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지겨움
장수연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라디오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좋아한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라디오를 진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청취자가 동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동감이 있죠. 제가 주로 듣던 프로그램은 굿모닝 팝스와 고 신해철이 진행했던 것이었는데요. 그 좋은 기억들 때문인지 라디오에 관련된 사람들의 에세이도 즐겨 읽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내가 사랑하는 지겨움>은 라디오를 들으며 프로듀서의 꿈을 키워 MBC 라디오 피디가 된 장수연의 글인데요. ‘낭만적 입사와 그 후의 일상, 프로듀서의 일, 오늘도 출근, 퇴근하겠습니다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녀의 삶의 흐름 같기도 하고, 라디오 피디로 일하는 한 사람의 하루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을 주더군요.

그러고 싶지 않은데, 요즘은 자꾸 제가 지나온 시간을 되짚으며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요. 이게 두 번째 화살이라고 하더군요.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지만, 자책하는 두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쉽지 않아요. 그런데 책을 읽다가 그런 구절이 마음에 들어왔어요. 지금이 과거의 결과라고 생각에 빠져 있다 보면, 지금이 미래의 원인이라는 것을 잊게 된다는 것이죠. 그 어떤 짓을 해도 과거는 바꿀 수 없어요. 나에게 날라오는 첫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는 것 정말 잊지 말아야겠어요.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과도 연결점이 있어 보이는 매일매일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방송이 잘 안 풀려서 힘들어하는 그에게 선배들이 해준 조언인데요. 매일이 어떻게 좋을 수만 있냐는 것이죠. 라디오방송뿐 아니라 우리의 하루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겠죠. 매일 잘할 수 없는 우리지만, 다행히 매일 기회가 생기니까 힘을 내야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좋은 죽음 안내서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체를 보지 않아도 되는 것, 이미 죽음의 의학화 혹은 산업화된 선진국에서 사는 특권이라고 해요. 생각해보면 저 역시 그러하죠. 죽음이 가장 가까웠던 순간에도, 제가 뵈었던 마지막 할아버지의 모습은 책에 나온 설명 그대로 평화롭고, 자연스럽고, 편히 쉬는 것처럼보이게 꾸며진 것이었을테니 말이죠. 그래서일까요? 저에게 죽음은 부재로 인식되는 거 같아요. 늘 거기 계시던 분이 더 이상 계시지 않는 그런 것이죠.

 그런데 보다 죽음에 밀접하게, 아니 죽음이 일상으로 처리되는 직업을 가진 케이틀린 도티의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장의업계에서 잘 세공한 죽음에 익숙해지는 것이 과연 특권일까? ‘장의사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유튜브스타가 되기도 한 그녀는 ‘웨스트윈드’ 화장터에서 일하고 있는 장의사입니다. 아침마다 냉장트럭에서 나오는 시체박스를 처리하는 순간이 자신의 직업의 가장 좋은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그녀에게 전해지는 수많은 시체들, 그 시체 한 구 한 구가 그녀에게는 하나의 모험처럼 다가오기 때문이죠. 때로는 나름대로 탐사취재를 하기도 하면서, 그녀는 한 사람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을 함께합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역시 그녀와 함께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사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물론 그녀는 장례업계의 표준화된 프로세스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거기에 대한 의문도 같이 갖고 있기도 해요.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던 죽음에 대한 궁금증의 발로이기도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여러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철학을 세웠지만, 저는 칼 융의 말이 가장 와닿더군요. “내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인간이 죽음과 맺는 관계는 오직 그 사람만의 것이다.” 저는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이제는 준비를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죽음 그 자체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화를 묻다 The Tangled Tree - 다윈 이후, 생명의 역사를 새롭게 밝혀낸 과학자들의 여정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미경 외 옮김 / 프리렉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데이비드 쾀멘의 <진화를 묻다>와 함께한 시간을 통해 과거에서 현재까지 과학자들 특히 분자계통학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함께하며,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진화하면 바로 저는 바로 다윈이 떠오르는데요. 150여년 전에 그가 생명의 나무의 밑바탕이 된 생명의 산호초와 함께 ‘I think’라고 써놨는데요. 저 역시 딱 그런 마음 가짐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이해하려고만 하면, 그 벽에 부딪칠 때 쉽게 좌절하거든요. 그래서 과학책을 읽을 때는 제가 이해한 것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자 방향을 잡곤 하는데, 다윈의 문구를 보니 더욱 힘이 나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

