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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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속에는 한 민족이 수천 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런 까닭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 문화, 신화, 생활 방식, 세계관 등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라틴어는 천 년 동안 번성한 로마 제국의 언어였다. 왕정에서 시작하여 공화정의 장년기를 보내고, 제정을 통해 전 유럽과 중동 그리고 이집트를 손아귀에 넣었던 로마의 모든 역사가 라틴어 속에 들어 있다.   p.5

라틴어는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제국 중 하나인 로마 제국에서 사용되던 언어이다. 로마 제국은 천 년 이상 지속되었고, 온 유럽을 자신들의 기준, 즉 자신들의 언어와 제도로 재편했다. 그런 점에서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는 서양인들의 정신세계를 투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학자들은 라틴어가 인류가 사용한 언어 중에서 가장 정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라고 말한다. 그런 이유에서 혹자는 라틴어의 문법이 너무 어렵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10년 넘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동섭 교수가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라틴어를 배우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쓰였다. 라틴어로 기록된 경구, 속담, 격언 등을 소개하며 그 유래와 역사적 배경이 설명되어 있는데, 다소 복잡한 라틴어 문법도 쉽게 설명되어 있어 전혀 어렵지 않게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사실 현대인들 중에서 라틴어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라틴어 문장 한 두 개쯤은 어디선가 들어봤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일곱 가지의 큰 카테고리 아래 80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을 살아라, 사랑 받고 싶으면 사랑하라, 지혜가 모든 것을 이긴다, 로마인들의 문장, 신의 뜻대로, 마지막을 기억하는 것, 모두는 하나를 위해서, 라는 항목으로 테마가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라틴어의 알파벳과 발음도 소개되어 있고 영어와 라틴어의 공통점과 다른 점도 설명되어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한 라틴어 원문들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들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인간은 혼자 사는 것이 불안해서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 신을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인간은 신이 제시한 길을 따라가며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미국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미국에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미국인에게 신화가 없다는 데에서 찾았다. 정신세계가 피폐해지는 이유를 신화의 부재에서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고대 로마인들은 신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p.196

Festina Lente. 페스티나 렌테. '천천히 서둘러라' 라는 뜻이다. 모순적인 의미를 지닌 이 경구는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이었다고 한다. Nihil novum sub sole.  니힐 노붐 숩 솔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이는 고대 로마인들의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우주 만물이 마치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으며, 새로운 것도 과거에 존재했던 것의 또 다른 존재라고 역설하는 이 말이 고대 로마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흥미로웠다.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이다. 이 경구는 모든 인간은 죽기 마련이고, 이승에서 누리는 부귀영화도 한낱 먼지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항상 죽음을 대비하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를 통해 더 알려진 라틴어 Memento는 영어에서는 '시간이나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이란 뜻이기도 하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언어 속에는 한 민족이 수천 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뜻일 것이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민족의 역사, 문화, 신화, 생활 방식, 세계관 등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천 년 동안 번성한 로마 제국의 언어인 라틴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 책에 소개된 문장들을 하루에 한 문장씩만 따라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라틴어 원문을 직접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 문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 어렵지 않고, 그에 얽힌 유래와 역사적 배경이 설명되어 있어 지루할 틈도 없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라틴어 문구는 물론이고 고대 로마인들의 문학, 신화, 종교에 대해 구석구석 알 수 있어 인문학적 교양도 풍부해질 것이다. 평소 영화나 소설 속에서만 만나왔던 라틴어의 세계가 궁금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라틴어 문장들을 배워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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