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합니다 - 몸의 감각을 되찾고 천천히 움직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고
히로세 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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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몸은 매일 먹는 음식과 사용하는 근육으로 만들어져 갑니다. 무엇을 먹는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몸은 변합니다. 몸을 보면 그 사람의 생활이 들여다보이는 것이지요.

그 사람을 감싸고 있는 공기는 그 사람 자신으로부터 발산되는 것입니다. 정갈한 공기를 가진 사람도 있고, 따뜻한 공기나 물처럼 투명한 공기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p.15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겪는 크고 작은 경험들이 고스란히 얼굴에 그 흔적을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과 행동 또한 모두 차곡차곡 쌓여 노년의 얼굴을 만들어 간다. 저자인 히로세 유코 역시 하루하루의 생활이 쌓여서 그 사람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매일 먹는 음식과 움직이는 방법, 표정과 무언가를 대하는 태도 등에 따라 내면 뿐만 아니라 외면도 조금씩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정갈한 공기를 가진 사람도 있고, 따뜻한 공기나 물처럼 투명한 공기를 가진 사람도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젊음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싱그럽고,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발산하지만, 진짜 본 모습은 나이가 들었을 때 나타나는 것이니 말이다.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매일매일 어떤 시간이 쌓이는 지에 따라 사람도 모습을 바꾸어가는 것이라면, 자신만의 아름다움은 스스로의 모습과 행동, 의식의 변화만으로도 만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히로세 유코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중심에 두고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시간을 보내면 좋은 인생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택한 삶의 속도는느긋하게이다. 나도 그녀처럼 '이제 좀 느긋하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차 한 잔을 천천히 내려 마시며 좋은 기운을 불어넣고, 마음이 심란해지면 의식적으로 천천히 움직이며 마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보고 말이다. 그렇게 일상 속 작은 행복들이 하나씩 모이면 자연스레 삶에도 빛이 날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에는 없으면 안 되는 것과 없어도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일상을 되돌아봅니다. 이것과 저것은 꼭 있어야 합니다. 정말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되는 것도 몇 가지 있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단지 그렇게 생각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을 처분해보면 삶과 기분이 산뜻해집니다. 집뿐만이 아니라 삶까지도 통풍이 잘 되는 느낌이 듭니다.  p.177

이 책에서 말하는 '느긋하게' 살기 위한 세 가지는 바로 이것이다. '세심하게' '천천히' '심플하게'. 세심하게 나만의 생활 리듬을 되찾고, 천천히 생각하며 움직이고, 심플하게 필요 없는 것은 내려놓으면 우리의 삶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마음의 심란함이 조금씩 사라진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이 맞든 아니든 간에 직접 실천해보기에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니 속는 셈 치고 한번씩 해보면 어떨까. 누구에게나 이유 없이 마음이 심란할 때가 있을 것이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든 것들이 신경에 거슬리고, 사소한 한마디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아 화가 나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마음과 몸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마음이 어수선할 때 몸의 움직임을 천천히 하면 그 리듬에 이끌려 마음도 느긋해진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젊을 때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던 사람도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을 돌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엄마라면 남편과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아 붓느라 자신의 몸은 아픈지도 모를 것이고, 아빠라면 가족들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온갖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참고 발산할 데를 찾지 못해 속 병이 드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고, 내가 희생해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다 제대로 굴러 가려면 나 자신부터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알 수 있고, 자신의 생활을 정성껏 돌보아야만 주변의 누구에게도 든든한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히로세 유코 특유의 차분하고 따뜻한 문장들이, 일상에 쫓기며 바쁘게 살아온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는 시간이 휴식처럼 느껴졌고, ‘자기다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좀 느긋하게 지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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