이 책에서는 다윈보다는 분자계통학의 시대를 연 칼 워즈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과학적인 사실을 열거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기에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RNA 분자 지문을 계속 관찰해야 했던 그는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지루한 일이었지만 엄청난 집중이 필요했다라고 회상하기도 해요. 때로는 위험한 실험을 하기도 때로는 그의 발표로 인해서 많은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뚝심있게 걸어갔더군요. 덕분에 그와 함께 분자생물학은 생명의 나무라는 것이 다윈이 생각한 것처럼 경계가 존재하기보다는 하나의 미로처럼 얽혀져 있다는 것을 밝혀내면서 생명의 역사를 밝혀내는 여정의 혁명적인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이 책의 원제 역시 <The Tangled Tree>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박테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요. 처음으로 박테리아가 형질전환 현상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낸 사람은 공무원이자 과학연구원이었던 그리피스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험결과와 종의 안전성이라는 개념이 정면으로 대치하는 것을 고민했던 것인지,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다른 분야의 학자의 몫이라고 여기기도 했죠. 하지만 이미 죽은 독성 박테리아의 잔해를 자양분으로 온순한 박테리아도 독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형질전환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바탕으로 감염유전의 개념이 정립될 수 있었으니 그의 역할은 정말 큰 것이죠. 이후 츠토무 와타나베와 레비의 연구를 통해 항생제의 내성이 박테리아들 사이에서 수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종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낡은 개념이 되었다고 해요. 다행히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 사이에는 수평유전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와 박테리아는 너무나 밀접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문제가 되겠지요. 아직도 다윈의 시대에 머물러 있던 진화에 대한 저의 지식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 번의 산책 -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사색
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라는 것을 개인의 주관적인 영역에서 탐구한 최초의 철학가라고 해요. 그래서 영국 최고의 고전학자인 에디스 홀의 <열 번의 산책>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야기하는 행복론을 10개의 주제를 통해서 쉽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학파를 소요학파라고 해요. 그는 걸어 다니면서 생각하는 것을 즐겼고, 심지어 니체는 모든 가치 있는 생각은 걸을 때에만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죠. 저는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왠지 궁금해져서 산책을 하고 나서 한 챕터를 읽기도 했어요. 바로 완전한 휴식만이 일상을 구원한다입니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에게는 여가시간이 늘어났다고, 그리고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자아와 최고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여가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너무나 동의하는데요. 다만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어요.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서, 그 것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자문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거든요.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소개되는데요. 교육을 통해서 우리의 잠재력은 일깨워지고 그 방향성을 잡을 수 있다고 하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행복을 추구하는 힘을 갖는 것 역시 잠재력 중에 하나일까요? 이 책을 통해 그 잠재력이 발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색의 즐거움 -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본격 구글링 가이드
대니얼 M. 러셀 지음, 황덕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부터 백과사전 보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에 빠져들어 정말 행복하기만 했었던 거 같아요. 물론 지금은 정보의 홍수가 조금씩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런 저에게 구글은 정말 좋은 친구인데요. <검색의 즐거움>을 읽으며, 제가 친구의 진면목을 잘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우리는 검색이라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그냥 구글,Google이라는 검색사이트에 ‘~ing’를 붙여서 구글링,Googl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죠. 이 책은 바로 그 구글의 검색품질 연구과학자 대니얼 러셀이 썼는데요. 그는 구글검색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고, 우리에게 단순히 키워드를 넣어서 하는 검색 그 이상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책은 그와 함께 검색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한 장의 사진에서 뽑아낼 수 있는 수많은 정보들은 감탄스러웠고요.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이 많은 정보들을 수집할 수 있으니 말이죠. 연산자를 활용하니 신세계가 열리면서 심지어 디지털포렌식 수사관이 된 느낌마저 들더군요. 스페인 건물에 있는 별모양 장식의 유래를 찾는 과정은 제가 백과사전을 뒤지며 바랐던 것과 너무나 유사하기도 했어요. 과제가 있어서 그와 함께한 방식대로 해보니 정말이지 그 동안 제가 했던 검색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제가 말했듯이 요즘은 정보의 홍수, 아니죠 정보의 쓰나미라고 할까요? 정말 뭐가 맞는 이야기인지 헛갈릴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를 대비해서 팩트 체크를 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자료를 보고도 다시 한번 교차검증을 하는 것이죠. ‘당신은 왜 이것을 믿는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한번 구글과 함께 할 수 있거든요. 가끔은 스스로도 낚였다고 할 정도로 가짜 정보에 솔깃할 때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구글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서 너무나 좋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