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신과의사라.. 글쎄요? 현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AI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어쨌든 내담자와 같은 사람이기보다는 조금은 어긋나있는 느낌인건 맞는거 같아요. 그래서 정신과 의사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것을 들려주는 <어쩌다 정신과 의사>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네요. 관심이 있는 분야라 정신과 의사가 집필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대부분 내담자의 사연을 바탕으로 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정신과 의사의 속내를 들려주고, 자신도 때로는 힘들고, 지치고, 그리고 길을 잃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습니다. 어쩌면 그들 역시 길을 잃어봤기 때문에, 길을 잃은 사람들을 상담할 수 있는 것일텐데 왜 항상 그들은 다 알고 있다라고만 생각해왔을까요?

 제가 완벽주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늘 잘 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해요. 때로는 그런 욕심때문에 스스로 압박을 느끼다 못해 충분히 준비한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요. 그래서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삶에 대한 이야기가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0점과 0점을 오가기보다는 70점으로 쭉 살아갈 수 있다면, 정말 괜찮은 삶일거 같기도 하고요. 충분히 좋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 중에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비난과 자기합리화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 같아요. 자기비난이 적당할 경우에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면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자기합리화가 적당할 경우에는 삶에 여유를 주지만 과할 경우에는 미성숙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되기 쉽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두 가지가 다 과한 편이기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지요. 내 삶을 보다 단단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다잡아야 할 거 같습니다.     

 의대시절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가 정신과 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요. 그 중에 정신과 의사를 과학자 사이의 마법사로 묘사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약물치료의 힘을 느끼며 과학의 위대함에 감탄하지만, 그와 같은 비중으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상담과정을 익히고, 두가지를 연결시키는 노력을 하는 학문이 정신의학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상담을 하려고 찾아오는 것 자체가 정말 용기있는 일이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답을 찾아가려고 하는 과정 역시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해요. 정신과 상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생각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면화된다면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거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기 쉬운 전문가인 그를 비롯한 젊은 정신과 의사 6명이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 연장선상에 이 책도 있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리 코뮌 민중 혁명 운동에 대해서 배울 때, ‘인터내셔널가의 가사를 본 적이 있어요. 정말 그들은 이상적이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운동에 참여했다가 망명생활을 한 자크 엘리제 르클뤼의 <산의 역사>를 읽으며 문득 그들이 꿈꾸던 세상은 낭만적이었구나 하게 되네요. 어쩌면 비슷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산에서 보낸 시간을 지적으로 풀어내면서도 그 표현이 더없이 시적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 것 같습니다. 산중턱에 앉아 서로 비교하기보다는 어우러지는 수많은 봉우리를 감상하던 그는 해가 어둠에 의해 느슨하게 밀려날 때즈음 자신의 생각을 몽상과 어렴풋한 기억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권력 없는 질서를 꿈꾸었던 그에게,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었던 그에게 자연은 바로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위대한 지리학자이자 사상가였다는 그답게, 산이 기억하고 있는 지구라는 별의 역사를 풀어낼 때면 그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게 됩니다. 인간은 감히 어쩔 수 없는 시간이라는 힘으로 만들어진 그런 자연을 인간은 너무나 손쉽게 파괴하곤 하죠. 예전에는 자연의 경계가 곧 인간의 경계였습니다. 거대한 산의 능선을 따라 기후대가 나뉘고 사람들도 나뉘어져 살았으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연결을 꿈꾸기 시작했고, 산을 뚫어 길을 내고, 필요에 따라 깍아내거나 없애버리기도 해요. 물론 그를 통해서 인간은 보다 발전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정신이 자연의 경계를 뛰어넘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일이기만 할까요? 수십 년 전에 지구에서 살아간 자크 엘리제 르쿨뤼,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했고, 자연에서 그 답을 찾았던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도망칠 데가 어디 있어? 자연이 더러워졌는데...." 이제 인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진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미와 수학이 함께하다니 제목부터 정말 이색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이과로 배정되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자연계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고, 암기과목의 하나로 수학을 접근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절 이과로 보낸 선생님한테 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저에게 수학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암기과목이 싫어서 수학이 즐거웠다는 저자 리여우화와 전혀 다른 길을 걸은 사람이네요. 그는 리쌤과 수학 수다라는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수학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해요. 그 결과물이 바로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입니다. 직접 손으로 그린 듯한 귀엽고 다양한 삽화와 중학생이 읽을 정도의 수준이라는 소개에 용기를 내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정말 어려운 책이었어요. 요즘의 중학생의 수준은 높은 거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제가 갖고 있는 수학지식은 에어디쉬 수 5 5억번일 수도 있고요. ‘에어디쉬 수는 수학자 에어디쉬의 이름에서 나왔는데요. 그와 함께 연구해서 논문을 발표하면 1, 1인 사람과 합작해서 발표하면 2가 되는 것이라고 해요. 예전에 헐리우드에서 나왔던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이 수학계에서도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에어디쉬는 해피엔딩 문제를 정의한 사람이기도 해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수학에 대한 사랑으로 모인 클라인, 세케레시, 에어디쉬는 다각형을 품고 있는 점의 개수를 증명해내는데 성공했어요. 그 중에 클라인과 세케레시는 사랑에 빠져서 결혼을 해요. 에어디쉬가 이들의 사랑에 영감을 얻어 해피엔딩 문제라고 명명하게 되죠. 그런데 그는 예언자이기도 했던 것일까요? 결혼에서 마무리 되는 동화 속 해피엔딩과 달리 두 사람은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정말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냈더군요.

