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2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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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이 계시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랐어. 그런 내가 너의 고생과 고독을 이해할 순 없겠지. 그래서 잘난 듯이 충고 한마디 못해."

"그럼 닥쳐."

"그래도 이 말만은 해야겠어.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어."     p.67~68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모두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그들은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고, 세상과 거의 단절된 생활을 했다. 호적이 주어지지 않아 의무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살아온 이도 있었고, 부모에게 버려져 친척에게 구박과 학대를 받아온 이도 있었다. 사랑을 충분히 받고,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야 할 시기를 이렇게 거쳐온 사람이 감정이 없는 존재로 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으니, 사랑을 줄 수도 없을 것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왜 행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아픔을 진심으로 느낄 수도 없다.

부모가 방치해 호적도 없고, 의무교육도 받은 적이 없는 천재 소년 마치다, 범죄를 이용해 불평등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사상에 심취한 무로이 진, 그리고 소년원에 들어간 마치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지능이 낮은 연기까지 했던 아마미야. 이들을 중심으로 마치다가 대학에서 만나게 되는 친구들, 아마미야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미노루를 찾기 위해 노숙자가 되어서 만나는 사람들, 히로시와 아마미야를 소년원에서부터 지켜봐온 교도관 나이토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 나간다. 야쿠마루 가쿠의 전작들에 비해 분량이 많은 작품인 만큼 진지하게 인물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다가 뭐라던가?" 조바심이 나서 묻자 이소가이가 눈을 떴다.

"행복해지라고요... 제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소중한 사람을 결코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게다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제가 범한 죄의 아픔을 진정으로 느낄 수 없다고도 말입니다."

"그렇군...."

이소가이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p.192~913

 

제목인 '신의 아이'란 특별한 재능, 그 중에서도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아이들을 가리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에겐 바로 그 뛰어난 지능 외에 아무 것도 없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서 자연스레 주어지는 부모와 가족부터 따뜻함, 사랑, 행복 등 기본적인 감정 조차 느껴보지 못한 채 살아 간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사회구조적 범죄를 통해 사회적 제도들에 의문을 던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이라는 온기'를 말하기 위해 참 많은 시간과 인물들을 거치며 돌고 돌아 만들어지는 작품이라 더욱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가독성과 상관없이, 조금 천천히 호흡하며 읽어 나가면 더 좋을 만한 작품이다.

야쿠마루 가쿠는 데뷔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소년범죄'를 꾸준히 다루고 있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는 매번 범죄를 저질렀거나 범죄와 연루된 소년들이 등장한다. 그렇게 소년범죄라는 주제가 담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에 이르러서는 범죄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 근본적인 배경에 집중하고 있다. 대체 이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인가, 라는 것에 대해서 사회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한번쯤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들이 다 그러했지만, 사회성 짙은 소재를 다루면서도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장황한 설교를 늘어 놓아 지루하게 만들지 않고, 미스터리와 추리적 요소와 스릴러적인 템포로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점도 장점이다. 한마디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절대로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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