니 마르크스 지음 / 이봄S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다양한 컬러링 북들을 경험해봤지만, 이런 건 정말 난생 처음이다. 컬러링에 퍼즐을 더한 스티커북인데, 작품의 난이도에 비해 완성된 결과물이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사실 컬러링북은 아무리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안이라도, 색채 감각이 떨어지는 보통 사람들에게 그림처럼 예쁜 완성품을 만날 수는 없게 만든다. 배색에 실패해서 좌절하거나, 몰입해서 한참 채색했는데 상상했던 그 느낌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저 하나씩 스티커를 붙이다 보면 어느새 완성된 3차원의 입체적인 동물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이거 정말 내가 완성한 거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힐링'을 추구하며 컬러링북을 펼쳤다 오히려 더 스트레스만 받았다면, 이제는 스티커북의 세계에 빠져 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애니메트릭스>는 1,400개의 정교한 스티커로 열두 마리의 입체적인 동물 그림을 완성하는 스티커북이다. 먼저 각 동물 별로 이렇게 도안이 그려져 있다. 사실 조각이 너무 많고, 정교해서 대체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부터 들었다. 하지만 이 놀이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세계적으로는 어엿한 힐링 취미로 자리잡았을 만큼,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어른 아이할 것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난이도라고 한다.

동물 도안들이 끝나면 그 뒤로 이렇게 스티커 조각들이 모여 있다. 각 동물 마다 바탕 색깔이 다른데, 각 동물에 맞는 스티커는 같은 바탕색으로 찾으면 된다. 사자의 바탕색이 핑크라면, 스티커의 바탕색도 핑크, 늑대의 바탕색이 주황이면 스티커의 바탕색도 주황인 식이다. 스티커 안쪽의 점선을 따라 뜯어 쓰면 훨씬 쉽게 스티커 붙이기를 시작할 수 있다.

 

떼어낸 스티커 페이지를 동물 도안 옆에 두고, 각 스티커의 숫자에 맞춰 붙이기만 하면 된다. 스티커의 조각들이 마구 흩어져 있기 때문에, 스티커의 숫자 찾기도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흥미로운 작업이다. 3차원의 동물을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의 스티커들은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넓은 부분과 직각의 선을 따라 먼저 붙이면 훨씬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아무래도 조각 수가 적고, 크기가 큰 동물부터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조각 수가 많을 수록 더욱 정교한 작업과 집중을 요할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바로.... 이 동물이다. 덩치가 큰 동물 답게 조각 수도 크고, 피스도 많지 않아 처음 시도로 딱이었다.

 

노란색 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코끼리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스티커북이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색연필, 가위, 칼, 받침대 등등의 준비물이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것! 물론 정교한 작업을 할 때는 사은품으로 주는 핀셋이 유용하게 활용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냥 맨 손으로 붙여도 잘만 붙으니 너무 간편하다.

 

코끼리 한 마리를 완성하는데 정말 시간이 눈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나도 모르게 숨죽이며 집중하게 된 것이다. 머리 부분이나 코 부분등은 조각이 작았지만, 사실 몇 번만 붙이다보면 요령이 생겨서 스티커 붙이기가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았다.

 

그렇게 해서 순식간에 완성된 코끼리의 모습이라니!!! 아 진짜 이걸 내가 만들었단 말이야?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말 코끼리가 듬직하게 걸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의 3차원 이미지가 완성되었으니 말이다.

코끼리 외에도 올빼미, 늑대, 암사슴, 사자, 곰, 얼룩말, 울새, 코끼리, 공작새, 도마뱀붙이, 여우, 코뿔새.. 열두 마리 동물들이 모두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어서 빨리 다음 동물에 도전하고 싶어 졌다. 화려한 보랏빛 갈퀴의 멋진 사자, 듬직한 브라운 컬러의 곰, 크리스탈처럼 정교해보이는 암사슴, 날렵하고 우아한 붉은 여우, 그리고 가장 많은 조각수를 자랑하는 올빼미 등등... 너무 다양한 색깔과 움직임이 금방이라도 느껴질 듯한 3차원의 구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은 예쁘게 컷팅해서 액자에 그림처럼 넣어두어도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이 도전하기에도 참 좋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아이들도 쉽게 호기심을 느낄 만한 동물 그림이고, 산만하기 쉬운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스티커의 번호를 찾고, 도형의 위치를 찾아 칸에서 벗어나지 않게 선을 맞춰 붙여가다보면 어느 덧 그림 속으로 푹 빠져 들게 된다. 이런 몰입의 시간이야말로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을 잠시 놓아둘 수 있는, 잠들어 있는 내 상상력을 깨우고 완벽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적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도, 미술과 전혀 상관없는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멋진 예술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 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열흘이라는 기나긴 추석 연휴가 거짓말처럼 다 지나가버리고, 이제 겨우 하루가 남았다. 직장인들은 이제 내일만 지나면 또 지긋지긋한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할테고, 학생들이나 주부나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비슷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전투 태새에 돌입해야 하는 우리에게, 아주 잠깐의 휴식 시간과 힐링을 선물하고 싶다면 <애니메트릭스>를 만나보자. 아주 짧은 시간만 투자해도 머리가 맑아지고, 삶에 대한 의욕이 솟아나는 기분이 들테니 말이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머리가 복잡할 때 최고의 도피처가 되어 준다. 게다가 이 스티커북은 과정도 재미있고, 결과물은 재미를 넘어 놀라움까지 선사해준다. 힐링이라는 것이 사실 거창한 게 아니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뭔가 계획을 세우기엔 지쳤고, 누군가와 함께 하기엔 귀찮을 때, 그런 당신에게 <애니메트릭스>를 추천한다. 저렴한 비용과 잠깐의 시간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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