또한 에어디쉬 수 1인 로널드 그레이엄은 그레이엄 수를 찾아낸 사람인데요. ‘그레이엄 수는 수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 중에 가장 큰 수라고 합니다. 그의 부인 역시 수학자 판청이었는데요. 문득 수학자의 뇌는 파장이 잘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이런 정의들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은 저에게 어려웠고, 함께 즐겨보자며 제시되는 응용문제는 엄두도 잘 안 날 정도였어요. 하지만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요? 약간 수학의 역사처럼 읽게 되었고, 수학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문제를 해결했는지 읽어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저에겐 좋은 동기부여가 될 거 같기도 하고요. 수많은 그리고 뛰어난 수학자들이 열정적으로 매달렸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여러 문제들도 신기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도전을 하게 될 수많은 수학자들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기에 빠진 세계사 - 전염병, 위생, 화장실, 목욕탕에 담긴 세계사와 문화 이야기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3
이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시간순서대로 주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지루하기 쉽죠. 그런데 요즘은 정말 다양한 주제를 갖고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들이 나와서 역사가 절로 즐거워집니다. 이번에 읽은 <변기에 빠진 세계사>는 정말이지 가장 원초적인 이야기로 역사를 풀어내는데,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탈모약으로 오줌을 발랐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의 시대에도 엄친아였고, 지금의 이천년 후에 동양에서 살아가는 저 역시 너무나 잘 알게 되는 위대한 아리스토텔레스지만 그에게 탈모는 정말 큰 고민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가 사용한 방법은 그 시대에 매우 전통적인 치료법이었다니 놀랍네요. 심지어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을 치료제로 사용해왔고, 동영에서도 그랬다니 놀라워요. 그래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생긴 것일까요?

 이슬람에서는 신앙심의 절반이 청결에서 온다고 믿었대요. 하루에 5번 기도하기 전에 우두라고 하는 의식을 행하는데 정말 청결하게 자신의 몸을 정리하더군요. 그런데 이에 비해,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사들이 몸을 씻지 않는 것 역시 고행의 하나로 여기기도 했대요. 심지어 몸을 청결하게 한다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몸을 먼저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네요. 다행히(?) 십자군 전쟁 이후로, 이슬람의 씻는 문화가 전해져서, 청결도로 귀족과 평민을 구분할 수 있었다니요. 로마의 그 유명한 목욕 문화는 어디로 잠시 숨었던 것일까요?

 베르사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다고 하죠? 그런데 이건 약간 과장된? 혹은 이후 프랑스 혁명을 이끈 사람들이 낸 악의가 섞인 소문에 가깝더라고요. 실제로는 지금의 좌변기와 비슷한 이동식 뚫린 의자가 있었고,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기 만들어서 가구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화장실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죠. 책에서 사진을 봤는데, 저도 그게 화장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을 거 같아요. 정말이지 변기에 빠진 세계사를 만나면서 정말 흥미로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조건 당신 편 - 마음의 힘을 기르는 ‘외상 후 성장’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몇번씩이나 넘어지고 또 일어서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죠. 하지만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도 많아요. 그럴 때, 이 책의 제목처럼 <무조건 당신 편>이라며 묵묵히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신건강전문의 한창수는 여러 내담자의 사연과 상담내용을 통해 그런 위로를 전해줍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큰 상처를 받았을 때, 그냥 고통속에서 계속 자책하며 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자신을 수용하고 보다 나아지는 길로 나아갈 것인지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거든요. 주위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내 안에서 그 비교점을 찾으면 되요. 바로 과거의 나 입니다. 과거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면 잘 살고 있다는 것, 혹여 큰 상처를 받고 좌절하고 방황했었다면 비교점이 조금은 낮아져서 금새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요. 과거의 나보다 나아진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세상에 나고 죽는 건 내가 정한 것도 아니고, 다른 동물이나 식물 들 처럼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삶인데 자꾸 의미를 찾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삶이 꼭 의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데, 왜 꼭 의미를 찾으려고 할까요? 어느 스님이 들려주셨다는 이야기를 보며 저 역시 찾아도 잘 모르겠는 의미에 집착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자신을 괴롭히기 보다는 그저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울분장애척도나 우울증 검진도구로 자신을 돌아보니 저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오더군요. 특히나 울분장애척도는 그 대상을 용서하는 것이 길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 길을 걸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이 책을 읽다 보니 행복하게 살겠다는 목표를 가슴속에서 키우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