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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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사실보다 더 진실이라야 한다.'

매우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이 작가 서문은 무얼 말하는가. 그는 자신이 쓴 소설에 등장하는 이런 일화들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건가. 그렇다면 그의 죽음은 소설 속의 인물이자 실제 인물인 대통령안보보좌관이나 뉴욕의 류삼조 박사와 관련이 있다는 얘긴가.    -1, p.54~55

베이징에서 한국인 소설가가 피살된 채 발견된다. 이름은 이정서, 이틀 전에 평양에서 베이징에 도착했고, 오던 날 밤 권총에 맞아서 피살되었다. 여권, 지갑 할 것 없이 전부 사라졌고, 전문가에게 당한 것처럼 보였는데, 비행기 꼬리표로 인해 신원과 그의 여정이 밝혀진다. 뉴욕과 평양과 베이징을 동시에 방문했다는 것으로 보통의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대체 그는 왜 베이징에서 살해된 것일까. 베이징의 공안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함께 수사를 벌이게 된 한국의 검사 장민하는 이정서의 피살에 얽힌 배후를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는 이정서가 쓰던 소설이 국제 관계나 국제 정치 외교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걸 듣고는, 최근 쓰던 원고가 단서가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피살된 소설가가 미완성 원고에 써놓은 것은 한국의 정치인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이 미국의 정보기관에 치명적인 약점을 잡혀 평소에는 소신대로 뭘 하는 척하지만 중요한 일에서는 은밀히 미국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는 구도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다. 장검사는 최근 수사 중에 알게 된 사실과 비슷한 내용을 원고에서 발견하고, 소설 속 내용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해나가면서 점차 배후에 엄청난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과연 이정서가 죽기 전 언급했던 '3의 시나리오'란 무엇이며, 그는 왜 살해 당하게 된 것일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백 년에 한 번도 틀어질 수 없는 일들이 틀어지고 있었다. 이정서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미국 대통령이 무언가를 성사 직전에 취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김정일 암살이라는 엄청난 공작이 불과 하루 전에 취소되는 일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장 검사는 제3의 시나리오가 이런 일들과 모종의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강렬한 예감에 빠져들었다.     -2, p.115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북미관계의 전환기를 다룬 이 작품은 2004년 출간작으로, 이번에 15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김진명 작가는 25년 전에도 한반도의 핵개발을 소재로 한 작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2년 전 신작에서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러일 4강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현실을 그려냈었다. 허구와 사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팩트 소설이라는 독보적인 장르를 구축한 작가답게, 매번 정치적인 이슈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배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극중 스토리 또한 매력적인 미스터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고 있어 작품의 가독성만큼은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작가이기도 하다.

<3의 시나리오> 역시 무려 15년 전에 쓰였지만, 여전히 뜨거운 남북 관계의 이슈를 짚어내고 있다. 북미회담 결렬에 담긴 진짜 메시지는 무엇인지, 대북 정책에 대한 고민과 국제 정세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그 이면의 메시지를 '소설적 허구'로 그려내고 있지만, 누구라도 이 작품을 읽으면서 '진짜 현실'을 떠올리고, 한번쯤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소설이지만 소설 같지 않고,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전개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대중 소설로서는 드물게 국가 간 대치되는 상황을 치밀하게 묘사해 CIA 학술정보지에도 등재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놀라울 정도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팩트 소설이라는 말일 것이다. 15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 이야기의 배경은 오래 되었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힘의 역학관계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또한 이 작품을 여전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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