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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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잖아", "결혼 안 해?", "그런 옷 입고 다니면 남자한테 인기 없어" 같은 무례한 참견을 당하는 일도, 쓸데없는 말에 상처 받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할머니니까. "여자이길 포기했네", "여잔데 왜 그래?" 같은 말도 듣지 않게 될 거고. 만약 내 성별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갖다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차라리 할머니가 되어 내게 필요 없는 여성적인 부분을 완전히 버리고 싶다.    p.42

이 책의 저자인 아타소는 외모에 자신이 없거나 연애와 결혼이 잘 안 풀린다고 고민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글로 트위터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그녀 역시 자신의 외모를 싫어했고, 붙임성 없는 성격과 솔직하지 못한 점과 자신감이 없는 것 등등.. 수많은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특히나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주변 여자들과 스스로를 비교해, 같은 '여자'인 것이 미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끄럽다고 생각할 정도이니, 사실 좀 심각하다. 하지만 그녀처럼 사회가 기대하는 대로 '여자답게' 행동할 수 없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거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위로이자 응원 같은 책이다.

저자가 못생기고 형편없는 외모를 오랫동안 콤플렉스로 가지게 된 것은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못난이라고 불렀던, 칭찬을 거의 하지 않았던, 무심한 어머니에서 비롯되었다. 다행히도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못난이로 살아온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거기서 느꼈던 감정들과 생각들을 글로 꺼내어 과거의 나를 구원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구원을 받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히고 있다.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등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심하지만 적극적으로나다운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 남자에 의해 내 행복이 좌우되는 인생 따위는 분명히 재미없다. 자신보다 멍청해 보이는 여자와 결혼해서 여자보다 우위에 서려는 남자는 내가 먼저 거절한다. 나는 남자가 가져다 주는 행복을 기다리지 않는다. 혼자서도 똑바로 걸어갈 수 있다는 것, 내 능력을 인정해줄 곳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 힘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 나는 인생에 기본적인 단계가 있음을 강요 받는 분위기에서 여전히 흔들리고 있지만 끝까지 내 안에서 행복을 찾길 바란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내가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p.161~162

여자다움이란 대체 뭘까. 여자라서 이래야 하고, 여자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고.. 세상에서 규정하는 여자다움이란 사실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여자니까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돼. 라는 식으로 남녀의 선천적 특성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은 사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기질은 아니다. 저자는 여자라면 겉모습을 깔끔하게 유지해야 한다거나, 요리를 잘한다거나, 손톱 정리와 화장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거나, 외식을 할 때는 남자에게 술을 따라줘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사회적 시선에 반기를 든다. 급기야 가끔은 빨리 늙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한다. 할머니가 되면 여자이기 때문에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의 말은 최소한 듣지 않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끼워 맞출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세상에는 외모가 예쁜 여자도 있고, 결혼 안 하는 여자도 있으며, 중성적인 스타일로 옷을 입는 여자도, 털털한 선머슴 같은 성격의 여자도, 화장을 하지 않는 여자도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

저자와 같은 고민들을 해본 적은 없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이야기들이 대부분 공감되고, 이해가 되었다. 남자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조금도 노력한 적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이기에 느끼는 욕망과 여자로서 날씬해지고 사랑스러워지고 싶은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한 그녀의 모습이 사회의 기준과는 다를지라도 멋지게 보였기 때문이다. 남이 정해준 행복은 필요 없다. 나는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일 때 행복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여자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그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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