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문국진 지음 / 이야기가있는집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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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법의학자 문국진의 <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다> 법의탐적론(Medicolegal Pursuitgrapy), 고인과 관계된 문건, 유물, 창작물을 검체로 하여, 법의학으로 분석하는 것인데요. 고흐의 죽음이나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처럼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그 분석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또한 예술작품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그 중에 너무나 아름다운 외모와 처연한 눈빛이 인상적인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이 있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가족은 이탈리아 귀족인 아버지의 부도독하고 모진 학대에 시달리다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는데요. 결국 사형선고를 받게 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화폭에 담은 것이죠. 이 작품은 많은 화가들이 모사를 하기도 했다고 해요. 그 중에 자화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화가 엘리자베타 시라니의 작품도 있습니다. 엘리자베타 시라니는 화가인 아버지의 가혹한 교육으로 재능을 다 꽃피우기도 전에 요절하고 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 두 작품이 뛰어난 미술품이나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각종 정신적 충동이나 분열증세를 뜻하는 스탕달 신드롬의 시작이 되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더군요. 작품에 어려있는 간절한 슬픔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제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3법의학, 예술작품을 해부하여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다인데요. 그 중에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클레오파트라는 독사에 물려서 자살했다고 오랫동안 알고 있어와서 그런 거 같아요.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움을 숭배했고, 그래서 그녀는 죽음 그 순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아름답기를 바랐다고 해요. 그래서 고통없이 죽는 법을 알기 위해 실제로 인체실험을 하기도 했을 정도라는데요. 하지만 독사의 독에 의한 죽음은 고통이 심하고 심한 경련도 동반되기 때문에 그녀가 바라는 모습일 수는 없겠지요. 거기다 그녀가 죽었을 때 함께했던 두 몸종도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독사는 한 번 물고 나면 그 독성이 감소하고, 이집트에 많이 서식하는 방울뱀의 경우에는 한 번 무는 것으로 그 독액이 거의 다 소모된다고 해요. 그래서 그녀와 몸종들이 죽어 있는 모습에 대한 글과 장 안드레 릭싱의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을 통해 판단해보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할 수 있나 봐요. 예전에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서, 가스중독자살을 한 여인에 대한 괴담을 들은 기억도 떠올라서, 저 역시 이 설에 무게를 두고 싶어지네요.

그리고 흑인은 손톱이 자라지 않는다라는 변론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이야기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그 이야기로 이끌어주던 로댕의 작품은 아직도 눈에 선해요. 이렇게 예술작품과 법의학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는 것은 정말 독특한 경험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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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2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2017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