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3미터의 카오스
가마타미와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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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블로그 사이트 아메바블로그의 톱랭킹 블로거가마타미와가 자신 있게 공개하는 코믹 일상툰이다. 저자는 '혼자 사는 가마타미와의 반경 3미터의 카오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이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왠지 길을 묻기 쉬운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에게 모르는 사람이 곧잘 말을 걸어온다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과 만난 일을 잊어버리기 아쉬워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 특별히 좋아했던 사람들, 재미있었던 사람들의 사건사고를 만화로 그리게 된 것이다.

 

일상에서 이렇게 특이하고, 재미있는 사람을 유난히 많이 만나게 되는 상황이 다소 비정상적으로 느껴지긴 한다. 화려한 말솜씨의 미녀 점원이 옷을 골라주다가 갑자기 자신이 변태라고 고백하거나, 패밀리 세일에서 딸의 옷을 사면서 다짜고짜 옷을 대보고 어떤지 물어보는 아주머니, 100엔샵에서 물건을 고르면서 비슷한 둘 중에 뭐가 나은지 상담을 요청하는 할머니, 은행 ATM코너에서 눈이 어두워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할아버지를 도와드렸는데 카드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는 상황 등등...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향연이다.

일상 속 유쾌한 사연들 외에도 타이완과 미국 여행기도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던 타이완에서 엄청나게 긴장한 동시에 즐겁기도 했던 저자의 심정이 공감되어 더욱 재미있었다. 티켓 발권부터 혼자 밥 먹기, 택시 타기 등등 혼자서 낯선 해외에서 겪게 되는 상황들이 저자 특유의 유쾌함과 웃음 터지는 센스로 그려지고 있다. 그리고 여행기에서는 실제 여행 당시의 사진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사진들이 실사 만화처럼 편집되어 있어 더욱 독특한 여행기가 된다.

어린 시절부터 콤플렉스인 맥주병 탈피를 위해 수영장에 다니는 에피소드도 너무 재미있었다. 가격이 제일 저렴한 평일 낮반으로 등록한 탓에 할아버지, 할머니 밖에 없는 풍경 속에서 수영을 배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시트콤 한 편을 보는 것처럼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였다. 수영장 할머니들 캐릭터는 유별나긴 했지만, 괜스레 정이 가는 그런 인물들이기도 했다.

사실 길을 걷다가, 어느 가게에서, 음식점에서 저 사람 왜 저래? 싶은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저 순간 웃고 넘기고 잊어 버리겠지만, 가마타미와는 그런 순간들을 일기로 쓰고 기억한다. 무려 십팔 년 정도나 일기를 써왔다고 하니, 아마도 습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재미있는 사람과 만난 경험을 보물이라고 생각하기에 아마도 더 그런 상황을 자주 마주하지 않게 되었나 싶다.

물론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실제로 있단 말인가 싶은 대목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허구보다 더 말도 안 되게 이상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여기 소개된 혼자 간직하기 아까운 레전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공감해도 좋고, 아니더라도 그저 깔깔대고 폭소를 터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마도 당신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치의 웃음을 다 소진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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