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노히 1 - 시무룩 고양이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트위터에 떴다 하면 수많은 리트윗과 하트 세례를 받는 일본에서 지금 가장 핫한 고양이네코노히'를 단행본으로 만났다. 뚱뚱하고 소심한 고양이네코노히의 시무룩한 표정이 매력인 네컷만화로 대사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지마다 공감! 을 외치게 되는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표정의 고양이들이 많지만, 네코노히는 독특하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힐링을 안겨주어 사랑받 는 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휴대폰 배터리가 빨간 색으로 변하면.. 딱히 급한 연락이 올 게 있는 게 아니더라도 안절부절, 쭈뼛쭈뼛, 뭔가 불안해해 지곤 한다. 만두를 먹다가 제일 중요한 소만 홀랑 간장에 빠질 때라던지, 열심히 피망완자전을 구웠는데 피망 따로, 속 따로 분리되어서 결국 따로 먹게 된다던가, 핫도그를 먹는데 계속 소시지가 뒤로 쑥 빠져서 빵만 먹게 되는 그런 경우.. 누구나 살면서 한 두 번쯤 겪어 봤을 법한 상황들이다.

 

멋진 날씨를 기대하고 간 여행지에서 비가 와서 숙소와 실내를 벗어나지 못한다거나, 식당에 갔는데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불안감과 압박감으로 급하게 먹어야 했거나, 캔을 따려는데 고리만 톡 떨어져버려서 난감하거나, 랩을 뜯는데 자꾸 한쪽으로만 뜯어져 결국에는 랩을 뜯지도 쓰지도 못하게 된다거나 그런 상황들.. 뭐 이리 간단한 일 하나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지 화가 나거나, 혹은 어이없어 헛웃음 짓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이 책 속에 가득하다.

고양이 네코노히가 그려내는 일상 속 소소한 실패들이 내 얘기 같아서 깔깔 대고 웃으면서 읽다 보니, 사실 그리 심각하게 볼 것도 아니었는데 싶은 생각도 든다. 남이 겪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보고 읽으니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특히나 이 작품은 독특한 것이 대부분 일본 만화가들이 거치는 과정(잡지 연재 후 단행본으로 엮어서 내는)이 아닌, 트위터라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SNS를 플랫폼 삼아 성공한 케이스라는 것이다. 트위터 연재로 성공한 사례는 일본 만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라 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만화이기도 한데, 보통의 네 컷 만화들과는 다르게 짧은 네 컷 안에서 대사라고 할 만한 것은 의성어, 의태어 정도 밖에 없다. 대사 없이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단 네 컷의 그림 안에 다 표현해내면서도, 메시지가 한번에 확 다가오는 그림들이라 몰입감도 뛰어 나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멈출 수가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이 작품은 출간 전에 여러 국내 대형 커뮤니티에서 짤방으로 돌며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한국어판 단행본을 기다리다 원서를 사서 보거나, 몇몇 에피소드를 직접 번역하여 공유하는 현상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단행본에서는 큐라이스 작가 트위터에서 공개하지 않은 에피소드가 가득 실려 있다고 하니, 기다렸던 분들은 꼭 단행본으로 만나보셔야 할 것 같다. 사소한 실패들이 이어지며 되는 일이 없어 언제나 울상인, 그럼에도 너무 귀여운 시무룩 고양이 네코노히. 일본에서는 그 인기를 증명하듯 웬만한 굿즈들은 다 나왔을 정도로 캐릭터 상품이 많이 출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여행을 가게 되면 몇 개 사와야 할 것 같다. 작년에 일본에 갔을 때만 해도 쿠마몬 캐릭터 상품들이 대세였는데, 올해는 네코노히가 장악하고 있나 보다.

 

네코노히의 소소한 일상들을 따라 가면서, 이번엔 꼭 성공해서 ‘SUCCESS’라고 외치기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고양이의 삶도 이런데 우리 인생도 소소한 실패에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한다. 되는 일 없어 세상 억울한 네코노히의 석세스 도전기가 어느 순간 내 모습에 이입이 되는 것이다. 

 

사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는 마음이 아닐까. 인생은 언제나 흐림 뒤 맑음! 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번에 실패했으니 그걸 바탕으로 다음에는 잘 될 거야. 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혹은 내가 생각했던 대로는 아니지만, 다른 방향으로 해도 크게 상관없구나.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도 좋고 말이다. 스트레스가 목까지 차 올랐을 때, 정말 뭘 해도 다 내 마음 같지 않아 잘 안 될 때, 대체 나는 왜 이모양이냐고 자책하지 말고 네코노히를 만나보자. 당신의 인생에도 ‘SUCCESS’가 이어지는 나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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