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분기 -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 경제의 형성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 외 옮김, 김형종 감수 / 에코리브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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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심적인 시각에 따르면 종교개혁, 르세상스, 과학기술의 발달, 대항해시대 개막과 지리상의 발견 등이 결국엔 서양의 팽창을 야기한 것으로 본다. 곧 15세기 이후 유럽에 내재했었던 우월함의 표출이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게 된 근본원인이라는 것인데, 이는 서양의 동양지배를 정당화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유럽 중심주의에 대한 반론이다. (이번에 알았는데 유럽중심주의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미 캘리포니아주의 여러 대학에 있는 까닭에 ‘캘리포니아 학파‘라고 불린다고 한다).

저자 포메란츠는 유럽의 우월함이 그리 대단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1) 유럽이 동양에 대해 우월한 힘을 가지게 된 시기는 15세기가 아니라 기껏해야 18세기 중반 이후이며, 2) 유럽이 동양에 대해 우월할 수 있었던 이유도 ‘쉽게 캐낼 수 있는 석탄 매장지의 발견‘ 등과 같이 아주 하찮은 행운 섞인 잇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흥미롭고 도발적인 이 책 <대분기>는 이미 2000년 페어뱅크 상을 수상하며 역사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저서로 선정되기도 했으니 학술적으로는 이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러니 호기심 많고 용감한 독자라면 이 책을 덥썩 사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깊은 좌절감, 하염없는 한숨, 뒤늦은 후회와 같은 감정의 낭비를 예방하려면 이 책을 사기 전 아무 페이지라도 펴서 찬찬히 살펴보는 수고로움 정도는 기꺼이 지불해야 한다.

책 어느 부분을 펴더라도 도저히 ‘묵과하기 어렵고 심각한‘ 번역 상의 문제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아마도 독서에 익숙한 독자라면 우리 글을 읽으면서도 ‘영어 구문‘을 생각하는 이 중의 수고를 할 것이고,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책을 편 후엔 ‘난수표‘를 보는 듯한 착시에 빠져 꿈나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합리적 소비자라면 영어책 혹은 수면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이 책 <대분기>는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 출판사가 그럴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역자는 이 분야의 전공자를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문 번역자가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 이 책은 확신컨대 그들 스스로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번역을 했다. 또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추천사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모 대학교 교수는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키고,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강단에 서는 게 당신의 의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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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9-02-1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었을 때 문장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느꼈는데, 번역이 좋지 않았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