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야무진 첫마디 - 속터지는 엄마,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
정윤경 외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아기를 키우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매 순간, 모든 일들이 다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 초보 엄마인 나는 언제나 실수투성이에 서툴기만 하다.

엄마가 급한 마음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거부할 수밖에 없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자. 엄마의 관심과 노력은 아이가 바깥세상에서 버텨나갈 수 잇게 해주는 막강한 힘이 된다.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행동과 의사표현을 어떻게 알아듣지? '였다. 밤바다 울어대는데, 기저기도 갈아주고, 수유도 하고, 덥지 않게 온도, 습도 체크해주고 이것저것 확인할 건 다 했는데 대체 왜 이렇게 자지러지게 울까. 그럴 때마다 초보 엄마들은 공황 상태에 빠지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제는 걸어 다니고, 의사 표현을 하고, 말을 하기 시작하니 '이럴 때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훈육할 때는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가 제일 큰 관건이다. 도대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말을 안듣고, 자기 원하는 대로만 행동하려 하는 시기이다 보니 무서운 표정과 소박한 협박, 그리고 긴 시간에 걸친 설득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들 투성이다. 별 거 아닌데, 그냥 해버리면 될 일을 아이는 왜 저렇게 싫어하고 안하려고 하는 걸까.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아들 키우는 엄마는 종잡을 수 없는 아들의 행동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소리를 지른다고 한다. 이해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어서 딱 미쳐버릴 것 같다고. 그래, 나도 숱한 육아서를 찾아 읽으면서, 경험자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입력해두었던 정보와 실제로 겪으면서 체험하게 되는 현실이란 말그대로 굉장하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니 말이다. 우리 아들은 이제 겨우 세 살인데도 벌써 이러니, 앞으로 얼마나 더할까 싶어서 머리가 지끈거리던 참이었다. 이 책은 <속터지는 엄마, 망설이는 아이를 위한>이라는 부제에서 보이듯 부모가 당장 상황별로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굉장히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 하고 있다. 훈육의 시작을 알리는 유아기(2~5세),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아동기(6~10세), 독립을 연습하는 청소년기(11~15세)로 나누어 발달의 각 영역별로 일어나는 실제 갈등을 중심으로 부모가 아이와 나눌 수 있는 대화 요령을 담고 있다.

 

 

밥을 잘 먹지 않을 때나 양치질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자주 자다 깨서 울 때, 공공장소에서 고집부리며 울다 바닥에 누워버릴 때, 자주 징징거리고 짜증이 심할 때, 기다리지 못하고 고집을 피우며 떼를 쓸 때 등등.. 거의 대부분의 부모들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상황들이 구체적인 대화 방법과 대안 제시로 실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고집을 피우며 떼를 쓸 때, 우선적으로 제지하려는 마음부터 먹었던 나였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왜 그럴까. 라는 생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을 내거나 행동을 제지하더라도 먼저 공감의 표현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수반되면, 아이가 그만큼 부모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테니 말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지만,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끌어 안고 살아야 한다는 굴레와도 같다.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감수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 자신이 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우리는 육아의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돌리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엄마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이들은 점차 걷고 뛰며 말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세상을 향해 나갈 준비를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는데, 그것을 제지하면 큰 상처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 엄마와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 대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 이 전쟁은 엄마와 아이 모두 지치게 하지만, 아이의 자율성이 순조롭게 잘 발달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반가운 전쟁이기도 하다.

책의 후반부에는 양육을 위한 부부 공감 대화와 싱글 부모와 아이를 위한 공감 대화 챕터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나 대부분의 양육을 아내가 책임지는 우리나라의 상황 때문에 양육에 무관심하거나 참여도가 낮은 남편에게 섭섭한 경험이 있었던 엄마들이라면 굉장히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다툴 일이 거의 없는 부부도 갈등의 원인이 되는 건 항상 아이에게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빠와 엄마가 양육에 대한 신념과 태도가 완전히 동일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부부는 아이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가 아니다. 아이로 인한 갈등에 부부는 어떤 식으로든 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최소한 아이에게는 그렇게 보여야' 하니 말이다. 양육 문제에 대해서 부부는 절대로 완벽한 의견 일치를 볼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 아이 앞에서 부부는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는 통일된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양육에서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는 건 잊지 말아야 하고 말이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일이 바로 '육아'라 가끔은 누구나 하는 걸 과연 힘들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어려운 건 어쩔 수가 없다. 돈과 경력을 포기할 수 없어 눈물겨운 워킹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엄마도, 종일 집에서 아이만 돌봐야 하는 전업 주부인 엄마에게도 말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모자라 퇴근 하자마자 집에 와서 제2의 일을 시작해야 하는 워킹맘의 고달픔이야 실제 엄마가 아닌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24시간 아이와 함께 지내느라 온 마음과 시간을 다 투자해야 하는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맘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죽하면 매일같이 그만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했던 직장 생활을 다시 하는 게 아이를 종일 돌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겠는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 청소해놓아도 바로 난장판이 되어 버리는 집,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한 꺼 번에 감당해야 하는 우리의 엄마들. 하지만 자식들, 남편을 포함해서 가족들은 엄마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우리의 엄마들도 평생 나를 그렇게 키워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뭐든 그저 '당연한' 일이란 없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족들이 매번 따뜻한 밥에, 깨끗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걸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곧 누군가의 엄마가 될 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말아야 하고, 육아를 하는 전쟁 같은 이 상황 또한 언젠가는 지나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엄마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일인지 충분히 느끼고, 그 상황을 즐기며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엄마'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굉장한 가이드 라인이 되어 줄 것 같다. 가족 간의 대화라는 것이 별 거 아닌 것 같고, 쉬운 것처럼 보여도 정말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 알았으니 말이다.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주고,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주면서, 부모의 생각과 의견은 확실하게 담아 전달할 수 있도록, 아이가 커가는 내내 이 책은 내 곁에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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