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폴라 데일리 지음, 최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이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 많은 사랑, 우리가 쏟아 부어온 그 많은 사랑과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되어버렸다. 다섯 식구를 순조롭게 지키기 위해 모았던 모든 에너지와 헌신. 나는 그 모든 걸 단 3분 만에 날려버렸다. 생각할수록 역겨운 3분간의 실수 때문에.

동물 보호소에서 일하는 리사 칼리스토는 세 아이의 엄마이다. 남편인 조는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고, 집에는 개 세 마리도 함게 살고 있다. 첫째인 샐리는 열세 살, 두 아들 제임스와 샘은 열한 살, 일곱 살이다. 샐리, 샘과 나이가 같은 두 아이를 둔 케이트 리버티는 리사와 5년쯤 된 친구이다. 남편 때문에 풀타임으로 일을 하며 아이 셋을 봐야 하는 리사는 매일 진이 다 빠져 산다. 그에 비해 케이트는 직장이 없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휴가용 별장을 임대하며 꾸준한 수입을 번다. 리사는 그런 우아하고, 완벽한 엄마의 모습으로 사는 케이트의 삶이 늘 부러웠다. 그런데 어느 날, 케이트의 딸 루신다가 사라진다. 문제는 루신다가 실종된 것이 리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사실 루신다는 어젯밤에 리사네 집에서 자기로 되어 있었다. 케이트도 당연히 그런 걸로 알고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샐리는 몸이 안 좋아서 학교에 가지 않았고, 루신다에게 그 사실을 전달하지 하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친구와 함께 있는 줄 알았던 케이트는 어제부터 내내 딸을 찾지 않았고, 하루가 지나서야 딸이 사라진 걸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2주 전에 근처 지역에서 어린 소녀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는 거다. 유괴되었던 소녀는 반라 상태로 발견되었는데, 범인에게 강간을 당한 상태였다. 연이어 발생한 유괴 사건으로 온 마을은 아이를 찾기 위해 발칵 뒤집히고, 리사는 견딜 수 없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한 번, 정말 다 한 번만이라도 잡지에서 정상적인 엄마를 보고 싶다. '너무 힘들어요. 막상 겪어보니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라요. 둘째는 절대 만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내고 나서) 남편도 있으나 마나예요. 좋은 아빠가 돼줄 거라 믿었는데... 모든 걸 내게 떠넘기더라고요. 정말 나쁜 놈이에요.'

이야기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 동안 벌어지는 사건의 경과를 그리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가장 친한 친구의 딸이 실종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리사와 유괴 사건의 담당 형사 조앤, 그리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의 시선이 빠르게 교차 진행된다. 10대 소녀의 실종이 연이어 발생하고, 소아성애자로 보이는 범인의 시선이 등장하는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스릴러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10대인 딸의 실종이라는 세상 모든 엄마의 가장 끔찍한 악몽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범인이 누구이냐 보다 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그것에 영향을 받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사는 케이트의 남편과 그녀의 언니 알렉사로부터 자기 가족을 망쳐놓았다고 공개적으로 비난을 당하고, 점점 두려워진다. 나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면.. 루신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럼 어떻게 될까. 물론 내 책임이 크다는 건 알지만, 하지만 정말로 이 모든 게 다 내 잘못인 걸까.

 

매일 같이 만성 피로를 호소하지만, 그럼에도 현실에서 닥친 일을 부지런히 해내고, 십대 아이들이 점점 더 부모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슬프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는 리사는 '완벽한 엄마'라고 할 수는 없을 지 몰라도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는 여자이다. 그리고 언제나 완벽한 엄마로 일상을 훌륭하게 꾸려나가는 케이트와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는 담당 형사 조앤의 일상 역시 여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일상에 닥친 위험을 헤쳐나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라는 박현주 작가의 평처럼, 여자, 그리고 엄마들의 심리 묘사가 세심하고도 리얼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작가인 폴라 데일리 역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기에, 이렇게나 생생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닌가 싶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플롯과 구성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심리스릴러를 탄생시켰다. 아이들에겐 언제나 좋은 엄마, 그리고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여성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어쩌면 이것은 세상 모든 여자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당신도 조심해야 한다. 다시는 가장 중요한 것에서 눈을 떼지 마라. 단 한 번도 내게 벌어질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어느 날 당신을 찾아 올 수도 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