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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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바꿀 수 있는 것을 직시한다.'

노년을 행복하게 사는 힌트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남은 인생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이 사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의 의식뿐입니다.

늙어가는 용기, 나이 든 '지금'을 행복하게 사는 용기란 인생을 바라보는 눈을 아주 조금 바꾸는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p.92~93

‘산다’는 건 다시 말해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 겪게 되는 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지만, 나이든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문제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젊을 때는 나이 든다는 게 어떤 것인지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고,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커다랗게만 보였던 부모님이 늙어가고, 나 또한 나이를 먹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란 내가 상상했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한다. "무엇이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주어진 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하지만, 살아온 인생보다 살아갈 인생이 더 짧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에도 그렇게 의연한 마음 가짐으로 남은 인생을 대할 수 있을 것인가.

 

<미움받을 용기>로 인상적이었던 기시미 이치로가 이번에 나이 듦의 가치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으로 돌아왔다. ‘아들러 심리학 1인자이자플라톤 철학의 대가인 기시미 이치로. 왕성한 활동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일생일대의 사건이 닥친다.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글쓰기는목숨을 부지한 제 사명이라고 말하는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을 통해나이 들어가는 삶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훌륭한 인간이 되는 것도, 존경 받는 노인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이 들수록 더욱 다양한 것을 배워야 합니다. 또 책을 읽고 꾸준히 사색해야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바랄 수 있습니다.

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도 책을 읽을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이를 먹고 지식과 경험을 쌓아서 다양한 의미에서 사람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게 꾸준히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p.231~232

저자의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거의 누워만 있어야 했는데, 그 상태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의식 수준이 저하되고 학습이 어려워지자 이번에는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대부분은 그런 상태에서 애써봤자 소용없다고 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어머니의 '무언가를 배우려는 마음과 새로운 것을 시작하려는 기력과 의욕을 잃지 않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저자는 예순 살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강연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 지 두 해 정도 되었고, 여전히 실력이 신통치는 않지만, 그럼에도 한국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기회가 와도 갖가지 이유를 들어 못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한 자신과 마주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불가능이란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나이 듦의 긍정적인 면을 체감하기 위해, 젊은 시절에 했던 일을 다시 한번 해보거나, 해보고 싶었는데 여태까지 해보지 못한 일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오래 전에 읽고 어렵다고 느꼈던 책이나 언젠간 읽으려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책을 펼쳐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는 열 명에 두 명은 죽게 된다는 큰 병을 겪으면서,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보다는 '오늘을 산다'는 건 참으로 멋진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알려주는 '지금을 잘 살기 위한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들이 와 닿는 걸 보면,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작도 끝도 아닌 '지금, 여기에 내가 있다'라는 것을 자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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