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의 게르니카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이제 그만해! 하고 피카소는 소리를 지르는 거죠.

죽이지 마라. 전쟁을 하지 마라. 어둠의 연쇄를 끊어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그 그림은 그런 반전의 가치입니다. 피카소의 도전이자 공약인 겁니다.

저는 온 세상 사람들이 그 그림을 목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터져 나오는 피카소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고.

이 작품의 제목이자 표지 이미지로도 사용되고 있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1937년 스페인 내전이 한창 벌어지던 당시,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담고 있는 그림이다. 특이한 것은 이 그림 속에서 나치의 폭격이나 내전의 구체적인 참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거다. 흑백 톤의 컬러만을 사용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는, 울부짖는 여인, 죽은 어린이, 소리 높여 우는 말, 돌아보는 황소, 힘이 다해 쓰러진 병사의 모습이다. 전쟁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 이제는 전쟁을 해선 안 된다고 피카소가 그림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1937년 당시 피카소가 <게르니카>를 그리던 그 시기와 2000년대 현재 그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가 교차 진행되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큐레이터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 하라다 마하는 전작 <낙원의 캔버스>에 이어 이번에도 '아트 미스터리 서스펜스'라는 독특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었다. 2003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9.11테러 보복을 명목으로 이라크 공습을 개시하며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 반전의 심벌인 [게르니카]의 태피스트리가 UN본부에서 암막에 가려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라다 마하는 피카소의 반전 메시지 자체를 은폐하려고 했던 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드는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은 20세기의 파리와 21세기의 뉴욕을 넘나 들며, 피카소라는 거장의 삶과 예술 세계, 그리고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 준다.

 

1937, 나치 독일이 게르니카에서 저지른 인류 최초의 무차별 폭격.

그 폭거에 분노의 불꽃을 태우며 피카소가 그려낸 거대한 한 장의 그림.

수천만 자루의 총보다도 한 자루의 붓이 훨씬 강함을 증명했던 기념비적인 작품.

폭격은 도시를, 사람을, 모든 것을 파괴했다.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하지만 피카소 작품은 사람들에게 반전의 마음을 싹트게 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큐레이터인 야가미 요코는 아트 컨설턴트인 남편 이든을 9.11 테러로 인해 잃게 된다. 어린 시절 보았던 피카소의 <게르니카> 덕분에 미술계로 오게 된 그녀에게, 이든은 결혼반지 대신 피카소의 비둘기 드로잉을 주었었다. 평화에 대한 마음을 담고 있는 순백의 비둘기 드로잉은 그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된다. 그리고 남편을 잃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그녀가 다시 일어서게 해 준 것도 미술을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과 피카소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미술의 힘으로 상처 입은 뉴욕 시민을, 전 세계 사람들을 격려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미술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피카소 전」에 스페인으로 반환한 <게르니카>를 전시하려고 하지만, 세기의 문제작을 다시 뉴욕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이야기는 <게르니카>를 두고 벌어지는 음모와 권력 다툼 속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애쓰는 요코의 고군분투와 거의 같은 비중으로 2차 세계대전 전 파리에서 피카소와 그의 연인인 도라가 <게르니카>를 작업하던 당시의 시간가 스릴 넘치게 교차 진행된다.

예술은 결코 장식이 아니며, 전쟁이나 테러리즘이나 폭력과 싸울 무기라고 했던 피카소의 진심이 작품 전반에 걸쳐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서스펜스 미스터리이지만 뭉클한 감정마저 들게 한다. 인류는 유사 이래 서로 증오하며 싸워왔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어느 시대에도 전쟁이 있었다. 전쟁을 벌이는 것은 늘 위정자였으며, 시정 사람들은 그저 거기에 말려들어 당혹스러워하고 슬퍼하고 상처 입을 뿐이었다. 말이 아니라 붓으로 호소한 피카소의 메시지는 수천만 자루의 총보다도 한 자루의 붓이 훨씬 강함을 증명했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미술사에 정통한 작가가 그려내는 피카소와 그의 그림에 대한 아트 드라마로서도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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