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최수빈 옮김 / 바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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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 이야기’는 12지(자축인묘.....)를 상징하는 동물들에 얽힌 고사와 한자성어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교양서다. 내용이 한자/한문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한자에 익숙하다면 이 책을 읽기가 수월하고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양도 많겠지만, 한자를 많이 모르더라도 내용을 파악하고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저자인 모로하시 데쓰지는 ‘한화대사전(전 13권)‘을 만든 이다. 사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분은 한마디로 박람강기, 박학다식, 무소부지, 무불통달한 사람이다. 사전 편찬은 국가적 역량이 투입되는 거대한 사업일진대, 개인의 힘으로 사전을 만들어낸 이 분 참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분을 국민으로 둔 일본은 복받은 나라라는 생각을 해본다.

‘한화대사전‘을 출간한 덕택에 모로하시 데쓰지는 일본정부로부터는 문화훈장을, 중국정부로부터는 학술포장을 받았다. 일본인에 의해 ‘한화대사전‘이 출간된 것에 자극받은 대만과 중국은 이후에 각각 ‘중문 대사전(전 10권)‘과 ‘한어대사전(13권)‘을 출간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 분은 원래 ‘한화대사전‘을 저술할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일본의 대수관(다이슈칸) 서점 주인이었던 스즈키 잇페이의 권유로 사전 편찬을 시작했다는데, 작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스즈키 잇페이는 아들들에게 학업을 중단시키고 이 일을 돕도록 해서 사전 편찬을 지원했다고 한다. 모로하시 데쓰지도 대단하지만 스즈키 잇페이의 안목과 열정, 그의 아들들의 헌신도 참 대단하다.

한국 사람이라면 가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까먹는 경우는 있어도 자신의 ‘띠‘를 잊어 버리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12지에 대한 최소한의 인문학적 교양을 얻을 목적에서라면 이만한 책이 없을 것 같다. 물론 재미삼아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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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죠지 레이코프(와 엘리자베스 웨흘링 공저)의 <이기는 프레임>이다. 부제는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이다.

그의 전작들이자 베스트셀러인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프레임 전쟁>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이기는 프레임)을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제시한다.

이 책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씌였다.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이 읽어도 나쁠 것은 없지만 이 책 저자가 (극단적) 보수에 대해서는 냉혹하리만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할 듯싶다.

책은 구성은 이렇다
1. 프레임의 기본 원리들
2. 극단적 보수주의의 민낯
3. 이기는 프레임을 짜는 핵심 개념들
4.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위한 언어들
1장과 2장은 기초 개념설명, 3장과 4장은 실행방안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진보진영에게 제시하는 전략 하나를 소개해본다.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때, 패배의 원인을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계급적 이해에 반하는 투표를 한 탓‘으로 돌릴 때가 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 정책(정당)은 분명 부자(기업)을 위한 것인데, 왜 사람들이 그 정책(정당)에 투표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 레이코프는 이렇게 말한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정책보다는 자신의 도덕적인 이익에 따라서 투표‘하므로, 그들에게는 누구에게 표를 줄지를 결정할 때 ‘계급적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그리고는 진보진영을 향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한다.
‘도덕적 담론으로 보수적인 유권자를 설득시켜야 그들로부터 진보진영이 표를 얻을 수 있다‘.

‘도덕‘, ‘가치‘, ‘언어‘ ‘공공성‘, ‘국가권력‘, ‘자유시장‘, ‘민영화‘ 등등 원리와 개념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다. 그의 분석이 상당부분 ‘언어‘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비트겐슈타인과도 맥이 닿아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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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 된다 - 기다림에 대하여 철학자의 돌 6
해럴드 슈와이저 지음, 정혜성 옮김 / 돌베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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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고, 세 번이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을 만났다.

저자인 헤럴드 슈와이저(역자는 정혜성)는 철학을, 서사시를, 현대 회화를, 소설을 차용해 기다림과 머무름을 해석하고 인용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가 꺼낸 기다림과 머무름은 생경치만은 않은 기억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누군가를 기다린 적이 있다면, 기다리고 있다면 또는 기다릴 예정이라면
이 책이 당신의 기다림을 함께해줄 동반자가 되어 줄 수도 있겠다.

˝만일 내가 설탕물 한 잔을 만들려고 한다면,
좋든 싫든 설탕이 물에 녹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사소한 사실은 많은 것을 알려준다.˝ -p.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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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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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부터 읽고자 했던 책을 이제서야 끝냈다. 읽고 있는 책은 2018년 6월 인쇄본인데 1판 15쇄다. 지금이 2019년 2월이니 그 사이 쇄가 더했을 수도 있겠다. 웬만한 책은 2쇄 찍기도 힘든데 15쇄라니. 이 책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 모양이다.

저자인 문유석 판사는 요즘 신문기사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작성한 법관 사찰문건 때문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그는 이런 사람이다. ˝....묵묵히 헌신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각광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지, 지나친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시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한마디로 법원내 요주의인물이라는 것인데, 이럴 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가 속했던 직장의 힘센 사람들에게서 이런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지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인사 최저평가 그룹에 속했다고 한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도 전하는 데, 확실한 것은 그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에 소위 ‘잘나가는 판사‘는 아니었다. 여하간 이 책은 그런 평가를 받았던 판사가 쓴 책이다.

책은 ‘판사, 사람을 배우다‘, ‘판사, 세상을 배우다‘ 이렇게 두 부분으로 단촐하게 구성되어 있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선망하는 판사가 그의 직업이지만 그는 전혀 젠체하지 않는다. 판사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듯한 시선과 유머, 공감으로 책을 가득 채웠다. 이 책은 말하자면 공부만 잘했던 판사가 아닌 공부도 잘했던 판사가 성찰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사법부 내부의 비판적 관찰자‘라는 평가를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를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 책 저자와 같은 판사들이 많아진다면 우리나라도 제법 괜찮은 나라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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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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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경제학 격언은 한국 정치에 적용해도 그 의미가 변질되지 않는다. 고 노회찬 의원은 양화(바른 정치인)가 어떻게 악화(나쁜 정치인)에 의해 구축되지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고 노회찬 의원 생전 당시 강의내용을 토대로 만든 이 책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불통에 대한 비판과 신 정부에 거는 기대 등이 담겨있다. 이 책에서 그는 불공정, 불평등, 전쟁 위협을 없애야만 우리나라가 그래도 살 만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도 20대라면 (취업과정에서의) 불공정 해소를, 30대라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40대 이상이라면 전쟁위협 해소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 듯하다. 우리 모두가 그가 꿈꾸었던 공정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나라에 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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